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빠앙" 열차 출발할 때 울리는 까닭…기적 소리에 담긴 뜻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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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앙."
역에서 승객을 모두 태웠거나 화물을 다 싣고 출발하려는 열차는 2초가량 이런 기적소리를 한차례 냅니다. 준비가 다 돼서 이제 떠난다는 걸 기차역 관계자들과 승객에게 알리는 건데요.
이 같은 기적소리는 기관사가 임의로 내는 게 아니라 열차 운영사에서 마련한 '운전취급규정'에 따른 겁니다. 운전취급규정은 상위 규정인 국토교통부의 '철도차량운전규칙'에 근거해서 열차 운영사별로 만든다고 하는데요.
철도차량운전규칙에는 열차가 기적소리를 내는 때를 ▶위험을 경고하는 경우 ▶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로 정해놓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열차를 운행하는 과정에서 적용하기에는 다소 모호해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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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보통, 길게...3가지 기적 길이
그래서 열차 운영사별로 기적소리를 사용하는 때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코레일의 운전취급규정을 보면 상황별로 10여 가지 기적소리 패턴이 정리돼있는데요. 기적 소리는 짧게(0.5초), 보통(2초). 길게(5초) 등 3가지 길이로 구성됩니다.
열차는 역 진입 전에 5초간 기적소리를 낸다. [연합뉴스] |
이 중 몇 가지만 알고 있어도 지금 열차가 어떤 상황인지, 어디쯤인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우선 열차가 역에 진입하기 전에는 "빠아앙"하며 5초간 길게 기적소리를 한차례 내는데요. 열차가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란 의미인 셈입니다.
철도 건널목에 진입하기 전에도 5초가량 기적소리를 한번 울리는데요. 열차가 곧 지나갈 예정이니 건널목 주변의 행인과 차량은 각별히 주의하라는 요청을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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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 진입하기 전 5초간 길게
간혹 열차가 "빵 빵 빵 빵"하며 짧게 여러 번 기적소리를 크게 낼 때가 있습니다. 이는 열차가 운행 중인 철로 위에 사람이나 동물, 차량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빨리 철로에서 벗어나라는 경고를 보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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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널, 교량, 곡선 등으로 앞쪽 선로의 확인이 어려운 지점 중에서 기적을 울릴 필요가 있는 곳에 기적표지가 설치된 경우 기관사는 이를 확인하면 역시 기적을 울려야 합니다. 뒤쪽에 열차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겁니다.
일부 철도 관련 홈페이지에서는 ▶열차가 멈추기 직전-짧게 한번 ▶플랫폼 진입할 때-길게 한번 ▶열차가 달리기 전-길게 두 번▶철도 건널목 진입 20초 전- 짧게 4번 기적소리를 낸다고 소개하기도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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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혼과 저음혼 2개가 한 세트
이는 영미권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적 패턴으로 국내에서 적용하는 규정과는 다르다는 게 코레일 설명입니다.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철도가 도입됐기 때문에 일본 영향이 크다고 하네요.
열차에는 2개의 기적이 함께 설치됩니다. 큰 소리를 내는 고음혼과 작지만 멀리 퍼지는 음을 내는 저음혼이 그것인데요. 이 중 저음혼은 응급상황이 아닌 관제 용도로 신호를 보낼 때 흔히 사용하기 때문에 '관제기적'이라고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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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에 설치하는 기적도 까다로운 성능 기준이 있는데요. KTX 등 고속열차에 다는 기적은 작동 때 최대값이 철도 차량의 전방 30m에서 100dB(데시벨) 이상의 음향을 갖춰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100dB은 지하철이 운행하는 소리나 콘크리트 벽에 망치질하는 소리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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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m 전방에서 100dB 이상 음향
올해 초 중앙선에서 첫선을 보인 KTX-이음은 성능 기준이 조금 다른데요. 5m 전방에서 120dB 이상의 음향을 갖춰야 합니다. 120dB은 귀에서 통증을 느낄 정도의 소음이라고 하네요.
KTX 등 고속열차의 기적은 동력차 앞에 설치되는데 내부에 있기 때문에 밖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디젤기관차의 경우 기관실 지붕 위에 달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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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의 경우 열차 기적은 위급상황을 알리고 위험을 경고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고장이 나서 기적을 사용할 수 없을 때는 동력차를 교체토록 하고 있습니다. 또 동력차를 바꾸기 위해 가장 가까운 기차역까지 이동할 때는 속도를 크게 줄여 시속 30㎞로 달려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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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주변에선 기적 사용 자제
그런데 이렇게 소리가 큰 열차 기적을 인구 밀집 지역에서 자주 울린다면 아무래도 주민 생활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래서 수도권 등 주택밀집 지역에서는 가급적 고음혼 사용을 자제한다고 합니다.
코레일의 우태욱 열차기획처 차장은 "주택가 인근 등에서는 가능하면 기적 대신 무전 등으로 대체하고, 꼭 기적을 사용해야 할 때는 상대적으로 소리가 작은 관제기적을 사용한다"며 "하지만 위급상황에서는 고음혼을 울린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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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듣고 지나치던 열차 기적 소리에도 다양한 의미와 배려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습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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