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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진 (feat.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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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이 즉석밥 1위, 알빠임?

유통의 왕좌를 계승 중인 쿠팡이 CJ제일제당과의 때아닌 갑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갈등의 시작은 쿠팡이 CJ제일제당의 상품 발주를 중단한 것이었는데요. 이러한 사태의 원인을 CJ제일제당은 내년 마진율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고, 오히려 쿠팡은 CJ제일제당의 계약 불이행이 원인이라며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대형 식품업체의 납품률이 90% 수준인데 반해, CJ제일제당의 납품률은 50~60%대에 불과하여 어쩔 수 없이 발주를 중단했단 겁니다. (관련링크)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로는 이번 갈등의 주된 원인 제공이 어느 쪽에 있는지 명확하게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이러한 유통사와 제조사의 마진을 둘러싼 힘싸움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유통사야 늘 공급가를 낮추기를 희망하고, 제조사는 반대로 최대한 공급가를 올리고 싶어 하니까요. 물론 대부분은 한쪽에 힘이 쏠리는 경우가 대다수라 조용히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처럼 수면 위에 드러나게 된 것은, 쿠팡과 CJ제일제당이라는 거물들이 정면으로 맞붙었기 때문인 거죠.

 

그렇기에 이번 갈등이 적어도 쿠팡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으로 이어지지도 않을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시장에서 입지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인데요. 특히 쿠팡의 빈틈을 노린 경쟁 플랫폼들의 햇반 행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유의미한 점유율 변화까지 이끌어내긴 힘들어 보입니다. 반면에 이러한 갈등이 장기화된다면, CJ제일제당의 시장 지배력은 일정 부분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당장 로켓 배송을 대체할 플랫폼은 없지만, 햇반, 비비고의 대체재는 많고요. 과거 유사한 문제를 겪고 탈쿠팡을 선언했던 LG생활건강조차 다시 물건을 공급하고 싶어 할 정도로 쿠팡의 위상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매출 규모 1위로 올라섰으며, 여전히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자랑하는 쿠팡의 이와 같은 가격 협상력은 앞으로 더욱 강해져 갈 겁니다. (관련링크1, 관련링크2)

 

|왕좌의 오른 쿠팡은 폭군이 될까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장 큰 위기를 겪는 건 사실 CJ제일제당이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불리할 뿐이지, CJ제일제당 역시 강한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근시일 내에 둘의 갈등은 적정선에서 봉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를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건 중소 제조사들입니다. 이미 쿠팡이 연간 협상에서 이들에게 공급가 인하, 성장 장려금 계약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은 알음알음 퍼져나가고 있기도 하고요. (관련링크)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기조로 돌아선 작년 하반기부터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 끝에 쿠팡은 가파르게 매출 총이익률을 개선할 수 있었고, 극적인 흑자전환까지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매출 총이익률 상승을 이끈 요인 중 이러한 공급가 인하 노력이 있었던 것도 어느 정돈 사실로 보이고요. (관련링크)

 

© 데이터 출처 : 쿠팡 IR

 

그렇다고 이러한 행보들이 쿠팡이 유독 악독해서 일어났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간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유통 업체들은 대동소이하게 비슷한 모습들을 보여왔기 때문인데요. 구조적으로 유통 업체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가격 협상력을 가져와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익이 지속적인 고객 유지를 위한 재투자로 이어지고 전체 유통망의 수준이 올라가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측면도 분명히 있고요. 심지어 힘의 논리에서 밀리면, 때론 유통사도 을의 입장에 서기도 합니다. 네이버가 압도적인 검색 점유율을 무기로, G마켓, 11번가 등을 쥐고 흔들었던 것이 대표적이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에 대한 견제가 앞으로는 어느 정도 필요할 겁니다. 왜냐하면 쿠팡의 힘은 정말 이전에 왕좌에 앉았던 업체들에 비해서도 압도적이기 때문인데요.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가장 큰 매출 볼륨을 이미 확보한 데다가, 강력한 물류망까지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한 지금 시점에선 다소 이른 시점일 순 있지만요.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끊임없이 아마존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듯이, 쿠팡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의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꺾일 때는 꺾여야 안 부러집니다

하지만 일선 업체들이 이러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 마련이 이뤄지기를 마냥 기다릴 순 없습니다. 쿠팡발 공급가 인하 압력은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으니까요. 따라서 이러한 지배적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필요합니다.

 

일례로 이러한 위기가 특정 제조사에게는 오히려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시장 2위 이하의 후발업체들에겐 더욱 그러한데요. 실제로 쿠팡-LG생활건강의 갈등을 쿤달과 같은 일부 스타트업들은 급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개별 마진은 낮아지더라도, 총마진은 늘리는 방향으로 접근 가능하다면, 마진을 꺾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관련링크)

 

물론 당연히 장기적으론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겁니다. 쿠팡의 지배적 사업자 등극은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다양한 플랫폼 동시 입점으로 이러한 리스크를 헷지 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따라서 D2C 비중을 일정 부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정말 필요하고요. 단기간 내 D2C 역량을 키우기 어렵다면, 사입 기반의 얇은 마진보다는 제조 기반으로 마진 폭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역량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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