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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저렴한데 예쁘다···페트병 16개로 만든 니트 백

‘착한 소비’ 이끄는 왕종미 대표

버린 페트병에서 뽑은 실로 제작

감각적 컬러·디자인으로 큰 호응

쓰레기 줄이는 택배 포장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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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必)환경의 시대다. 재앙이 돼버린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줄여야한다는 ‘제로 웨이스트’ 외침이 커지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컨서스 패션(conscious fashion·의식 있는 패션)이 트렌드다. 업체는 소재 선정부터 제조 공정까지 친환경경적이고 윤리적인 과정을 거쳐 생산된 제품임을 앞세우고, 소비자는 사회적으로 좀 더 ‘의식 있는’ 소비를 선호하는 트렌드다.

왕종미(40) 대표가 이끄는 ‘플리츠마마’는 ‘폐 페트병(500㎖) 16개로 만든 가방’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론칭 후 지금까지 1만2000개의 가방을 팔아치웠다. 대표를 포함해 직원 수는 고작 4명. 하지만 유명 온라인 쇼핑몰과 백화점에도 입점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미 수많은 업사이클링·리사이클링 브랜드가 있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플리츠마마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그 이유가 뭘까.


-폐 페트병으로 가방을 만들게 된 계기는.


“니트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지난해 그곳이 문을 닫았다. 공장에 남은 울·캐시미어 원사가 너무 아까웠다. 부피로는 7t, 액수로는 7~8억원 어치였다. 버리는 데도 돈이 든다더라. 남은 원사로 스웨터를 만들 생각이었지만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엔 원사의 양이 애매했고, 계절도 이미 여름으로 들어선 터라 아예 색다른 소재를 찾게 됐다. 버려지는 자원이 아까워 결국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정체성을 잡게 된 것이다.”


-새로운 소재로 찾은 것이 폐 폐트병 원사인가.


“효성티앤씨가 10년 전부터 폐 페트병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테르(이하 폴리) 원사인 ‘리젠사’를 만든다는 걸 알았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나이키·파타고니아 같은 글로벌 기업이 연간 10만t씩 사가는 소재다. 주로 등산복이나 운동화를 만드는 데 쓴다. 일반 폴리 원사보다 가격은 비쌌지만 우리 정체성과 맞았고, 품질도 검증된 터라 제격이었다. 알고 보니 리젠사는 염색 시 발색력도 훨씬 좋았다. 효성티앤씨에서도 몰랐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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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치고는 선명하고 밝은 색이 ‘신의 한수’였다.

“옷을 매일 갈아입을 때마다 가방도 매일 바꿔들고 싶은 게 여자의 마음이다. 하지만 가죽가방은 너무 비싸고, 그래서 가볍고 저렴한 가격의 니트 백을 생각했다. 이왕이면 검정·회색·베이지 정도가 전부인 옷차림에 활력소가 되는 컬러 포인트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가방을 매일 바꿔들 수 있는 ‘기분 좋은 백’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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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기법도 친환경 제품을 고민한 결과라고 하던데.


“옛날에 우리 어머니들이 털실 바지를 풀러 끓는 주전자 김 앞에서 실을 곧게 펴고, 이걸로 조끼나 장갑 등을 짜주시던 기억을 떠올리면 쉽다. 니트는 풀어서 다시 쓸 수 있는 데다, 제품을 만들면서 한 판으로 짜니까 가위로 잘라서 버리는 쓰레기가 없다. 우리의 생산 기본 원칙은 ‘한 장’이다. 조각으로 잇지 말고, 한 장으로 모든 걸 끝낼 수 있도록 디자인하자. 즉, 제로 웨이스트 제품이다. 가방 줄이 11자 모양이 아니고 X자 모양으로 꼬인 것도 그 때문이다. 최대한 실이 버려지지 않게 한 판으로 가방 몸통과 끈을 만들고 나머지 한 줄의 끈만 이어 붙인다. 요즘 일본의 니트 기계 회사들은 3D 프린팅 기법을 활용한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한 가닥의 실을 계속 쌓아올려 입체 형태를 만들고 여기에 강화제를 사용해 굳히는 방법이다. 어머니 세대가 사용했던 오래된 직조 방법이 미래지향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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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택배 포장도 독특하다.

“일반 택배에서 사용하는 박스·폴리백·뽁뽁이 등을 줄여보자 고민했다. 소재, 디자인, 제작방법이 친환경적이니 포장에서도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일단 포장 쓰레기를 줄일 수 있지 않나. 수소문해서 찾은 게 지금의 자가 접착 완충포장지다. 자동차 대시보드, 범퍼 등을 포장할 때 쓰는 건데 내용물을 감싸고 양쪽 면을 붙이기만 하면 된다. 다행히 반응이 좋다. 다들 ‘맛있는 빵을 선물 받는 기분’이라고 하더라. 단점은 역시나 비싸다는 것. 박스·폴리백·뽁뽁이 모두를 합친 것보다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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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에 대한 인식이 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는 이중잣대가 늘 부담이었다. 재활용 소재의 제품을 구매했다고 하면 ‘개념 있는 척 한다’고 꼬아보고, 쓰레기 한 장이라도 버리나 감시하는 풍조가 있어서 업사이클링 브랜드로선 힘든 점이 많았다. 요즘은 친환경으로 가는 ‘과정’을 의미 있게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이것부터 시작하자’는 작은 외침들이 많아진 거다. 우리도 페트병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재활용 소재를 찾아 디자인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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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가방을 만들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고 하던데.

“리젠사를 만드는 원료인 페트병 칩을 일본에서 수입한다고 들었다. 우리의 분리수거가 아직 선순환을 못한다는 증거다. 주부들이 열심히 페트병을 분리수거하지만 뚜껑, 몸체(페트), 필름 3가지를 모두 해체해서 버려야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적다. 또 그렇게 해서 분리수거를 하더라도 결국 플라스틱이라는 커다란 자루에 함께 휩쓸려 소각되거나 버려지는 게 우리의 현 재활용 시스템의 문제다. 업체는 뚜껑을 벗기면 플라스틱 링이 함께 빠지도록, 필름에는 접착제를 쓰지 않아서 잘 벗겨지게 만들어야 한다. 또 가장 재활용 장점이 큰 페트병만이라도 수거를 따로 하는 재활용 선순환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한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플리츠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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