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최대 경쟁자는 여기다, Z세대가 열광하는 ‘메타버스’
메타버스, 가상과 현실의 합성어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이 대표적
게임하며 소통하는 하나의 ‘사회’
Z세대엔 이미 페북 넘은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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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최대 경쟁자는 디즈니가 아닌 포트나이트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19년 했던 ‘예언’이 현실이 되고 있다. 포트나이트는 캐릭터를 이용한 슈팅게임(총이나 무기를 발사해 적이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게임)이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는 왜 같은 업종이 아닌 게임 회사를 경쟁 상대로 꼽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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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경쟁자가 게임업체라고?
헤이스팅스 CEO는 소비자의 ‘눈’과 ‘시간’을 뺏기 위해 넷플릭스 콘텐트와 겨루는 모든 수단을 경쟁자로 봤다. 실제 포트나이트는 게임을 넘어 ‘메타버스’(Metaverse)의 대표적인 플랫폼이 됐다. 전 세계에서 3억5000만 명에 이르는 포트나이트의 가상공간 ‘파티 로열’에서는 새로운 영화의 예고편이 상영된다.
방탄소년단(BTS)도 지난해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를 이곳에서 처음 공개했다. 팀 스위니 포트나이트 CEO는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버전”이라며 “사람들은 메타버스로 일을 하러 가거나 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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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과 현실이 혼합된 ‘메타버스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사용자의 몸은 현실에 있지만 메타버스에 접속하면 무엇이든 현실처럼 해볼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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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신곡 안무 처음 소개한 ‘이곳’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인터넷·모바일 플랫폼과 구분되는 메타버스의 특징을 ‘스파이스(SPICE) 모델’이라고 정의했다.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경험이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고(Seamlessness) ▶물리적 접촉이 없는 환경이지만 사용자가 공간적 실재감을 느끼며(Presence) ▶현실 세계와 다른 메타버스의 데이터·정보가 서로 연동(Interoperability)된다. 예컨대 하나의 아바타로 게임을 즐기다가, 다시 로그인하거나 플랫폼을 갈아타지 않고도 바로 쇼핑을 하거나 동료들과 업무를 논의하기도 한다.
또 ▶여러 명의 사용자가 하나의 메타버스에서 동시에 활동하고(Concurrence) ▶돈의 흐름이 존재(Economy)한다. 김 교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공자가 판매자의 역할을 하고, 사용자들은 소비자의 역할만 하는 상황은 온전한 메타버스 경제가 아니다”라며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화폐와 거래 방식에 따라 수많은 사용자가 재화와 서비스를 자유롭게 거래하는 경제 흐름이 존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화한 메타버스는 서로 다른 메타버스 및 실물 세상과도 경제 흐름이 연동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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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등장에 가장 빠르고 열렬하게 반응한건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다. Z세대에게 이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SNS)는 구문이 됐다. 대신 포트나이트와 함께 주목 받고 있는 또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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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비켜” 미국 10대 하루 156분 이용
로블록스는 3차원(3D) 입체 가상세계에서 개개인이 아바타로 소통하고, 실시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인 동시에 하나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게임스탑으로 5000% 수익을 거둔 미국의 한 10세 소년이 로블록스에 투자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10대들은 하루에 156분 씩 로블록스를 이용했다. 반면 유튜브는 3분의 1 수준인 54분에 그쳤고, 인스타그램(35분)이나 페이스북(21분)은 그마저도 안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문화가 활성화하면서 메타버스는 더욱 빠르게 성장했다. 로블록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10대의 52%가 “현실 친구를 만난 시간보다 로블록스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다“고 답했다. 여기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메타버스에 필요한 기술의 발전이 기름을 부었다
네이버제트와 협업한 구찌. [사진 네이버제트] |
시장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마케팅을 중시했던 명품 업계가 메타버스에 손을 뻗었다. 코로나19로 패션쇼 등 오프라인 행사 개최가 어려워지자 메타버스를 이용해 미래의 잠재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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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손잡은 곳은 명품업체
구찌는 네이버제트가 운영 중인 메타버스 SNS ‘제페토’에서 의류와 핸드백·액세서리 등 아이템 60여 종을 출시한다. 전 세계 2억 명에 달하는 제페토 이용자는 자신의 이미지로 만든 아바타를 구찌의 의류, 핸드백, 액세서리 등으로 꾸밀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25년 VR·AR로 대표되는 ‘메타버스 경제’의 시장 규모가 현재의 6배 이상인 2800억 달러(약 310조원)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해 10월 연례 개발자대회(GTC) 기조연설에서 “지난 20년이 놀라운 세월이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공상 과학이나 다름없을 것”이라며 “메타버스는 게임 속의 세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 메타버스란?
가공ㆍ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하나의 아바타로 게임을 즐기고, 이들끼리 재화와 서비스를 자유롭게 교환하는 경제 활동도 한다. 콘서트나 신곡 발표가 이뤄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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