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모술수 걔'로 우영우서 눈도장, 배우 주종혁 뜻밖의 과거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 견제하는 권민우 역 주종혁
ATM 기기를 다루는 회사의 사건을 함께 맡게되면서 사사건건 우영우를 견제하던 권민우는 재판이 끝난 뒤 법정에서 우영우와 입씨름을 벌인다. "이 무슨 우당탕탕 우영우도 아니고?" "이 권모술수 권민우가!!" 라고 맞붙는 장면 이후 주종혁은 본명, 혹은 '권민우' 보다 '권모술수'로 더 많이 불렸다. 사진 ENA |
“'권모술수', 너무 감사한 별명이죠. 근데 평생 권모술수이면 안 되지 않을까요?”
18일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 채널)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 주변에는 정명석 변호사(강기영), 최수연 변호사(하윤경) 등 우군이 많다. 하지만 우영우를 시기·질투하고 견제하려는 인물 또한 존재한다. 우영우와 같은 신입 변호사 권민우다.
“이 무슨 우당탕탕 우영우도 아니고?” “이 권모술수 권민우가..!”결국 우영우와 권민우가 맞붙은 장면 이후 권민우는 ‘권모술수 걔’라는 말로 불린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BH 사옥에서 만난 권민우 역의 배우 주종혁(31)은 “그 후로 본명 주종혁, 캐릭터 권민우보다 ‘권모술수’로 더 많이 불렸다. 촬영장에서도 ‘권민우’ 대신 ‘권모술수’를 줄여서 ‘권모 씨’로 불릴 정도였다”며 “너무 감사한 별명이고 연기하면서 이런 기회가 많이 없을 것 같지만, 그 별명이 평생 따라다니는 것보단 새 작품으로 새 별명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민우 40% 이해… 굳이 저렇게까지 치사하게?"
주종혁은 2019년 카카오M 통합오디션을 1등으로 통과하며 BH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다. 그는 "당시 스물아홉이라 나이도 많았고, 어리고 잘생긴 가능성있는 친구들 많을테니 그냥 업계에서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서 가본 오디션이었다"고 돌이켰다. 사진 BH엔터테인먼트 |
극 중 자기도 모르게 살짝 이를 악문 듯 말하는 권민우의 모습에 작가가 "권민우 그 자체"라고 말했을 정도로, 주종혁은 '권모술수 권민우'를 완벽하게 그려냈지만, 정작 본인은 "권민우의 심경을 40%쯤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우영우가 돌발적인 변론으로 재판을 망치거나, 무단 결근을 하는 지점에서는 ‘나는 열심히 하는데 쟤는 저렇게 하고도 왜 아무 벌을 안 받지’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우영우를 깎아내리려) 너무 치졸한 방법을 쓰는 건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고 했다. '우영우를 강한 경쟁자로 생각해서 견제하고 질투한다는 점에서 권민우는 편견이 없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평가에 대해선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해석인데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했다.
권민우는 한 보험사의 부당해고 사건과 관련해 중요한 정보가 담긴 서류를 우영우에게 슬쩍 건네고, 그 서류를 다시 빼내 상대편 변호사에게 보내는 치졸한 술수도 썼다. 주종혁은 "이 장면을 찍으면서 엄청 욕먹겠구나 예상했었다"고 했다. 사진 ENA |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12화에서 우영우에게 재판에 관한 결정적 사실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주종혁은 “우영우가 대사 없이 표정으로만 반응하는 긴 장면이라 우영우 반응을 보면서 말을 덧붙일 타이밍을 혼자 다 조절해야 했다”며 “너무 하수처럼 보이지도 않고, 얼핏 진실 되게 보이기도 하는 그 선을 타기가 어려웠다”고 돌이켰다.
내성적인 태권보이, 바텐더 하다 배우의 길에 접어들다
디테일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지만 주종혁은 “어릴 땐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배우라는 직업도 자신의 인생 플랜에는 없었다. 태권도 선수를 꿈꾸던 그는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14살 때 필리핀 유학을 갔고, 이후 뉴질랜드로 옮겨가 공부하던 중 21세에 군에 입대했다. 태권도 4단 자격증 때문에 특공대로 차출된 그는 영어 통역병 역할을 맡기도 했다. 제대 후 바텐더가 되기 위해 일하던 바에서 손님의 제안으로 우연히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그는 2015년 단편영화 '몽마'로 데뷔했고, 2019년 카카오M 통합 오디션에서 7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위를 하며 BH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다.
"피드백에 상처 받지 않고 부족한 점 고쳐 나간다"는 멘탈 튼튼 신인
'유미의 세포들'에서 구웅(안보현)의 절친인 루이를 연기할 때는 일부러 눈에 힘을 더 풀고, 입도 더 내밀고 멍한 표정을 연출했다. 주종혁은 "권모술수 권민우와 멍한 루이 중 하나만 고르라면 둘 다 별로라서 못 고르겠다"면서도 "집에 있는 편안한 모습의 인간적인 권민우를 고르겠다"고 했다. 사진 tvN |
연기에 입문했을 때 다른 연기자와 비교하며 자책도 많이 했지만, 어느 순간 “어릴 때부터 연기해온 저들이 노력한 시간을 내가 단숨에 따라잡을 순 없다,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오디션을 일 년에 40~50개 씩 봤는데, 점점 합격 빈도가 늘어났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D.P.' 이후 MBC '검은 태양', tvN '해피니스', 티빙 '유미의 세포들' 등의 작품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얼굴을 노출시켰다.
그의 연기 스승은 주변 사람들이다. 8년 째 함께 사는 배우 이홍래를 비롯해 데뷔 초 만난 연극영화과 친구들, 작품을 함께 한 감독과 배우들에게 늘 피드백을 묻는다. 주종혁은 "드라마를 하면 항상 아쉬웠던 부분은 없는지 물어보는데, 최근 작업한 감독님들은 좋은 피드백만 줬다"며 "피드백에 상처 받지 않는 편이라, 듣고 미진한 점을 보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인상깊게 봤다는 그는 "구씨(손석구) 역할이 제 로망이지만, 실제로는 염창희(이민기) 역을 맡을 것 같다"며 “‘유미의 세포들’의 루이도 진짜 현실 친구 같고, ‘우영우’의 권민우도 회사에 있을 법한 인물 같다는 칭찬이 되게 좋았다. 편안하고 현실적인 연기를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소처럼 일했지만 일이 즐거워서 소진되는 느낌이 없었고, 오히려 촬영장에서 에너지를 받고 왔다"며 “아직 안해본 게 더 많으니, 여러가지 새로운 모습으로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