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쓴맛 보고 만든 000로 연 6억 벌어요"
레드로즈빈 대표 한은경씨
연매출 3000만원→6억
당중독자들 위한 건강 ‘팥콜릿’
당뇨를 앓던 엄마가 쓰러졌다. ‘당중독’이 원인이었다. 홀로 딸을 키우며 고된 일을 견디는 동안 습관처럼 먹던 초콜릿을 먹었다. 딸은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에 팔을 걷어붙였다. 약용식물도감부터 한의원 자문까지 발품을 팔아 몸에 좋은 단맛을 연구했다. 당뇨와 비만 치료에 효과가 있으면서도 단 맛이 강해야 했다. 찾아낸 답은 ‘팥’이다. 팥을 덖어 팥차를 우렸다. 남은 팥 앙금으로는 ‘팥콜릿’(팥+초콜릿)을 만들었다. 엄마를 치료한 건강 디저트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팥차 제조 기술로 특허까지 받았다. 서울시도 반해 관광상품으로 지정했다. 건강 디저트 브랜드 ‘레드로즈빈’ 한은경(35) 대표의 이야기다.
레드로즈빈 한은경 대표. /레드로즈빈 제공. |
한 대표는 상담 교사를 꿈꾸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엄마를 보살피기 위해 휴학을 택했다. 이후 개발한 팥콜릿이 주변의 호응을 받아 본격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팥초콜릿이 어머니에게 위로가 됐어요. 가정형편이 어려워 힘들게 일하던 엄마가 경험한 행복을 나누고 싶었어요. 저처럼 부모님이 아픈데 혼자 막막한 친구들이 있을거에요. 그 친구들한테도 귀감이 될 수 있으니 창업을 결심했어요.”
엄마를 향한 간절함 담긴 디저트
레드로즈빈은 ‘팥과 장미’를 의미한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와의 추억을 담아 ‘레드로즈빈’이라고 지었다. 실제 특허 받은 팥차에는 팥과 현미, 장미열매 등 몸에 좋은 식재료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직접 만든 디저트 속에 엄마를 향한 그녀의 간절함이 담겼다.
“레드로즈빈은 건강한 단맛을 선물하자는 모토로 먹거리를 만들고 있어요. 해외에서 수입하는 카카오와 사탕수수를 제외하고 모든 재료는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합니다. 팥은 직접 농촌봉사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은 전라남도 함평 농가에서 수확해 가져와요.”
한 대표가 개발한 주력 제품 ‘팥콜릿’(bit.ly/3cr2S50)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초콜릿과 다르다. 팥이 주재료로 쓰인다. 팥에 카카오와 꿀, 우유 등을 혼합하는 식이다. 당분 함량은 일반 초콜릿의 14분의 1 수준이다.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다. 팥 앙금은 수분으로 이루어진 반면, 초콜릿의 적은 수분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직접 수십번 저어가며 수제로 만든다고 한다.
레드로즈빈 ‘서울팥콜릿’. /레드로즈빈 제공. |
레드로즈빈 ‘서울팥콜릿’. /레드로즈빈 제공. |
단 것을 끊지 못했던 한 대표의 어머니는 초콜릿 대신 팥콜릿을 찾았다. 혈당 수치가 점점 정상 범위를 되찾기 시작했다. 부종도 눈에 띄게 빠지고 있었다.
“당뇨라는건 완치는 없고, 평생 식단조절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병이에요. 당중독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일반 초콜릿 대신 각설탕 기준으로 당분이 14배 정도 낮고, 영양이 풍부한 팥이 들어있는 팥초콜릿을 권하고 있죠.”
팥과 초콜릿은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조합같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달다는 점이다.
“약용식물도감을 공부할 때 우리나라 곡물 중에 가장 단맛을 강하게 내는 것이 팥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실제로 팥차를 끓여 마시거나 재료 본연의 맛을 보면 은은한 단맛이 나요.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가 실제로는 많이 달지 않은 것처럼요.
팥콜릿은 팥을 낯설어 하는 외국인들도 좋아해요. 맛에 있어서 이질감이 없거든요. 초콜릿 맛인데 질감은 팥앙금이죠.”
레드로즈빈 '쑥콜릿'. /레드로즈빈 제공. |
레드로즈빈 '안정사탕'. /레드로즈빈 제공. |
한 대표가 만든 디저트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다. ‘쑥콜릿’은 생리통이 심한 친척동생을 위해 처음 제품 개발했다. 여성에게 쑥이 좋을 뿐더러 생리 기간에는 단 것이 많이 생각난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안정사탕’도 출시했다. 할머니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든 사탕이다. 치매를 앓았던 할머니는 요양시설에 입원했지만, 코로나19로 대면 면회가 불가능해지면서 그리운 마음을 사탕으로 전했다. 정신을 안정시키는 허브인 캐모마일과 자일리톨, 포스트바이오틱스 유산균, 동결건조 로열젤리 분말을 넣어 만든 무설탕 수제사탕이다.
2017년 본격 자리잡은 레드로즈빈은 사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매출이 매년 두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 2017년에는 매출이 30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6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연매출이 꾸준히 증가한 배경에는 높은 재구매율이 있다. 일단 제품을 맛보면 그 다음부터는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온라인몰(bit.ly/3cr2S50)에서도 인기다.
“대부분이 재구매 고객분들이에요. 단 것을 좋아하지만 건강도 함께 고려하는 분들이 주로 찾고 있어요. 선물하기 좋아서 명절이나 발렌타이데이 등에 주문이 많이 몰리는 편이죠. 해외에서도 ‘헬시(healthy) 초콜릿’으로 알려지면서 수출 제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팝업요정’이 되기까지…
한 대표는 초콜릿을 만드는 데 사용한 팥차로 특허를 받았다. 국제특허법률 변리사는 그녀의 효심에 감동해 무료 변리를 자처했다고 한다.
“PPT를 10장 정도 만들어 찾아갔어요. 멀리서 허름한 친구가 찾아왔으니 꺼림칙하셨을 거에요. 특허는 애들 장난이 아니라고 하셨죠. 준비해온 자료를 적극적으로 보여드렸어요. 확인하신 뒤에는 가능성이 있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죠.
식품 특허는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요. 조언에 따라 팥차를 제조하는 모든 과정과 섭취 기록, 어머니의 혈당이 낮아진 과정들을 세세하게 기록했죠. 제가 특허를 낼 수 있었던 강점은 팥을 다른 재료들과 혼합해 부담없이 먹을 수 있도록 해서였어요. 기존 팥으로 만든 제품은 대부분 한 가지로 구성돼있으니까, 많이 먹으면 탈이 나서 계속해서 먹을 수 없거든요.”
레드로즈빈 디저트. /레드로즈빈 제공. |
한 대표는 어렵게 취득한 특허로 2012년 세계여성발명대회 금상·특별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서울팥콜릿’으로 서울상징기념품으로 선정, 2016년 하이서울어워드에서는 우수상품에 선정됐다. 서울시가 진행한 ‘창업스쿨’과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 등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또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쟁쟁한 후보자들을 제치고 청년전용자금 1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녀의 이력에도 고비가 찾아왔다. 특허 기술부터 수상 경력, 창업스쿨 졸업까지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 그녀는 용감하게 개인 카페를 창업했다고 한다.
“보기 좋게 망했죠. 홍대에 용감하게 가게를 차렸는데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어르신들의 취향을 따르는 할매니얼(할머니의 사투리와 밀레니얼이 합쳐진 신조어)도 유행이 아니었고, 프랜차이즈 카페가 인기를 끌 때 거든요. 쓴 맛을 보면서도 일년은 버티려고 노력했어요. 그때 실패를 경험했던 게 다행인 것 같아요. 모든 게 처음이었으니 많이 부족했고, 배운게 많았죠.
가게를 정리하면서 단골손님들에게도 상황을 전했어요. 그 때 한 손님이 조언을 해주셨죠. 사람들은 생소한 제품을 사지 않기 때문에 팥차나 팥콜릿은 밖으로 들고 나가 소리내어 알려야 한다고요. 고객을 만나려면 제가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는 걸 깨우친 거죠.”
한 대표가 경험한 쓴맛은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레드로즈빈은 백화점 품평회를 거쳐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백화점에 정식 입점하고, 온라인 판로 개척에도 뛰어들어 규모가 커졌다.
“팝업스토어도 한 번 오픈할 때마다 많이 배웠어요. 처음에는 가격 구성에 실패했지만, 다음 지점에서는 그 부분을 보완했어요. 다음 지점으로 갈 때마다 점점 업그레이드 되는 식이었죠. 그러면서 매출도 함께 성장했고요. 그래서 저희는 팝업요정입니다. 하하.”
“청년창업 지원금, 대가가 있는 돈이라는 것 기억해야”
서울팥콜릿. /레드로즈빈 제공. |
레드로즈빈은 해외 박람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아 한인 신문에 실렸다. 소식을 전해 들은 미국과 페루 공장은 한 대표에게 수출을 제안했다. ‘서울팥콜릿’을 알린 그녀는 오래전부터 국내 먹거리가 해외 진열대에 올라 사랑받는 상황을 꿈꿔왔다고 한다.
“초콜릿은 외국에서 수입하지만, 반대로 팥콜릿으로 역수출을 하는 게 꿈이에요. 꿈이 클수록 꿈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해 더 노력하고 있어요. 현재는 미국 수출을 준비하면서 공장도 확장하고, 효율적인 생산 환경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어요.
또 당뇨 환자분들을 위한 기능식품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원재료인 카카오빈을 확보해 스테비아나 에리스리톨을 활용해 단맛을 내는거죠.”
수많은 청년창업 지원사업을 경험한 한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도 조언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지원받은 1억원으로 카페를 열었어요. 그런데 카페가 망하면서 그 빚을 갚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죠. 그때 쓴맛을 보고 사업 확장할 때는 직접 땀 흘려 번 돈으로 늘려나갔어요. 그러니 더욱 조심스럽고, 소중해지더군요.
요즘에는 청년 창업 자금이나 지원 사업이 더 잘 돼있어요. 그런데 그 돈은 대가가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금을 받으면 그곳에만 의존하게 돼요. 주변을 보면 지원사업에 중독된 분들이 많이 있어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실제로 수익을 내야한다는 점이에요. 실제 수익을 내서 회사를 운영한 다음 지원금을 받는 방법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시너지가 엄청납니다. 제품 출시를 해보고, 단점을 발견한 후에 지원금을 받아 문제를 돌파하는 식인거죠. 처음에는 당연히 겁이 나요. 그런데 단점은 부딪혀봐야 보인다고 생각해요.”
글 CCBB 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