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산 경찰도, 도와준 시민도 당혹···'인천 장발장'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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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장발장 사건’의 주인공 A씨(34) 사연의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은 10일 A씨가 아들(12)과 함께 인천시 중구 한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치다 적발된 뒤 마트 주인의 선처를 받는 과정에서 A씨의 사정이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29일 보건복지부와 인천 중구청 등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9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다. A씨가 부정맥, 당뇨, 갑상선 질환 등으로 택시 기사를 그만두면서 그의 가족은 생계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그는 현재 인천시 중구 한 임대 주택에서 두 아들(12·6세), 어머니(58)와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생계·주거·의료 급여를 합쳐 한 달에 150만원 가량을 받고 있었다. 집 관리비와 병원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고 나면 남는 돈은 없었다고 한다.
결국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는 선택을 했다. A씨의 범행은 적발됐지만 사정을 들은 마트 주인은 선뜻 선처를 결정했다.
경찰은 이들을 훈방하고 A씨 부자를 근처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대접했다. A씨의 사연을 우연히 듣게 된 한 시민은 현금 20만원이 든 봉투를 그에게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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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과거 행적 의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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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인천 중구청 등에 A씨를 돕고 싶다는 요청이 잇따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A씨의 소득 수준 등 후원 요건을 해당 지자체에 확인한 뒤 그에 대한 후원금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A씨가 단순히 몸이 아파서 택시 기사를 그만둔 것이 아니라 기사 시절 여러 문제가 불거져 일을 그만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때문에 경찰과 구청 등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해 A씨에게 국밥을 사준 인천중부서 영종 지구대 소속 이재익 경위는 “A씨에 대한 의혹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면서도 “상황이 이상한 것은 알지만 A씨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싶다’고 한 말을 믿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 경위는 “훔친 물품의 가격이 경미한 상황에서 A씨 부자의 사연을 듣고 마트에서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가정 형편이 안 좋다고 해서 도움을 주려 주민센터를 찾아갔다가 A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 본인이 일해서 돈을 벌겠다는 의사를 밝혀서 주민센터로 연결해준 것”이라며 “당장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밥 사주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 국밥을 사줬다”고 덧붙였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당시 A씨가 밥도 못 먹었다고 하니까 경찰도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았던 것”이라면서 “만약 사전에 이 사람의 의혹에 대해 알았다면 마트에서도 처벌을 요구했을 테고, 경찰도 훈방조치를 안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의 사연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A씨 후원과 관련해 당혹스럽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A씨의 아이를 위해 카페 회원들과 간식과 장난감, 필기도구를 구입해 후원했다고 밝힌 한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은 “A씨 사연에서 내가 사실이라고 주장했던 부분이 거짓인 것으로 밝혀진 것 같다”며 “다시 한번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 죄송합니다”고 적었다.
경찰은 A씨가 입건되지 않은 만큼 그의 과거 행적 등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A씨를 훈방 조치한 것은 같이 있던 A씨 아들을 고려한 것이었다”면서도 “만약 마트 주인이 마음을 바꿔 처벌을 요구한다면 A씨는 경범죄로 즉결심판에 넘겨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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