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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은 없다, 용서를 구할 용기가 없을 뿐

‘신과함께2’ 흥행몰이 김용화 감독

1편 이어 2편도 1000만 돌파 눈앞

역대 1위 ‘명량’ 넘어설지 관심 집중


“내 스스로를 벼랑 끝에 세웠다”

두 편 합쳐 1500여 명에 모니터링

“아시아의 디즈니 되는 게 남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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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판타지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의 흥행이 무섭다. 1일 개봉 이래 첫날 관객 수(124만 명), 하루 관객 수(146만 명) 등 연이어 신기록을 세우며 5일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5일째, 역대 가장 빠른 속도다. 이런 기세라면 역대 흥행 1위 ‘명량’(2014)의 최단 기록(12일)을 앞질러 1000만 영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 최종 성적도 관심사다. 1편 ‘신과함께-죄와 벌’은 1441만이 관람, 역대 흥행 2위에 올라 있다.

김용화(47) 감독은 개봉 당일부터 들뜬 기색이었다. 데뷔작 ‘오! 브라더스’(2003) 이후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의 흥행 감독이었던 그가 시각특수효과(VFX)회사 덱스터 디지털(현 덱스터 스튜디오)을 차려 초대형 고릴라를 구현한 ‘미스터 고’는 총제작비 300억원을 들여 흥행에 참패했다. 그게 불과 5년 전. 이후 실패에서 얻은 교훈과 VFX 영화 기술력을 총동원해 얻은 결실이 ‘신과함께’다. “행복하다”는 그의 말엔 스스로를 “벼랑 위에 세우며” 도전을 거듭해온 지난 기억이 진하게 맺혀 있었다.




Q : 1·2편 동시 제작도, 총제작비 400억원(손익분기점 1162만명)을 1편만으로 회수한 것도 한국영화 최초다. 2편 흥행 부담은 덜었겠다.




A : “경제적으론 그런데, 사람 마음이 안 그렇다. 전편보다 더 잘 평가받고픈 욕망도 있고.”




Q : 1편 반응이 2편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나.




A : “없다. 1편과 비교하면 VFX보단 음악·사운드에 더 신경 썼다. 시나리오는 처음부터 2부작을 통합 이야기로 기획해서 썼기 때문에 2편을 다 보고 나면 작품의 종합적 평가가 내려질 거라 생각했다. 1편이 직선적 이야기라면, 2편에선 세 이야기가 섞여 들어간다. 초반은 약간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중반 이후 얘기가 합쳐질 때 폭발력이 잘 전달되도록 신경 썼다.”


이번 2편은 전편에서 저승 세계를 안내했던 삼차사의 1000년 전 전생이 주된 내용. 일곱 개 지옥을 웅장하게 선보인 1편보다 신선함이 덜하단 반응도 있지만 2부작 전체 이야기의 퍼즐이 맞춰지는 서사의 밀도, 유머와 비장함을 오가는 연기에 만족감을 표한 관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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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1편이 모성애라면, 2편은 부성애다.




A : “죄를 심판하는 저승이 있다면 죽기 전에 인간으로서 해야 할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은 용서를 구하는 일 아닐까. 용서와 구원을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제가 살면서 가장 영향을 받은 가족관계가 배어 나왔다. 하지만 2편 이야기의 중심은 삼차사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아버지’는 2부작 전체의 완결을 위해 일종의 서비스 플롯으로 구상했다.”




Q : 지금과 다른 편집본이 있었다고.




A : “여러 편집본을 갖고 모니터링을 많이 거쳤다. 최종 선택이야 제가 하지만, 같은 이야기도 어떻게 보여줘야 잘 흘러갈지 판단이 안 설 때가 있다. 1편은 1000명 넘게, 2편은 400~500명의 의견을 받았다. 대중영화는 영화 하는 사람들이 제일 모른다. 내부에서도 콘텐트 팀이 아닌 VFX 기술팀, 일반인이 주로 모니터링에 참여했다. 결과에 따라 덜어낸 장면도 있다.”




Q : 아깝게 편집한 장면이라면.




A : “수홍(김동욱 분)과 강림(하정우 분) 이야기. 촬영분의 3분의 1가량을 덜어냈다. 모니터링 과정에서 수홍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그가 자신을 살려주겠다는 저승차사 강림한테 자꾸 반기를 들고 골칫덩이가 되니까, 1편에서 수홍한테 마음을 뺏겼던 분들도 반감을 갖더라. 영화는 장점을 극대화해서 단점을 덜 보이게 하는 작업이다. 단점은 보충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그럴 바엔 차라리 빼는 게 낫다.”




Q : 1편의 김동욱에 이어 2편은 주지훈이 돋보인다. 그의 이전 출연작은 캐스팅에 거의 참고하지 않았다고.




A :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와 ‘간신’(2015)은 봤다. 그는 똑똑하고 모험을 즐기는 배우다. 원래 캐스팅할 때 전작을 크게 염두에 두진 않는다. 대중영화를 만들 때 주문처럼 외는 얘기가 ‘관객의 예상은 깨되 기대는 꺾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소진하는 것은 영화에도 좋지 않다. 어떤 배우인지는 오히려 대화를 나눠보면 알 수 있다. 상처가 많고 고통을 아는 사람들이 연기를 잘 하더라.”




Q : 다른 아시아 시장까지 겨냥해서인지, 타민족에 대한 묘사가 조심스럽다.




A : “성주신(마동석 분)이 ‘나쁜 상황이 있을 뿐, 나쁜 인간은 없다’고 하는 대사가 제가 가진 세계관이기도 하다. 사회생활하며 제가 본 인간이 다 그랬다. 예컨대 재개발구역을 철거하는 사람이라고 다 악인일까. 그들도 누군가의 아빠고, 아들이다. 한 사람이 가진 여러 입장을 심도 깊게 다룰 게 아니라면 굳이 잔인하게 술집 안줏거리로 쓰일 자극적인 얘기를 양산하는 건 감독으로서 책임의식이 없는 거라 생각한다.”


1편이 소방관 자홍(차태현 분)과 어머니(예수정 분)의 사연으로 관객을 울렸다면, 2편은 여러 인물의 뒤엉킨 인연을 파헤치는 재미가 크다. 2편이 덜 신파적이란 평가에 감독은 “1편의 엔딩이 주는 감정적 깊이나 슬픔을 부자연스럽게 느꼈다면 신파로 보실 수 있고 관객의 평가를 거부하고 싶지도 않지만, 저로선 이야기 흐름상 자연스러운 귀결이라 생각했다”며 1편이 신파적이란 시각에 조심스레 항변했다.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을 상당 부분 각색한 데 대해선 “원작에서 받은 영감을 영화로 잘 안착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며 “원작을 그대로만 옮기는 건 또 다른 의미의 훼손일 수 있다”고 했다.




Q : 3·4편은 정말 나오나.




A : “대중이 원한다면 안 나올 이유가 없다. 일단, 배우들과 상의한 구상은 있다. 정말 만들게 된다면 1·2부를 본 관객들이 원하는 이야기일지 점검은 해봐야 한다.”




Q : 다른 감독이 연출할 가능성도 있을까.




A : “물론이다. 2년 넘게 시달린 고통의 구렁텅이에 또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다(웃음). 딸아이가 아직 어린데 같이 시간도 보내고 싶다. 원하는 연출자가 있다면 저는 제작자로 남을 의사가 충분하다.”


‘신과함께’의 성공까지 가장 의지한 사람으론 아내를 꼽았다. 1편 편집본에서 다소 과했던 CG(컴퓨터그래픽)를 7분여 덜어낸 것도 아내의 조언. 인력·자금이 대거 투입된 CG 장면일수록 잘라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원래 모래악귀가 차태현을 덮치고 이승·저승 난리가 났거든요. 결과적으론 잘한 결정이었죠. 집사람 말고도 제가 신뢰하는 편집기사·프로듀서가 다 여자에요. 시나리오도 치우치게 쓰면 뭇매 맞을 수가 있는데, 여성 스태프들의 세밀한 의견이 큰 도움이 됐죠.”


덱스터 스튜디오를 통해 자신을 포함, 여러 감독의 신작에 투자·제작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궁극적으론 ‘아시아의 디즈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콘텐트 기획부터 배급까지, 테마파크도 만들고요. 지금의 디즈니가 10이라면, 우리는 0.1정도 출발했다고 보면 될까요. 욕심 내지 않고 가진 능력만큼 차근차근 하려 합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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