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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구 아냐" 5번 거짓말한 환자…서울백병원, 고소 추진

병원 관계자 "국가 전체를 위해 환자가 거짓말하면 안 된다. 계도 차원에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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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백병원이 거짓말한 신종코로나(코로나19) 확진 환자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가격리 위반,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형사 제재를 가하는 경우는 있어도 거짓말한 환자를 고소하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백병원은 8일 78세 여성 환자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이 여성은 3일 구토, 복부 불편감 등을 호소하며 이 병원 소화기 내과에서 외래 진료를 받고 당일 입원했다. 병원 측은 이 환자에게 5차례 대구 방문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환자는 부인했다. 진료 기록에 명시돼 있다고 한다.


이 환자는 대구가 집이다. 대구에 머물다 지난달 29일 딸이 사는 서울 마포로 올라왔다. 서울의 대형병원에 다니던 환자인데, 이 병원에 가려 했으나 대구에서 왔다고 거부됐다. 다른 동네병원을 거쳐 보건소에 갔으나 소화기 증세라는 이유로 코로나 검사를 받지 못했다.


이렇게 돌다가 지난 3일 서울백병원에 입원했다. 환자와 보호자가 대구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주소를 딸의 마포 집으로 표기했다고 한다. 8일 확진 때까지 6일간 입원했다. 병실에서 여러 차례 대구 이야기를 하는 것을 의료진이 의심하였고, 6일 청진 소견 등을 토대로 의심이 들어 엑스레이 촬영을 다시 했다. 흉부 CT도 촬영했다. 7일 코로나19 검사를 했고 8일 확진됐다.


병원 측은 같은 층 환자 30여명을 포함해 2개 층 환자 70여명을 상대로 코로나 검사에 들어갔다. 또 이 2개 층을 폐쇄했다. 환자와 접촉한 의사, 간호사, 이송요원, 청소부 등 70여명도 검사에 들어갔다. 이들의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50여명이 추가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주치의나 병동 간호사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 2명은 음성으로 나왔다.


병원 측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8일 변호사와 상의했고, 환자를 고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전체의 문제다. 감염병 사태에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고소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이러면 안 된다. 환자가 힘들더라도 솔직하게 얘기했으면 선별진료실로 가서 음압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수도 있었다. 공동체를 위한 계도 차원에서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환자가 거짓말을 하고 싶어서 했겠냐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 환자가 거짓말을 처음부터 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병원에 대구에서 왔다는 걸 얘기했더니 진료를 거부당했다. 그 병원에서 환자에게 대안을 줬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대구 외 다른 지역의 의료기관에서 대구 출신이 진료를 거부당하는 사례가 생기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 이런 문제를 풀어야 서울백병원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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