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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한국인 AI인재 50명, 5억 받는데 1억 주는 한국 오겠나"

[인터뷰] 정송 KAIST 초대 AI대학원장

연구에 활용 가능한 컴퓨터 파워

구글 인턴이 한국 교수의 10배


교수 정원 20명 중 12명 못 뽑아

7명은 교내 전자공학, 전산학부

"AI대학원 수 늘리지 말고 개별 지원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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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대학도 정부도 온통 ‘인공지능(AI)’으로 달아 오르고 있다. ‘모든 길은 AI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로 떠오른 때문이다. 기업은 당장 글로벌 AI 경쟁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처지다. 대학은 그런 경쟁을 이끌 연구를 하고 인재를 길러야 한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AI를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장’은 어떨까. 국내 AI대학원 중 지난 9월 가장 먼저 개교한 대전 KAIST를 지난 26일 찾았다. 캠퍼스 북쪽 끝 ‘N24’건물 3층에서 정송(55) KAIST 초대 AI대학원장을 만났다. 그의 얼굴에는 국내 최고의 AI 인재를 육성한다는 자부심과 AI를 연구하고 가르칠 교수를 확보하기 위한 스트레스가 교차했다.


Q : -주요 대학마다 AI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들었다. KAIST는 어떤가.


A : “어려움이 많다. 교수 정원 20명 중 8명을 우선 뽑았는데, 이중 7명이 KAIST 교내 전기전자공학부와 전산학부 교수들이다. 나머지 한 명은 외부에서 어렵게 모셔왔다.”(KAIST가 스카웃한 외부 교수는 울산과기원(UNIST)의 최재식 인공지능연구센터장이다. UNIST는 최근 국내 대학간 AI인재 확보 전쟁에서 핵심 전공 교수들을 빼앗겨버렸다. 울산이라는 지리적 위치와 신생 대학이란 점이 교수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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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다른 대학이나 과에서 AI전공 교수를 뽑아오면 KAIST AI대학원은 좋겠지만, 다른 곳은 교육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텐데.


A :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해외 인재들이 한국으로 오는 것을 꺼려하다보니 국내 대학이 일부 피해를 보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공계에서는 이미 대학간 이동이 활발해지고 경쟁체제가 됐다. 각 대학이 어떻게든 좋은 사람을 끌어안기 위해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선은 아니지만,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다.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Q : -해외 AI인재들이 얼마나 되나. 그들을 데려올 수 없나.


A : “사람 모이는 곳이면 전세게 어디든 다녀오고 있다. 미국 구글 리서치에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컴퓨터 연구자가 500명이 있다. 이중 10%(50명)가 한국인이더라. 그들의 나이는 대부분 30대 초중반, 박사학위를 딴지 얼마 안된 사람들이다. 인공지능이란게 여러번의 암흑기를 거쳐 2010년 이후에나 다시 떴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봉이 최소 30만~40만 달러다. 50만달러 이상 받는 경우도 있다. 내년초 구글에서 한 명이 KAIST에 합류할 예정이다. 어렵게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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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구글에서 모셔오려면 연봉을 얼마나 줘야 하나.


A : “국내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학내 규정상 연봉 5억원짜리 구글 AI 박사를 데려와도 1억원도 못주는 게 현실이다. 박사학위를 받은지 얼마 안된 분들은 당장은 조교수 연봉밖에 못준다. 기계적 평등이다. 미국은 같은 대학 내에서도 전공별로 교수 연봉이 천차만별이다. 기업으로 갔을 때 받을 수 있는 연봉을 고려하는 방식이다. ”


Q : -그런데 어떻게 설득했나.


A : “국내로 돌아오는 때는 돈은 포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모셔올 수 있었던 이유는 AI대학원이란 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모국의 톱 대학에 AI인재들이 모인다는 것이 그나마 설득 가능한 포인트다. 해외 AI인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다. 이들이 한국으로 올 경우 연봉 수준 차이 뿐 아니라, 초일류 동료 연구자를 포함해 주류에서 벗어난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AI를 돌릴 수 있는 컴퓨팅파워 환경에도 큰 차이가 있다. 구글의 인턴이 쓸 수 있는 컴퓨터 파워가 한국 교수의 10배 수준이다. 이외에도 한국의 조직 내 위계질서와 연구 자율성 부족, 한국의 팍팍한 삶의 질, 대학과 기업 간 겸직이 불가능한 점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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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AI대학원에는 어떤 학생들이 얼마나 선발되나.


A : “가을학기 학생으로 석사과정 22명, 박사과정 10명을 뽑았다. 경쟁률이 9대1이었다. 박사과정은 일을 같이 해보고 검증된 학생들 중에서 선발하기 때문에 자연히 전부 KAIST 석사를 마친 학생들이 됐다. 석사의 경우 40%는 KAIST 학내에서, 60%는 외부다. 학부 전공은 다양하다. 컴퓨터ㆍ전산 뿐 아니라 화학ㆍ생물 등 이공계 여러 전공자들이 들어왔다. 경제ㆍ경영 전공자도 있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분야에 다양하게 쓰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 선발도 그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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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렇게 인재를 키워놓으면 결국 구글 등 외국 기업들에게 다 빼앗기는 거 아닌가.


A : “맞는 말이다. 결국 이 세계는 시장 구조에 의해서 굴러간다. 내가 부족하면 남한테 뺏긴다. 나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삼성ㆍLG 등 대기업이 A급 AI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대우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맞춰줘야 한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건 옛날 얘기다. 지금까지는 국내 대기업들이 우수 AI인재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미국 뉴욕이나 캐나다 토론토 등에 연구소를 설립해 현지에서 그곳 수준으로 AI 인재를 확보하는 방법을 써왔다.”


Q : -국내에선 희망이 잘 안 보인다는 뜻으로 들린다.


A : “그렇진 않다. 인공지능 분야는 미국과 영국ㆍ중국이 절대 우위에 있긴 하지만, 톱 인재 측면에서는 한국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대학원 선정도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게 성공하려면 AI대학원 수를 늘리는 대신 학교당 지원액을 늘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원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나눠주기식의 AI대학원 사업 확대는 최고급 AI인재 양성이라는 본연의 목적에는 반하는 정책이다.”


대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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