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김희선·심은하가 했던 그 머리 장식…스타일은 돌아오는 거야

곱창 밴드·벨벳 머리띠 인기

아이유·제니부터 케이트 미들턴까지

‘비스코걸’의 ‘꾸안꾸’ 스타일, 복고 영향도


1990년대 TV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의 헤어스타일은 당대 최신 유행의 산실이자 보고였다. 그중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전설적인 헤어 액세서리가 있었다. 바로 심은하, 김희선의 곱창 밴드와 벨벳 머리띠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꾸안꾸’ 스타일의 필수품 곱창 밴드


특유의 단아한 자태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심은하는 일명 곱창 밴드, 스크런치(scrunchie)로 고급스러운 ‘청담동 며느리룩’을 완성했다. 스크런치는 천으로 겉을 감싼 고무줄로 머리를 묶는 헤어 액세서리다. 자글자글 주름진 모습 때문에 우리에겐 ‘곱창 밴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곱창 밴드가 30여년의 세월을 돌아 2020년대로 왔다. 시작은 지난 2017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 기반의 패션 브랜드 만수르 가브리엘이 2017 가을·겨울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곱창 밴드로 묶은 헤어를 선보였다. 자연스럽게 내려뜨린 긴 머리를 곱창 밴드로 가볍게 묶은 스타일은 1990년대생 곱창 밴드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보였다. 이후 미국의 유명 패션 블로거, 인플루언서들의 머리에 곱창 밴드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곱창 밴드의 반가운 귀환 소식은 아이유, 블랙핑크 제니 등 한국의 여자 아이돌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곱창 밴드의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진 기반의 SNS 플랫폼 ‘핀터레스트’는 2020년 가장 돋보이는 뷰티 트렌드로 곱창 밴드(스크런치)를 꼽았다. 지난해 곱창 밴드의 포스팅 수는 전년 대비 무려 6309%를 기록해 뷰티 키워드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곱창 밴드의 인기는 최근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미국의 Z세대, 일명 비스코걸(VSCO GIRL)과도 관련이 있다. 비스코걸이란 단어는 사진 편집 애플리케이션 ‘비스코(VSCO)’에서 나왔다. Z세대의 주축인 10대 여성들이 늘 이 앱으로 보정한 사진을 SNS에 올리고 ‘#VSCO’ 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이들의 특징은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립스틱 대신 립밤을 바르고, 하이힐 대신 ‘버켄스탁’ 슬리퍼를 신는다. 이들이 좋아하는 헤어 액세서리 중 하나가 곱창 밴드다. 과하지 않게 헤어스타일에 포인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명 디지털 미디어 리파이너리29는 지난해 12월 “비스코 걸 덕분에 곱창 밴드가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곱창 밴드는 일명 ‘꾸안꾸’ 스타일을 연출하는 데 제격이라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꾸안꾸는 '꾸민 듯 안 꾸민 듯'을 줄여 부르는 신조어다. 긴 머리를 하나로 묶으면서 뭔가 허전함을 느낄 때, 올림머리를 할 때 단순한 고무줄 대신 장식을 추가하고 싶을 때 곱창 밴드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일반 고무줄보다는 장식적인 머리끈이면서 소재가 천이다 보니 과해 보이지 않는다. 자체가 머리끈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활용하기 좋은 것도 장점이다. 초반에는 광택이 있는 새틴이나 오간자 등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들어진 곱창 밴드가 인기더니 최근에는 트위드 소재나 체크무늬 천 등 소재도 보다 다양해진 것이 특징이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로열 스타일의 완성은 벨벳 머리띠


곱창 밴드와 함께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90년대 헤어 액세서리가 또 있다. 바로 벨벳 소재의 머리띠다. 김희선, 심은하 등 당대의 스타들은 청순 미녀의 대표 스타일인 긴 생머리를 연출하면서 늘 흰색 천으로 감싼 머리띠를 더하곤 했다. 당시의 청순했던 머리띠는 30여년의 세월을 지나 보다 두툼하고 단단해진 형태로 돌아왔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작은 역시 컬렉션 무대다. 프라다 2019 봄·여름 컬렉션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의 머리에는 저마다 두툼한 머리띠가 걸려있었다. 마치 왕관처럼 보일 정도로 쿠션이 들어간 두툼한 머리띠는 새틴 소재로 마무리돼 광택감과 함께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뽐냈다. 영국 기반의 디자이너 알레산드라 리치는 2019년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거의 모든 룩에 벨벳 머리띠를 더하는 연출을 시도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유명 온라인 패션 편집숍 ‘숍스타일(ShopStyle)’은 2020년 패션 트렌드 중 하나로 ‘패딩 헤드밴드(Padded Headbands)’를 꼽았다. 천이 여러 겹 덧대어져 두툼한 형태의 머리띠다. 숍스타일에 따르면 머리띠는 2019년 액세서리 카테고리에서 검색이 가장 많이 된 품목으로 전년 대비 무려 1410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진주 머리띠, 벨벳 머리띠 등도 인기 검색어였다고 한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두툼한 존재감으로 돌아온 머리띠는 영국 왕실이나 미국 백악관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특히 머리띠로 장식한 헤어스타일을 자주 선보인다. 주로 검정·남색 등 어두운 색을 즐겨 착용하고, 고급스러운 벨벳 소재를 좋아한다. 케이트 미들턴의 동생이자 패셔니스타로 주목받는 피파 미들턴은 지난해 5월 열린 레이디 가브리엘라 윈저의 결혼식에 하늘색 머리띠와 원피스를 맞춰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됐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도 머리띠 패션을 자주 선보인다. 얇은 벨벳 소재 머리띠부터, 진주 장식이 붙은 두툼한 머리띠, 터번 형태의 머리띠까지 다양하다.

중앙일보

피파 미들턴은 하늘색 머리띠와 드레스로 결혼식 하객룩을 연출했다. 사진 연합뉴스


복고타고 돌아온 액세서리 연출법은


곱창 밴드와 머리띠의 인기는 복고의 영향이 크다. 복고 트렌드가 소비문화 전반을 지배하면서 1990년대를 풍미했던 헤어 액세서리가 주목받는다. 실제 매출도 이를 증명한다. 온라인 패션 편집숍 ‘W컨셉’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헤어 액세서리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35% 성장했다. 마케팅본부 김효선 이사는 “뉴트로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곱창 밴드와 머리띠 등 1990년대 스타일 헤어 액세서리의 인기가 높다”며 “특히 곱창 밴드는 커다란 사이즈부터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작은 사이즈까지 다양한 크기 및 소재로 출시되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WJRC) 김다영 선임연구원도 곱창 밴드와 머리띠의 인기를 복고 트렌드에서 찾는다. 김 연구원은 “레트로 열풍이 지속하면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아이템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액세서리 시장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들이 복고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해석해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을 선택, 연출하고 있어 복고 스타일은 앞으로도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누구나 쉽게 연출할 수 있는 곱창 밴드와 머리띠, 보다 아름답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프리랜서 헤어 스타일리스트 박수정 실장은 “곱창 밴드는 곧은 생머리보다 곱슬머리에 느슨하게 묶어 조금 흐트러진 스타일로 연출하는 것이 멋스럽다”고 조언한다. 긴 머리에 잘 어울리지만 짧은 머리라면 가볍게 묶고 미쳐 묶이지 않아 남는 머리카락은 굳이 정돈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놔두는 것이 요령이다. 머리띠는 반대로 차분한 긴 생머리에 잘 어울린다. 박 실장은 “두툼한 머리띠 자체에 힘이 있기 때문에 머리띠 외의 다른 부분에서는 힘을 빼주는 것이 좋다”며 “굳이 올백으로 넘기지 않고 가르마를 살려 정돈한 다음 그 위에 얹어 연출하면 얼굴형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지연기자yoo.jiyoe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실시간
BEST
joongang
채널명
중앙일보
소개글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