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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거닐고 숲에서 자고… 봉화에 가면 저절로 비대면 여행


힘내라 대구경북⑧ 봉화 생태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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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에 다녀왔다고 하면, 십중팔구 이렇게 묻는다. “고 노무현 대통령 고향 마을?” 봉‘하’가 아니라 ‘화’라고 입술에 힘을 줘 말하면 다시 같은 답이 돌아온다. “그게 어딘데?” 봉화를 아는 이가 그만큼 드물다. 경북 내륙 최북단, 심심산골에 틀어박힌 봉화는 전국서 손꼽히는 청정 오지다. 어쩌면 봉화야말로 코로나 시대에 가장 적합한 생태 관광지라 할 만하다. 단지 인적 드문 오지여서가 아니다. 아시아 최대 수목원, 캠핑족이 특급호텔 뺨친다고 하는 휴양림이 봉화에 있다. 동화 같은 간이역을 만나는 정겨운 트레일(걷기여행길)도 있다.



한라산·울릉도 품은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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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백두대간수목원은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언택트(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들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 수목원답게 워낙 넓어서 사람에 치일 걱정이 없다. 2018년 5월 개장 당시에는 볼거리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로부터 2년 3개월이 지났다. 식물이 제법 튼실하게 자랐고 전시원은 27개에서 33개로 늘었다.


방문자센터 앞 ‘커뮤니티 지구’에 볼거리가 많아졌다. 아이가 올라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수련이 사는 ‘수련 전시원’, 온갖 꽃을 무지개처럼 조경한 ‘무지개정원’ 등이 새로 생겼다. 수목원에서 가장 인기인 호랑이숲은 식구가 다섯으로 늘었다. 지난해 서울대공원에 살던 호랑이 남매 ‘도’와 ‘한’이 이사 왔다. 적응 기간을 마치면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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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숲 다음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 전시원은 ‘암석원’이다. 산 중턱을 걸으며 동강할미꽃·비로용담 같은 백두대간의 고산식물과 희귀식물을 볼 수 있다. 류우태 수목원 해설사는 “암석원 토양은 공기와 수분이 잘 통하도록 설계해 한라산과 울릉도의 자생식물도 잘 자란다”고 설명했다. 암석원 아래 야생화언덕은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언뜻 보면 라벤더 같은데, 한국 자생종인 털부처꽃이다. 수목원은 8월 17일까지 ‘여름 봉자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봉화 자생식물’이 주인공인 행사다. 페스티벌은 끝났지만, 수목원 곳곳에 핀 털부처꽃과 긴산꼬리풀꽃이 여전히 화사하다.



시 읽는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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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을 나가면 작정하고 걸을 차례다. 봉화에는 ‘외씨버선길’이 있다. 외씨버선길은 경북 청송·영양·봉화, 강원도 영월을 잇는 240㎞ 길이의 대형 트레일인데, 이 중에서 73.2㎞ 구간이 봉화를 지난다. 인적 뜸한 마을 구석구석을 지나 저절로 비대면 걷기여행을 하게 된다.


봉화 구간인 8~10길 가운데 8길 ‘보부상길’이 흥미롭다. 춘양면사무소와 분천역을 잇는 18.5㎞ 코스다. 백두대간 협곡열차 ‘V-트레인’의 출발지인 분천역에서 걷기 시작하면 좋다. 2013년 V-트레인이 개통한 뒤, 분천역은 스위스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하고 스위스 산장 분위기로 역사를 꾸몄다. 이듬해인 2014년 코레일과 봉화군은 분천역 일대를 아예 산타마을로 꾸몄다. 산골 간이역이 이색 관광지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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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에서 낙동강을 따라 걷다 보니 곧은재로 접어들었다. 장여진 외씨버선길 사무국장이 “보부상이 간고등어나 소금, 쌀을 이고 오르던 언덕”이라고 설명했다. 곧은재를 너머 낙동강이 휘돌아 나가는 ‘배나드리’를 지나 또 다른 기차역에 다다랐다. 상주 직원이 없는 무인역 ‘현동역’이다. 무궁화호가 하루 네 번 서는데, 하루 평균 승하차객이 10명도 안 된단다. 현동역은 1956년생이다. 오랜 세월 견디고 살아남은 역사에는 시집 수백 권이 꽂혀 있었다. 시 읽으며 잠시 쉬었다 가라는 배려가 고마웠다. 분천역에서 현동역까지 모두 6㎞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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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성급 캠핑장


봉화에는 캠핑 매니어가 ‘5성급’으로 꼽는 청옥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된 8월 23일, 전국 휴양림과 함께 청옥산 휴양림도 임시 휴관에 들어갔다. 수첩에 적어두셨다가 코로나19 확산 세가 꺾이고 재개장하면 꼭 가보시란 마음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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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옥산(1277m) 자락 해발 680~800m 높이에 자리한 자연환경부터 남다르다. 100㎢가 넘는 면적의 숲에 잣나무·소나무·낙엽송(일본잎갈나무) 등 40여 종의 침엽수와 활엽수가 빽빽하다. 산림청이 조성한 캠핑 특화 휴양림답다. 42개 국립 휴양림 가운데 가장 많은 142개 캠프 사이트를 갖췄다. 샤워장뿐 아니라 개수대에도 온수가 나오고, 한겨울에도 오토캠핑장 35개 면을 운영한다. 희한한 야영장도 많다. 230번 데크는 국내서 유일무이한 복층형이다. 제5 야영장은 이른바 ‘불편한 야영장’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캠핑 짐을 진 채 400m를 걸어가야 한다. 취사장·샤워장이 수백m 거리에 있고, 전기도 못 쓴다. 금석곤 청옥산자연휴양림 주무관은 “자발적으로 불편을 즐기는 백패커가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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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한편에는 캐빈(산장)이 여섯 채 있다. 바닥에 닿은 긴 지붕, 높이 솟은 굴뚝이 이채롭다. 휴양림이 개장한 1991년에 지었다. 성수기 주말에도 하룻밤 4만원이어서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물론 캠핑장 예약도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청옥산 휴양림에서 만난 캠퍼들은 모두 “운 좋게 예약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봉화=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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