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1만m 상공 나는 여객기···왜 8000m 히말라야 위로는 안 다닐까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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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는 약 9000~1만 3000m 높이로 비행합니다. 항로 거리나 고도별 바람, 또는 바깥 기온 등을 고려해서 적정한 운항고도를 설정한다고 하는데요. 어쨌든 이 정도 비행고도라면 전 세계의 높은 지역 어디든 거리낌 없이 날아다닐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전 세계의 항로 정보를 살펴보면 유독 히말라야 산맥 주변에만 항로가 거의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극히 드물게 히말라야 산맥을 건너가는 횡단항로가 있을 뿐 산맥을 따라 비행하는 종단항로는 없는데요. 만약 종단항로가 있다면 비행기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는 히말라야 산맥은 그야말로 장관일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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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종단하는 항로 없어
항로는 통상 세계민간항공기구(ICAO)와 해당 국가들이 협의해서 설정합니다. 이때 경제적, 외교적 요소와 안전 등 많은 부분을 고려하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히말라야 산맥 위를 나는 항로가 거의 없는 건 어떤 이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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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에 문의해보니 "비상상황 때 대처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답이었습니다. 히말라야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를 비롯해 8000m 넘는 봉우리가 14개나 있는 거대한 산맥입니다.
하지만 여객기의 비행고도는 일반적으로 에베레스트보다도 1000m 이상 높습니다. 봉우리 높이가 비행 안전에 지장을 줄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인데요. 문제는 여러 이유로 인해 기체의 여압이 상실됐을 때 비상 대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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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압 상실 땐 3000m 이하 하강
여압은 높은 고도로 비행하는 항공기의 기내압력을 압축기를 이용해 증가시켜 탑승자가 정상적으로 호흡할 수 있게 해주는 걸 말합니다. 통상 기내 여압은 2440m(8000ft) 정도를 유지하는데요. 백두산(2744m)과 한라산(1947m) 정상의 중간 정도 기압인 셈입니다.
여압에 이상이 생기면 당장 승객들이 숨을 쉬기 어려워집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우선 선반 위에 설치돼 있던 비상용 산소마스크가 내려오게 됩니다. 그리고 비행기는 탑승객들이 산소마스크 없이도 호흡이 가능하도록 고도 3000m 아래까지 하강을 하게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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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나 평지 위를 운항할 때는 아무 곳에서나 최단거리로 고도를 낮추면 됩니다. 그러나 히말라야에서는 높은 봉우리들로 인해 3000m 아래로 하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8000m대는 물론이고 6000~7000m대 봉우리들이 우후죽순 솟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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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선 봉우리 탓 하강 못 해
물론 히말라야 산맥을 벗어나서 3000m까지 하강 가능한 곳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을 순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승객들이 사용하는 산소마스크는 기종에 따라 15분~20분가량 산소를 공급합니다.
참고로 아시아나항공이 운영하는 B777과 A330은 약 22분간 산소가 공급되고, A321은 15분 정도 분량이라고 합니다. 또 조종사 등 운항승무원들이 사용하는 산소마스크는 2시간가량 지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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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시속 900㎞가량인 비행속도를 고려하면 이론적으로는 위험지대를 서둘러 벗어나기에 가능한 시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다른 이유 등이 겹쳐 위험지대 탈출이 어렵고 하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된다면 그야말로 낭패를 면키 어려울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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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지대 운항할 땐 산소 더 실어
이 때문에 굳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히말라야 산맥 위를 나는 항로를 개설할 필요는 없다는 게 항공사들의 설명입니다. 항공사들은 히말라야 산맥 정도는 아니더라도 고도가 상당히 높은 지대를 지나는 항로를 운항할 때는 '고산지대 회피절차'라는 걸 적용합니다.
인천공항을 기준으로 하면 이스탄불(터키), 알마티(카자흐스탄),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노선 등이 해당하는데요. 이들 노선을 운항할 때는 만약 여압 상실이 발생하면 높은 장애물을 피해서 3000m 이하로 내려가는 회피항로를 따라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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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최단거리로 하강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비행시간이 더 길어져 일반적으로 준비하는 산소량보다 많은 산소가 필요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이들 노선을 운항하는 여객기에는 산소를 평소보다 더 탑재한다고 합니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고려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새삼 인상적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 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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