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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자리가 아이디어 뺏는 떡밥이냐" 뿔난 취준생들

최근 신발 브랜드 ‘컨버스’가 디자인 표절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미국 일간지 뉴욕포스트는 플로리다 출신 디자이너 세실리아 몽쥬(22)가 올린 고발 동영상을 5월24일 보도했습니다. 몽쥬가 숏폼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에 올린 영상에는 컨버스가 자신의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몽쥬는 2019년 컨버스에 인턴십을 신청하면서 자신의 디자인이 담긴 포트폴리오를 첨부해 제출했습니다. 몽쥬가 인턴십에 냈던 포트폴리오는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신발 디자인이었습니다. 여러 색상과 곡선으로 이뤄진 게 특징입니다. 몽쥬는 인턴십에서 떨어졌고 회사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신발 브랜드 '컨버스'가 표절 논란을 겪고 있다. 표절 논란 제기한 세실리아 몽쥬. /틱톡 캡처

컨버스가 출시한 '척 70' 시리즈. /컨버스

2년 뒤 몽쥬는 컨버스에서 출시한 ‘척 70’시리즈 일부가 자신이 제출했던 포트폴리오와 비슷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컨버스도 국립공원에서 영감을 얻어 ‘척 70’을 디자인했다고 했습니다. 몽쥬가 올린 영상을 보면 두 신발의 색상과 무늬가 유사합니다. 몽쥬는 “이게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대기업들이 작은 디자이너들로부터 아이디어를 훔치는 건 불행한 일”이라고 분노했습니다. 

이 영상은 250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퍼졌습니다. 이를 본 네티즌은 “두 신발의 콘셉트가 비슷하다. 표절이 확실하다” “인턴의 디자인을 베끼지 말라”고 비판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컨버스사는 “절대 표절이 아니다. 이 컨셉과 디자인은 우리가 몽쥬의 포트폴리오를 받기 전에 완성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상품 기획부터 개발까지 일반적으로 12개월에서 18개월 정도가 걸린다. 몽쥬가 지원서를 지원하기 전부터 기획한 상품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인턴십 신청서에 포트폴리오 첨부를 요청하지도, 구직자의 포트폴리오를 공유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컨버스의 해명에도 몽쥬는 “대기업이 힘없는 개인 또는 소기업 디자이너의 작품을 표절하는 건 흔한 일이다. 이런 일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유명 명품 브랜드·국내 대기업에서도 비슷한 논란

이와 비슷한 표절 논란은 작년 프랑스의 유명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작년 7월 독일의 패션 디자이너 짜 미 응우엔은 발렌시아가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베를린 예술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응우엔은 “2019년 졸업 패션쇼 때 발렌시아가 채용 담당자가 찾아와 인턴 기회를 주겠다면서 포트폴리오를 요구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두 차례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제출했습니다. 다양한 옷으로 오토바이를 장식한 작품이었습니다. 

응우엔 졸업작품. /응우엔 인스타그램 캡처

발렌시아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발렌시아가 인스타그램

수정되기 전 프로스펙스 오리지널 로고 디자인 공모전 포스터에는 '수상작에 대한 모든 권한은 주최측에 귀속된다'는 문구가 있다. 논란 이후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 /프로스펙스

이후 몇 개월 동안 연락이 없자 탈락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 발렌시아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포트폴리오 작업물과 비슷한 사진이 올라온 걸 알았습니다. 미국 매체 CNN 등이 이를 보도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발렌시아가 측은 “베트남에서 자동차 위에 옷을 올려놓고 판매하는 모습에 영감을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2016년 카카오가 취업준비생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며 피소됐습니다. 당시 모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정씨는 카카오가 2015년 선보인 ‘샵검색’과 ‘오픈채팅’ 서비스 내용이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카카오를 상대로 2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카카오의 ‘샵 검색’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다음의 검색기능을 결합한 서비스입니다. 대화하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채팅방에서 바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2014 다음 신입 공채’에 지원했지만 탈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2030을 위한 모바일 콘텐츠 전략과 실행안’이란 제목의 기획안을 제출했습니다. 2년 후 정씨는 카카오가 6월 30일 출시한 ‘샵 검색’과 ‘카카오검색’, ‘카카오채널’ 등의 서비스가 자신의 기획안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면서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당시 정씨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운영하던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 안에 검색포털 다음을 결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검색포털 접근이 가능하도록 만든 서비스를 제안한 겁니다. 

이런 주장에 카카오 측은 “도용했다고 주장하는 기획안 내용과 카카오의 샵검색 등은 서비스 측면에서 다른 점이 많아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합병 전 있었던 일로 정씨가 제출한 자료나 기획안은 이미 폐기한 상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아이디어만 가로채는 공모전이라는 비판도

취업준비생들은 기업이 공모전, 인턴 등 취업 과정에서 지원자의 아이디어를 얻는 데만 열을 올린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공모전을 연 뒤 일부러 상을 주지 않고, 아이디어만 빼간다는 겁니다. 새로운 아이템 구상에 필요한 인재를 모집하고선 소정의 활동비만 지급하는 식입니다. 실제로 2017년 11월 프로스펙스가 전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오리지널 로고 디자인 공모전을 실시했습니다. 당시 ‘수상작에 대한 모든 권한은 주최측에 귀속한다’는 조건을 걸었다가 뭇매를 맞았습니다. 대학생의 아이디어를 ‘인턴십 기회’, ‘상금 200만~300만원’ 등에 가로채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논란이 일자  ‘응모한 작품의 저작권은 응모자에게 있고, 필요시 응모자와 협의해 LS네트웍스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규정을 바꿨습니다. 한 취업 컨설턴트는 “취준생의 절박함을 이용해 아이디어만 가져가는 것은 분명한 도용”이라고 했습니다. 

입사 지원할 때 냈던 포트폴리오 등에 담긴 아이디어가 도용 당했다면 법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채용절차법 제4조제4항을 보면 구인자는 구직자에게 채용서류 및 이와 관련한 저작권 등의 지식재산권을 자신에게 귀속하도록 강요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응모한 창작물을 그대로 베낀 수준이라면 응모자가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 도용을 교묘히 하면 법으로도 보호받기 어렵다고 합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응모한 아이디어를 기업이 활용했다고 해서 반드시 저작권 침해라고 인정받긴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 정부도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는 상황입니다. 특허청은 개정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4월21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나 개인이 공모전 등에 제안한 아이디어를 주관기관이 무단으로 사용하면 피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아이디어 탈취행위 등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시정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위반행위자의 인적 사항, 위반 사실과 시정 권고 내용을 알릴 수 있습니다. 김용래 특허청장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타인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근절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건전한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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