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와 반도체, 빅뱅이 시작된다
CEO's Spirit 6. 삼성전자의 확장되는 생태계
Keywords
-GALAXY UNPACKED: 달을 품은 폰
-갤럭시S: 가가린과 셰퍼드
-갤럭시북: 태양과 행성
-갤럭시XR: 갈락티코와 티키타카
-NEW GALAXY: 팽창하는 우주
샌프란시스코에서 'Galaxy Unpacked 2023'이 열렸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사업부장)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와 노트북 '갤럭시북3' 시리즈를 공개했다. 특히 '갤럭시S23 울트라'는 100배 줌으로 달 사진을 선명하게 담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그리고 '갤럭시북3 프로'는 전작 대비 엄청난 성능 개선이 이루어졌음에도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되면서 LG전자의 '그램'은 가볍게 누르고 애플의 '맥북'과 견줄 만한 수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마지막에는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와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이 무대로 올라와 삼성전자와의 XR 파트너십을 알렸다. 2023년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생태계가 PC와 모바일을 넘어 다음 단계로 확장되는 빅뱅이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이다.
|1. 갤럭시S: 더러운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
모두가 잘 알듯이 삼성전자는 소비자에게 '갤럭시'라는 브랜드명으로 완제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완제품에 필요한 핵심 부품, 반도체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그 중에서도 이제는 인류의 장기의 일부처럼 되었다고 여겨지는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와 반도체는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스마트폰의 뇌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AP는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를 하나의 칩에 모은 결정체로서 설계 능력의 증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파운드리 업체의 모바일AP 수주는 공정의 생산 능력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한편 스마트폰의 눈이라고 불리는 이미지센서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작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카메라 성능을 중시하기 때문에 중요도는 높은 편이다. 갤럭시S23도 게이밍과 카메라를 핵심 기능으로 강조했다.
갤럭시S23의 모바일AP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Gen2'가 채택되었다. 갤럭시S22까지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200'이 일부 탑재되었는데, 스냅드래곤과 성능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GOS 사태'까지 터지면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지만 TSMC로 공정을 옮긴 스냅드래곤이 애플의 'A바이오닉16'과의 격차를 상당히 좁히면서 갤럭시S23은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역대급 스마트폰이 나올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나마 갤럭시S23 울트라에 삼성전자의 '아이소셀 HP2' 이미지센서가 탑재된 것이 조금은 위안이 된다. 무려 2억 화소를 앞세워 소니를 추격하고 있다. 작년 11월 소니는 이미지센서 브랜드 'LYTIA'를 출시하여 아이폰15부터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초로 우주에 간 사람은 유리 가가린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우주에 간 사람은 누구일까? 대부분 모르겠지만 답은 앨런 셰퍼드다. 그럼 이번에는 세계 최초로 달에 간 사람은 누구일까? 답은 닐 암스트롱이고 꽤 많은 사람들이 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경쟁자가 선점한 시장에서 후발 주자가 잘하기는 어렵다. 갤럭시는 지금까지 아이폰의 유일한 대항마로 잘 싸웠지만 이대로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그런데 만약 아직 아이폰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점을 잘 공략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즉,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기준점을 설정해야 한다. 2023년을 폴더블폰 대중화의 원년으로 선언한 만큼 하반기에는 삼성전자가 1등에게 맞서는 2등이 되기보다 '세상에 없던 기술'로 2등이 없는 시장에서 1등이 되기를 바란다.
|2. 갤럭시북: 조직의 알파는 여유가 있다.
원래 갤럭시 언팩의 주인공은 스마트폰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갤럭시북3는 가격, 성능, 디자인 모든 측면에서 역대급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특히 하이엔드 모델인 갤럭시북3 울트라의 CPU와 GPU로 각각 인텔의 '13th Gen Core processors i9'와 엔비디아의 'Geforce RTX 4070'이 탑재되었다. 애플이 자체적으로 설계한 'M2 Pro' 또는 'M2 Max'가 탑재된 맥북 프로와 비교하더라도 대부분의 스펙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비록 PC 시장에서 코로나19 특수로 일회성 수요가 나타난 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PC는 업무와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 IT 디바이스 생태계의 한 축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작년 인사 이동에서 글로벌마케팅실장으로 임명된 이영희 삼성전자 사장의 갤럭시 생태계 부활이라는 임무가 막중하게 느껴진다.
삼성전자가 CPU나 GPU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파운드리 사업 때문이다. CPU에서는 인텔과 AMD가, GPU에서는 엔비디아와 AMD가 피 튀기는 싸움을 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와 TSMC의 3나노 대결도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이미 애플과 인텔은 TSMC에게 3나노 물량을 맡긴 반면 엔비디아와 AMD는 TSMC의 무리한 단가 인상에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공정 변경을 검토 중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일명 로직 반도체 삼국지 속에서 PC를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 다시 말해 갤럭시북3는 그 자체로는 수익성이 낮지만 엑시노스의 부활을 이끌고 파운드리의 최종 승리를 위해 적진 한복판으로 침투시키는 트로이 목마 같은 존재라는 의미다.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 중에서 지구에만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태양과의 거리가 이상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도체 생태계를 태양계에 비유한다면 파운드리와 팹리스는 각각 태양과 행성에 해당한다. 하나의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여러 팹리스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운드리와 팹리스도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다. 당연한 말이지만 거리가 너무 멀면 신뢰가 깨지고 명왕성처럼 태양계를 벗어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가까우면 유연성이 떨어지고 자칫 태양이 행성에 종속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파운드리와 팹리스도 태양과 지구처럼 공통의 궤도를 중심으로 함께 돌면서도 각자의 축을 중심으로 따로 도는 것이 이상적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여러 매력적인 팹리스와 밀당을 주도하는 여유로운 알파가 되기를 바란다.
|3. 갤럭시XR: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국내에서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작년 11월 퀄컴은 '스냅드래곤 2022'에서 향후 IT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중대한 발표를 했다. 바로 AR 전용 칩셋 '스냅드래곤 AR2 Gen1'을 출시한 것이다. 이미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XR 전용 칩셋인 '스냅드래곤 XR1'과 '스냅드래곤 XR2'를 출시했는데, AR을 특정하여 새롭게 출시했다는 점은 반대로 생각하면 퀄컴이 VR은 우선순위에서 배제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아무거나 걸렸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의 XR이 아니라 '여기서 승부를 보겠다'는 특정한 분야의 AR이 조만간 출시될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퀄컴 측에서는 AR1을 건너뛰고 AR2로 네이밍을 한 이유가 유연성을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어쩌면 삼성전자와 퀄컴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AR1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 시대의 최대 수혜를 입었던 구글은 올해 연초부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검색엔진 'Bing'에 AI 솔루션을 도입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즉시 AI 검색엔진 'Bard'로 맞대응을 했지만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며 역효과만 낳았다. 한편 미국의 빅테크는 AI(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나 메타버스(애플, 메타)로 각자의 노선을 정한 반면 구글은 아직 두 개를 모두 놓치 못하고 있다. 아마 상대적으로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AI에서는 자력으로 경쟁하면서 가능성은 있지만 확실성은 낮은 메타버스에서는 협력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미 메타버스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메타와 신중하게 접근하는 애플, 그리고 여기에 연합군이 등장하면서 흥미진진한 싸움이 펼쳐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전자(갤럭시), 퀄컴(스냅드래곤), 구글(안드로이드)은 각자 하드웨어, 프로세서, 소프트웨어의 최강자다. 이번 XR 연합을 보면 마치 2000년대 레알마드리의 갈락티코 정책이 떠오르는데,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지만 항상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시너지를 발휘하기는 커녕 분열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유사했던 1980년대 IBM(하드웨어), 인텔(프로세서), 마이크로소프트(소프트웨어)의 동맹에서 속 빈 강정만 가졌던 IBM이 가장 빠르게 추락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XR 연합에 가장 필요한 것은 2010년대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정신이다. 특히 퀄컴, 구글과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DX부문(갤럭시)과 DS부문(반도체)가 일심동체로 움직이는 위대한 팀이 되기를 바란다.
(뉴 갤럭시: 폴더블폰, 자율주행 자동차, 메타버스 헤드셋)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들고 나온 것도 17년, 갤럭시S가 모습을 드러낸 것도 14년이 지나가면서 새로운 스마트폰이 주는 설렘은 점차 무뎌지고 있다. 비록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스마트폰 다음의 디바이스 발굴이 절실하다. 그런데 가장 유력한 후보인 자율주행 자동차와 메타버스 헤드셋조차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현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빌 게이츠의 '사람들은 2년 뒤 변화는 과대평가하지만 10년 뒤 변화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처럼 AI나 메타버스 같은 용어보다 실질적인 변화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가 팽창하듯, 삼성전자의 'New Galaxy'도 계속 확장하며 'Super Smart'한 세상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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