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우크라이나 상황의 전개는 세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놀라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세계는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일까? 필자는 언제가 잘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접하면 시간과 공간을 넓혀서 생각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눈앞에 닥친 상황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상황 속에 나 자신이 빠져있어 대국적인 시선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미 충분히 지역적 공간이 넓혀져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그리고 대만에 이르기까지 그 파장이 있으며 세계 모든 나라가 경제적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 축 상으로 보면 대부분의 보도는 최근 수년간 있었던 우크라이나의 NATO 및 EU 가입 시점 이후를 주로 다루고 있다. 지금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의 장렬한 저항이 전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기도 하다. 필자 또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저항을 보며 눈물이 울컥 쏟고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당초에 미국이나 유럽 강대국들이 우크라이나에 파병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그렇게 일찍 큰 목소리로 떠드는 대신 조금 일찍 수습에 나섰다면 전쟁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왜 바이든 행정부는 그렇게 일찍 미국이 파병하는 일은 없다고 선언했을까? 왜 러시아 함대가 지중해로 달려갔을 때 미 해군은 길을 양보했을까? 왜 전쟁을 막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들에 필자는 자문자답해가며 사고의 시간축과 공간 축을 넓혀 보았다. 그리고 필자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푸틴의 예상과는 다른 대응을 하였고 푸틴은 점진적으로 오판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확장해서 소련이 해체된 후부터 지금까지의 유럽을 생각해 보자. 푸틴의 시각에서는 소련이 해체되었을 때 NATO는 해체되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NATO는 지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유럽의 여러 국가들을 흡수하며 몸집을 불려 나갔다. 그리고 이제는 드디어 러시아 접경 국가들이 NATO에 가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당신이 푸틴이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겠는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를 해제하면서 약속했던 더 이상 동진하지 않겠다던 서방의 약속은 어떻게 된 것인가?
이렇게 전략적 레버리지가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추진은 푸틴에게 강경책을 사용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판단을 하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필자는 푸틴의 NATO에 대한 공포심을 이해한다.(그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이 언제나 우방이었고, 우리의 동맹이었기 때문에 미군이 대단하다고는 생각해도 공포스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과 적대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미국은 마왕이다. 지구 상 군사력의 절반 이상을 혼자 소유하고 전 세계에 120개가 넘는 국가에 군사 기지를 가지고 있으며 오대양 육대주를 지배한다. 필자가 지난 세기에 만났던 인민해방군 사람들은 모두 미군과의 전쟁을 거론하면 자신도 모르데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했다. 우리에게 소련이나 중공이 인해 전술로 쳐들어 오는 모습이 지옥과 같듯이 그들에게는 미군의 항공기와 탱크가 공격해 오는 모습이 너무나 무서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필자에게 북한은 매번 미군이 한반도에서 군사 훈련을 할 때면 지도부는 모두 지하 벙커 등 안전시설로 대피하며 전군이 비상 체제로 근무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면서 북한 지도부는 그때마다 패닉 상태에 가깝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남중국해에 미군을 주축으로 한 서방의 항공모함이 여러 척 진입하면 우리는 아무런 감각이 없지만 이들은 초 긴장하는 것이다.
물론 반론이 있다. 러시아가 서방 민주주의 체계를 수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푸틴이 이 노력을 안 해 본 것이 아니다. 고상두는 2005년의 '푸틴의 전방위 외교정책'이라는 논문에서 푸틴이 전방위 외교를 추진하고 있으며, 경제 우선의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푸틴의 외교정책은 러시아 외교의 전통인 제국적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관련링크) 문수언은 2006년의 '러시아 푸틴 정부 대외정책의 새로운 경향과 자유주의 패러다임의 접근'에서 푸틴이 초기의 대결 구도에서 서방과의 상호의존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러시아가 현 세계 질서에 적극적으로 합류를 모색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하였다. (관련링크)
그러나 2015년이란 핵 타결 이후 유럽 MD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의 갈등이 재점화되었다고 이대식은 말한다. (관련링크) 미국은 이 시점 이후 미국이 유일한 패권을 구사하는 일극 체제를 지향한 반면 러시아는 미국, EU, 중국, 러시아 등 4개국이 동등하게 경쟁하는 다국적 체제를 지향했고 이는 러시아와 중국이 가까워지도록 했다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필자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도덕적으로도 잘 못일 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실수라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군사 수단 이전에 러시아의 관점을 알리고 이해를 얻는 외교적 수단을 선택했어야 했다. 러시아와 유사한 체제의 국가들은 러시아의 행동에 지지는 아니더라도 공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입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잘 못이지만 그렇게 된 원인은 서방이 제공했다"라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반발, 미국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이런 것이다.
우리야 서방 국가들의 군사 동맹인 NATO가 누군가를 이유도 없이 공격하거나 침략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볼 때에는 NATO는 오로지 러시아를 대상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한때 소련 해체 후 러시아도 유럽이 일원이라면서 함께 미래로 전진하자고 외쳤던 푸틴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서방에 대한 실망을 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번 우크라이나 사테에 이르기까지 푸틴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러시아 접경에 NATO군이 존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레드 라인이라고 목청 높이 외쳐왔다. 하지만 솔직히 아무도 러시아의 그런 목소리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소련은 해체되었고 러시아는 힘이 빠져 있어 더 이상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푸틴이 크름 반도(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의하면 크림이 아니라 크름이라고 한다)를 공격하고 러시아에 합병하자 서방은 총을 들고 러시아와 싸우기보다는 경제 제재를 선택했다. 이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전쟁의 결과를 보면 현대 전쟁이라는 것은 끝이 없다. 그러나 단순히 러시아와 싸우기 싫어서 경제 제재를 택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미국은.
미국은 중러 두 나라를 동시에 군사적으로 상대하기 어렵다. 중러가 동시에 미국을 도발하는 일은 없겠지만 만일의 경우 그런 상황이 갇힌다면 미국은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이미 내려졌다. 바로 중국이다. 이 상황을 중국과 러시아는 아직 동맹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전략적으로 활용하려 하는 것 같다. 중국이 답답하면 러시아가 풀어주고 러시아가 가려우면 중국이 긁어 주는, 아마도 그렇게 "이도류(二刀流)"를 시전 해서 왼손과 오른손이 협력하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은 러시아에게는 하나의 꽃놀이 패 같은 것이었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중러 양국과의 동시 전쟁, 다른 말로 동시 2 지역 작전 능력을 갖추려 노력해 오고 지금은 상당 수준 갖추었다는 인사들도 있다.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담당 조정관인 커트 캠벨(Kurt Campbell)이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 주 지역을 동시에 관여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은 바로 이 상황을 암시한다. (관련링크)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은 중국을 주적으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접근하고 "이도류(二刀流)"를 시전 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상대의 전략에 뛰어들 수는 없다. 미국으로서는 굳건히 중국에 집중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유럽은 어떻게든 유럽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비겁하거나 미국의 힘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바로 미국의 새로운 안보 개념인 'The Progressive Values Strategy'에 입각한 전략이며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 (관련링크)
이 'The Progressive Values Strategy' 개념은 단순 명쾌하다. 미국이 세계 120개 이상 국가에 유지하고 있는 군사 기지들과 날로 천문학적인 규모를 향해 달려가는 국방비 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에 기초한다. 또 장병들의 희생이 발생하면 국내 여론은 악화되고 정권에 대한 부담은 가중된다. 그러므로 이제 미국은 자국 인적 자산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적은 최첨단 무기 체제인 위성, 항공기, 드론 등을 이용한 작전 만을 수행하고 재래식 물량전은 동맹이 하라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미국 입장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은 어차피 유지할 수 없는 국가였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상황은 아프가니스탄과는 100% 달랐다. 비록 부자 서열 100위 중 97명이 탈출하고 3명이 탈출 과정 중에 발각되어 출국이 좌절되었지만 민중은 모두 나가서 싸웠다. 탱크를 맨몸으로 저지하고 노인과 여자들도 총을 들고 나와 싸우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은 가장 먼저 돈을 챙겨 도망갔지만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은 군복을 입고 전선을 돌며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바로 'The Progressive Values Strategy' 관점에 100% 부합하는 상황"인 것이다.
러시아가 NATO의 국경 진출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레드 라인이라고 천명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NATO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바로 인접국인 노르웨이의 경우 핀란드가 러시아와의 사이에 있어 NATO에 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웨덴과 핀란드는 사실 상 NATO와 군사적으로 동조해 왔지만 NATO 가입 시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두 나라는 그동안 NATO에 가입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NATO에 가입을 천명했다. 우크라이나가 NATO화 되는 것은 푸틴에게 악몽이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화가 되는 것은 같은 이유로 EU에게 악몽이다.
이제 미국과 유럽, 서방은 최선을 다하여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할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러시아와의 정면충돌을 일으킬 것이므로 쉽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EU 가입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NATO 가입에 비해 낮을 수 있지만 사실 상 유럽이 일원, NATO 가입과 유사한 효과이기 때문에 순조롭지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현재 우크라이나의 분전은 미국의 'The Progressive Values Strategy' 개념이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며 미국은 무릎을 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미국은 유럽과 함께 러시아를 SWIFT에서 배제했는데 이는 한 나라를 미국이 주도하는 달러 경제권에서 퇴출시킨다는 의미이므로 가장 강려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의 필요에 의해 가상 화폐들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대만의 이코노미스트 우자롱은 러시아가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이용하여 SWIFT를 회피하려 할 수 있다는 설을 일축한다. 가상 화폐가 러시아나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활동하는 것을 서방, 특히 미국이 방관하는 것은 실질적인 용도가 자산의 해외 반출에 사용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공산권의 돈이 서방으로 나오는 방향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실제 경제 활동에서는 어느 한쪽이 비트코인을 사용하려 해도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상대방으로서는 역시 SWIFT 제재를 받는 금융 기관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기에 러시아 경제 활동이 가상 화폐로 전환된다는 가정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관련링크)
대만 통합을 노리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실로 심각하게 관찰하고 해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영역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중국이 달러 경제권을 극복하는 실험장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위안화, 특히 디지털 위안 결제 체제에 러시아가 온전히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반면 위안화로 대체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위안화는 거래 수단으로써의 가치는 있지만 안전 자산으로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자본 보유의 수단으로는 채택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실제 지난번 동계 올림픽에서 푸틴이 베이징에 날아와 맺은 에너지 계약도 중국이 러시아에게 EURO로 결제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는 즉각 실물 경제에 반영되고 있다. 런던을 베이스로 트레이딩을 하고 있는 이승주 박사의 포스팅에 따르면 러시아 원유 공급량이 대폭 줄었다고 한다. 이박사에 의하면 이번 유가상승의 끝은 110달러 선이 아닌 역대 최고인 150달러 선까지도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국제 결제 시스템을 막아버린 제재 조치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 제재는 향후 중국과의 갈등이 증폭될 경우에도 사용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중국 및 기타 반미 국가들은 긴장하고 있다. 역으로 중국이 달러 경제권의 배제를 대체할 수 있는 위안화 경제권을 성공적으로 구성한다면 이들 국가들은 앞다투어 참여할 것이다. 바로 러시아와 함께 이란, 북한 등이 말이다. 또 이렇게 선명한 반미 국가가 아니더라도 입장이 난처한 국가들도 있다. 예를 들어 인도 또한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중단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인도 전문가인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는 인도가 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인 이유를 유학생을 비롯한 자국민 안전, 러시아와의 국방 협력, 중러 접근의 견제, 파키스탄의 러시아 접근, 러시아 에너지에의 의존 등 5 가지를 꼽고 있다. 이렇게 각국의 러시아 제재에 대한 시각은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서방의 SWIFT 제재 조치 관련하여 러시아가 중국에 의지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사실 중국 중앙은행은 2015년에 CIPS로 알려진 자체 국경 간 은행 간 지불 시스템을 시작했다. 당시의 명분은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제 결제 시스템이 미비한 상대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2021년 5월 현재 CIPS는 러시아를 포함하여 해외에서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614개의 은행을 유치한 상태다. 그러나 CIPS는 러시아를 SWIFT 배제로부터 구해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관련링크)
물론 러시아는 그들이 이미 잘 준비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시장과 에너지 시장에서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이러한 조치의 효과가 러시아 금융시장에서 즉각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러시아가 자국 통화를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폭락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관련링크)
이러한 러시아의 상황은 대만 통합을 의도하는 중국에게 있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미국과 유럽은 군대를 보내지 않음으로써 중국에게 "주적은 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점이 대단히 불편할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을 경각시켜 하나로 뭉치게 만들어 버렸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원만했던 대중 감정은 이제 최악으로 치닫고 양안 전쟁 발발 시 유럽이 대만을 지원할 가능성을 매우 높게 만들어 버렸다. (관련링크)
중국은 이제 유럽의 정세가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푸틴이 철군하지 않는 이상 장기화될 것이다. 러시아는 장기전을 수행할 자원이 부족하다. 결국 푸틴은 총력을 기울여 조기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던지 아니면 실패를 인정하고 철군해야 한다. 철군을 한다면 국내 여론을 무시하고 국가에 큰 환난을 가져온 푸틴의 입지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고 심지어 실각할 수 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데 성공한다면 우크라이나는 곧바로 미국에 있어서 아프가니스탄이나 베트남과 같은 장기 게릴라 전이라는 상황으로 장기간 러시아를 괴롭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에게 있어 러시아는 이제 "이도류"를 구성하는 칼이 아니라 큰 부담으로 변할 것이다. 그것이 언론들이 최근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태도를 조정하고 있다는 뉴스들을 많이 내보내는 이유이다. (관련링크)
하지만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를 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궈수칭 주석은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 결정은 중국은 미국 및 서방이 중국에 동일한 제재를 취하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암시가 숨어 있다. 바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하겠다. (관련링크)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과거 러시아의 상투 수법의 연장선으로 생각이 되고 푸틴이 예상한 것도 과거의 경험의 연장선 상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과거처럼 진행이 되었다면 푸틴은 위협을 점진적으로 상승시켜 나가고 서방은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어느 한 시점에서 협상을 통해 무마되는 결과를 맞이했을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가 얻고자 한 최소한의 양보는 바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포기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푸틴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한 것은 서방에 크림 반도 사태를 연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각본에 의하면 서방은 러시아의 우려를 인정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포기시키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방, 특히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오히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푸틴 입장에서는 '너 해볼 테면 해봐'라는 메시지로 들렸을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으면 종이호랑이가 되고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큰 리스크를 안게 되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푸틴은 다른 선택이 없었다. 전략적으로 언제나 유지해야 하는 원칙, 가진가퇴(可进可退)가 무너진 것이다.
이제 러시아가 어떤 미래를 맞이하고 있는지는 다들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윤성학 교수는 이미 러시아의 패배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미국의 Moody's Analytics는 우크라이나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하고 유럽의 분기별 경제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Oxford Economics의 추정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률을 0.2% 떨어뜨릴 것이다. 가속화되는 인플레이션, 세계 무역의 침체 및 시장 혼란은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했다. (관련링크)
미국의 새로운 전략 하에서는 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과 같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부가 있는 국가는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같이 전 국민이 저항하는 국가는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필자는 대만의 경우도 우크라이나 이상으로 중국과 맞서 싸울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그들이 세운 국가 전략 목표, 즉 대만 통합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략 전술은 융통성이 있다. 이제 미국이 모든 역량을 중국에게 집중하고, SWIFT 배제 등의 조치도 감행하는 것을 알게 된 중국은 과연 어떤 대응을 할까?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방향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러노버를 보유하고 있는 롄샹 그룹은 미국의 제재를 수용하여 러시아에 대한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디디추싱도 러시아에서의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에 대한 중국 내부의 여론은 매우 나쁘다. 다시 말해 중국의 여론, 또는 중국 공산당의 방침은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움직임은 점점 더 일촉즉발의 형세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우리에게 나타날 대한민국의 새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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