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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수록 편견 강화, 운동으로 굳어가는 뇌를 깨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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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하는 스무고개 넘기가 있다.


“있잖아, 그 노래 잘하는 가수.” “아니, 노래 잘하는 가수가 한두 명이야?” “아이참, 답답하네. 맞다. ‘나는 가수다’에 나왔었는데…. 여자 가수인데 머리는 짧고 좀 나이도 있어.” “아, 양희은?” “아니, 아니.” “아이고 답답해라. 난 그 가수가 ‘애인 있어요’라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좀 헷갈리기도 해….”


요즘 자주 하는 스무고개 넘기다.이렇게 5분 넘게 ‘이소라’라는 가수 이름을 기억해 낼 때까지 고개 넘기는 지속한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자주 반복되고, 이번엔 인터넷 검색을 안 하고 꼭 기억해내고 말 거라는 오기가 발동하며 머릿속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찾아내기도 하고, 때론 생각에 지쳐 관련어를 검색해 원하는 단어를 찾아내곤 한다.









방송이나 글에서 나이가 들면서 벌어지는 건망증과 관련한 일화를 듣고 웃어넘겼는데, 그것이 나의 일이 될 줄이야. 치매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현 추세라면 앞으로 노인 6명 중 1명이 치매가 된다는 소식이다. 거기다 가족력으로 친정 엄마가 치매인 나의 경우 이 건망증이 치매의 초기 증상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공포가 강박증세로 남아 있다.

근육도 쓰지 않으면 굳어버리고 퇴화하듯 뇌도 마찬가지다. 운동은 뼈와 근육만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뇌세포도 튼실하게 한다. 인간의 두뇌는 대략 1000억 개 안팎의 뉴런(신경세포)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의 신경세포는 10만 개에 달하는 또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있다. 내가 하는 각각의 기억은 하나가 아닌 많은 신경세포가 시냅스 연결을 이루면서 만들어내는 하나의 네트워크다. 뇌는 내 몸의 일부지만 나는 나의 뇌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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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을 다 기억해주지도 않고, 잊고 싶은 것을 다 잊게 해주지도 않는다. 유치원, 초등학교 때 겪었던 트라우마가 몇 십 년이 지난 후에도 떠오르듯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주인공 '케빈'은 여러 차례 도둑들과 싸우며 평생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중앙포토]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을 내 뇌는 기억해 주지 않고, 잊어버리고 싶다고 해도 잊어 주지 않는다. 뇌의 길은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사용, 자극 때문에 신경세포의 연결이 강화되기도 하고, 약화하기도 한다. 내 머릿속의 어떤 영역은 튼실한 길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용하지 않은 영역은 소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뇌 가소성’이다.


‘편견(偏見)’의 사전적 뜻풀이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뇌가 끊임없이 외부의 정보를 지각하는 과정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놓치게 한다. 이 편견이 지속해 고정관념이 되면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쳐 차별로까지 이어진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의 끊임없는 학습 때문에 만들어진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많은 사람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하나의 프레임을 씌워 다른 관점은 보지 못하게 하는 ‘뇌 지도’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내 뇌의 지도는 어떤 상태일까? 내 뇌 속에는 어떤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나의 머릿속은 기억력 둔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편견을 강화하는 일도 함께 벌어지고 있다. 결국 내가 나를 돌아보지 않으면 편견 덩어리인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누구나 운동하면 건강해지고 또 기분까지 좋아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나도 그런 사람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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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살아온 시작점을 1월 1일이라 하고, 현재를 12월 30일이라 해보자. 그럼 인류가 현대인의 생활방식을 갖고 살게 된 시기는 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아마 12월 29일쯤이지 않을까? 인류는 지난 수백만 년 동안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하루에 20km씩 걸으며 사냥과 채집을 하고, 안전하게 살아남기 위해 움직이며 생활해 왔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사는 것이 유전적으로 각인돼 있어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현대인들의 삶은 어떤가? 특별히 시간을 내 운동하지 않으면 많은 시간을 차에서, 소파에서, 식탁에서, 교실에서, 회사에서 앉아 지낸다.


인간의 뇌는 움직임을 좋아하고, 뇌가 그 기능을 최고로 발휘할 때가 운동한 뒤라는 것이 밝혀졌다. 장시간 앉아 있는 학생도, 직장인도 운동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니 자녀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되길 원한다면 우선 놀이터나 운동장으로 내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싶으면 운동 시간을 확보하자. 더불어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운동은 필수다.


잦은 건망증으로 인해 기억력에 적신호가 켜진 뇌 건강을 위해 어떻게든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핑계일지 모르겠지만, 강의 시간이 들쭉날쭉한 나는 일정한 시간을 내 규칙적으로 운동하기가 사실 힘들었다. 매번 헬스장에 회비를 내놓고도 못 가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올해 들어 한 가지 내 몸을 위한 결심을 했는데, 그것은 강의하러 갈 때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다행히 자신과의 약속은 지금까지 비교적 잘 지켜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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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타기’ 실천은 건강뿐 아니라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에너지 절약에도 기여하지만,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 부족했던 강의 준비를 할 수도 있고, 그날 기분에 맞는 음악을 듣고 힐링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여러 사람의 삶을 관찰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고 목적지까지 찾아 걸으면서 꽃이 피고 지는 계절의 흐름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나는 매일 저녁 “버스를 타고 가다 어느 역에서 환승하고 몇 번 출구로 나와 직진해 300m를 가면 목적지야”라며 이미지를 시뮬레이션한다.


그리고 얼마 전 동네 병원을 찾아 나의 불안감을 이야기하고 뇌를 위한 약을 처방받았다. 의사는 웃으며 “약을 드실 때가 아닌데… 뭐 약을 드셔서 손해날 것은 없으니 드시지요” 하면서 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리고 어떤 약보다 열심히 그 약을 먹고 있다. 플라세보 효과(속임약 효과)일까?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 든다고 스스로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내 뇌에 대한 불안증을 내려놓으려 한다.


더불어 나는 내 머리의 건강한 지도를 위해 내 마음에 관한 것, 내 주변 사람에 관한 것, 내 인생에 관한 것에 대해 옳지 못한 편견으로 상대를 편파적으로 보고 있지 않은지 늘 성찰하려고 한다.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오늘도 강의 장소로 발길을 옮긴다.


손민원 성·인권 강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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