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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10명 강릉펜션 참변···"보일러 연통 분리돼 있었다"

보일러 가스 안 빠져나가 중독 추정

번개탄 등 자살 수단은 발견 안 돼


강릉의 한 펜션에서 남학생 10명이 숨지거나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12분쯤 강릉 저동의 한 펜션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수능이 끝난 남학생들로 모두 10명이었다. 서울 소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펜션에 놀러 간 것으로 추정된다. 발견 당시에는 3명이 사망한 상태였고, 7명은 의식이 없었다. 소방관계자는 “약물 중독이 아니라, 현장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발생한 사건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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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강릉 펜션 외부에 설치된 보일러 통. [중앙포토]

18일 경찰과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펜션에선 보일러 배기가스의 연통이 분리돼 있는 등 문제가 발견됐다고 한다. 보일러의 연통이 실외로 빠져나가 있는 구조인데, 보일러에서 나오는 가스가 실외로 빠져나가지 못해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현장에는 소주병 등 술병들이 발견됐다고 한다. 객실에서 발견된 학생들은 모두 입에 거품은 문 채로 쓰러져 있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연통이 청소가 안 돼 그을음이 내부에 쌓이면 유독 가스 배출이 원활해지지 않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연통 접속부 연결이 헐거워져서 연기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실내로 샜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강릉에서 비슷한 구조의 숙박시설에서 일가족 4명이 잠을 자다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소방당국에서는 이날 오후 1시 12분 신고를 접수한 뒤 112공동대응을 요청했고, 10분 뒤인 1시 22분쯤 구조대와 구급대 등이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 13명, 경찰 4명, 구급대원 등 총 21명이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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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은 자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날 강릉소방서장은 “강릉 펜션 사상자는 자살도 아니고 타살도 아니다”고 전했다. 현장에선 번개탄 등 자살 수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소방 관계자는 “학생들이 아니라 학생들의 부모가 펜션을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이송된 강릉아산병원 등은 고압산소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부상자를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해 다른 병원으로 차례차례 옮기고 있다. 경찰은 펜션 숙박자나 인근 주민 등 목격자를 상대로 조사를 시작했다.


위성욱·손국희·김다영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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