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채 인식하면 코인준다는데 사기일까? 아닐까?
|여름을 달구었던 월드 코인
뜨거웠던 지난 여름을 뒤로하고 요즘은 제법 선선한 가을 바람이 아침에 옷을 여미게 하는 날씨입니다. 막상 선선한 온도가 되니 지난 여름을 달구었던 소식은 어떤게 있었을까 뒤져보게 되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지난 7월 말에 등장했던 월드코인은 단연 이슈였습니다. 올초부터 테라, 루나 사태 등으로 코인은 늘 핫했지만 이번에는 “챗GPT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 오픈AI 최고경영자인 샘 알트먼이 들고 나오다보니 세간의 주목을 훨씬 많이 받고 있습니다.
(출처: 이투데이)
이름도 ‘월드 코인’ 입니다.
이 코인은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경우 인간과 AI를 구분해 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했을 때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라는 인류애적인 생각으로 사고가 확장돼 나온 것이기도 합니다.
|홍채만 인식하면 코인을 준다?
앞서 이야기한 월드 코인은 ‘홍채인식’을 해서 인간 증명을 하면 월드 코인 25개를 월드앱으로 주는 것이 기본 가입 프로세스입니다.
(출처: 지디넷)
즉, 홍채인식하면 코인준다. 논리인 겁니다.
월드코인은 이미 전세계에 1,500개 가량의 홍채 데이터를 수집하는 구형장치인 오브(Orb)를 설치해 두었고요. 여기에 눈을 응시하면서 3분 정도 쳐다보면 인간 증명이 되는 거죠.
3년 정도 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는 월드코인은 베타버전을 출시하면서 입소문, 난리가 나서 현재까지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홍채 인식을 하고 월드 코인을 받아갔습니다. 국내에도 을지로, 역삼, 광화문 등 3개 카페에 오브가 설치되어 있다고 하니 한국까지도 월드코인의 영향을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월드 코인이 홍채인식을 통해 인간 증명을 한다는 것은 AI가 고도로 발전하게 되면 인간처럼 사고하고 인간인 듯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는 신분증 만으로 인간임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그래서 복제가 불가능하다고 (현재 기술로는) 판단되는 홍채 판별을 통해 인간임을 증명해, 미리 신분증 처럼 박아둔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 증명을 하면 월드코인은 이를 어디에 쓰는 걸까요?
월드코인에서는 백서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AI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나 취약 계층 소득을 월드 코인으로 보조한다”
그래서 ‘보편적 인간 소득을 지급한다’ 라고 합니다.
이 인간 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인간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런 논리인 것이죠.
그러나 이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2가지입니다.
첫째, 홍채 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은 없는가?
둘째, 보편적 소득을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될 것인가?
하나씩 보자면,
홍채 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없는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생체 데이터 유출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데이터 중에서도 홍채 데이터는 굉장히 민감하게 여겨지는 데이터입니다. 신분증, 핸드폰, 지문인식보다 상위에 있다고 보여지는 데이터에 해당되기도 합니다.
월드 코인 관계자는 오브에 홍채 인식을 하고 신원확인이 끝날 경우 즉시 홍채 데이터 정보는 삭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유출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개인정보보호 당국 국가정보처리자유위원회(CNIL)은 월드코인 파리 사무실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고, “월드 코인의 생체 데이터 수집 및 저장에 대한 적법성”을 문제 삼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케냐에서는 자국내 홍채 데이터 수집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케냐에서도 수도 나이로비 소재 월드 코인 사무실을 찾아가 회사 서류, 기기를 압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홍채 데이터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 및 저장에 대한 문제는 여러 국가들이 민감하게 보고 있습니다.
추가로 홍채 데이터 수집과 관련해 돈 냄새를 맡은 몇몇 커뮤니티를 비롯한 전세계 암시장에서는 월드 ID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죠. 홍채 인증을 한 후 발급받은 코인 지갑 계정에 해당하는 코인금액만큼 돈을 지급 받고 계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파는 방식입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빈민층, 부랑자들의 홍채 인식을 통해 월드지갑을 받고 돈거래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이렇게 치팅하는 상황들이 만들어지면서 한 개인이 수 백개 ID의 월드 지갑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겁니다.
두번째 보편적 소득을 위한 재원 마련 부분입니다.
월드코인의 이야기로는 월드코인 자체가 소위 ‘불로 소득’이며 이를 제공해 사람들의 경제적 기회를 늘릴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보편적 소득 제공을 위해 월드코인은 블록체인을 통해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도입하면서 입체적인 보완 장치를 마련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출처: 디지털 투데이, 월드코인 지갑 이미지)
취지와 내용이 모두 좋습니다.
인류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노동 취약계층에게 보상을 해주고 모두가 기본 소득으로 잘 살게 만들어준다는 이야기는 누가 들어도 혹 할만 합니다.
그런데 아직 그 혹할만한 내용의 실체가 없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아마 샘 알트먼의 머리 속에는 아주 자세하게 그려져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시장에서 보는 시선은 ‘전형적인 스캠이 아니냐’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즉 보편적 기본 소득이라는 철학은 거창하지만 사업의 방향이 없고, 재원 마련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월드 코인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면 코인의 가치가 올라갈 테니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만 나오는 거죠.
그래서 다단계에서 투자자 모을 때 하는 이야기와 뭐가 다르냐? 라는 비난도 있습니다.
사실 시대를 뛰어넘는 위대한 철학가, 사업가, 과학자들은 한시대를 앞서 생각하고 화두를 던집니다. 그리고 그들이 미래를 주도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일반적, 보편적이지 않은 괴짜, 튀는 사람들이 인류의 진보에 기여를 했다고 해도 사실 과언은 아닙니다.
그런데 현재의 월드 코인에 대한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이미 사람들이 테라, 루나 사태에 이어 연이은 미국의 로컬 은행들의 파산, 재정 위기가 코인과 연계되었다는 정보가 누적된 데에 기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은 흥행입니다.
|마케터의 시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저는 코인거래를 금융거래로 보는 것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백서를 보고 방향성을 판단해 매매를 한다고 하지만, 기술적 분석으로 매매하는 차티스트들의 매매방식 + 운이 어느정도 따라와야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올초에 테라, 루나 사태부터 시작해 수많은 코인사기, 코인으로 얽힌 여러 이슈로 인해 여전히 코인은 보수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코인을 보면 단단한 뿌리를 내려 올라오는 나무가 아닌 나무 위의 열매만을 보고 열릴 것인가 풍성하게 열릴 것인가 만을 쫓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증권사에 재직시절에 해외주식 매매를 담당하긴 했습니다만, 시장에서 매매를 할 때에는 항상 회사의 매출, 건전성을 함께 따져보았던 터라 코인은 ‘새롭고 신박하다’ 라는 느낌보다는 ‘뿌리가 없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이번에 다루었던 월드 코인에 대한 이슈는 사실 샘 알트만이라는 오픈AI 최고경영자 출신이 만들었다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본인이 거대한 대화형 인공지능을 만들었는데, 이제 그 인공지능이 인류에 끼칠 위협을 고려해 보편적 소득을 제공하고,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홍채 정보를 내 놓으라 하는 것이죠.
역설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본인이 직접 개발에 참여하다보니, 이게 생각보다 대단히 무서운 미래가 올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을 가졌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찌됐던 간에 여전히 논란인 건 맞습니다.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도 본인의 블로그를 통해 월드코인의 4가지 리스크로 프라이버시, 접근성, 중앙화, 보안을 꼽아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 풀린 토큰 공급량과 배분도 문제입니다. 월드코인 백서에서 원드코인 토큰의 최대 발향량은 1000억개로 출시 시점의 최대 순환 공급량은 1.43억개입니다. 즉 전체 발행량의 1%만 유통되고 있는데, 월드코인 재단은 전체 발행량의 75%는 커뮤니티에 분배하겠다고 하고, 나머지는 15년에 걸쳐 초기 투자자, 개발팀 등에 나누겠다는 겁니다.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규모 물량을 언제 어떻게 배포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가격 조작 우려도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코인의 시작점은 블록체인, 탈중앙화라는 철학에서 비롯되어 긍정적이었지만 시장에 유통되는 과정에서 항상 순 방향으로만 가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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