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대만 반도체 시장 리뷰
지난 6월 17일 해외 언론을 통해 삼성전자의 신규 부품 발주 연기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불확실한 시황과 재고 증가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신규 부품 발주 시기를 몇 주가량 연기한다는 내용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번 재고 조정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지금은 삼성전자만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곧이어 다른 대형 전자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다음 수순은 1차 공급업체에서의 재고 조정이며 이는 2차, 3차 공급업체로 빠르게 전이될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용재고와 시간 경과에 따른 불용재고 폐기 비용이다. 공급망 내에 있는 업체들의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팬더믹 기간 동안 투자액이 많거나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은 업체들의 경우, 금리와 경기의 급격한 변동에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 재고 과다와 디램 가격 하락 전망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소재 부족 등 양립할 수 없는 뉴스들이 중첩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시장을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서 더 많은 발품과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 Foundry : TSMC, UMC, PowerChip, VIS, Novoton, Win Semiconductor
- Memory : Nanya, Winbond
- OSAT : ASE, SPIL, PTI, KYEC, Chipbond, Chipmos, YTEC, Xintec, Vate, FATC, OSE, Tonghsing, Etrend, Winstek, Sigurd, Ardentec, Walton, TICP, Lingsen, GREATEK
- EMS : Foxconn, Pegatron, Quanta, Compal, Wistron Corporation, USI, Inventec, New Kinpo Group, Global Brands Manufacture Ltd, Pan-International Industrial Corp.
대만 반도체 업계의 5월 실적을 살펴보면 Foundry, OSAT업체들의 성장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몇몇 업체에서 경기 하강을 포착할 수 있는 징후가 발현되고 있다. 대만 반도체 업계를 이끌고 있는 Foundry 업체들은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TSMC는 5월 7.4조 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지난 1월 이후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대만 2위 업체인 UMC는 회사 창립이래 최초로 월 매출액 1조 원을 넘기며 매 분기 Wafer 가공 비용 조정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 외 VIS, PowerChip, novoton은 지난 4월과 비슷한 실적을 냈다. 다만 대만 Foundry 업체 중, 가장 규모가 작은 Win Semiconductor는 4월부터 매출액 YoY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경기 하강기에는 규모가 작은 업체들, 사업 구조가 단순한 업체들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아직 Win Semiconductor의 매출액만으로는 반도체 사이클 전환을 단정 짓기 어렵다. 이 여파가 2 Tier 업체들(VIS, PowerChip, novoton)으로 전이되는 시기가 바로 다운 사이클의 변곡점이다.
대만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Winbond와 Nanya는 팬더믹을 겪으면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Special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Winbond의 5월 매출액은 3,781억 원(YoY 14%)으로 4월과 유사한 수준인 반면 Nanya의 5월 매출액은 2,657억 원(YoY -13%으로 대폭 감소했다. Nanya 매출액 Trend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Foundry의 성장세가 지속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OSAT의 매출액 증가가 동반되고 있다. 5월 매출액만을 놓고 봤을 때 대만 OSAT업계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대만 OSAT업계에 있는 모든 업체들은 이 과실을 나누어 가졌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금의 OSAT 업계의 매출액은 "Big is getting Bigger"로 설명할 수 있다.
현재 대만 OSAT업계는 1 tier 업체들의 매출액 신장을 통해 매출액 신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고기능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ASE, SPIL), 일본, 미국 업체의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PTI), 각종 반도체 Wafer & Device에 대한 테스트(KYEC) 4개의 매출액 합계는 대만 OSAT업계 매출액의 77%에 달한다. 이와 반대의 입장에 있는 중소형 OSAT업체들, 특히 사업 구조가 단순하거나 박리다매 형식의 저가&저사양 반도체를 패키징, 테스트하는 업체들(GREATEK, Lingsen, TICP, YTEC)은 YoY 매출액 변화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향후 2 Tier Foundry 업체들의 Wafer 가공량이 줄게 되면 2 tier 업체들의 매출액은 더욱 가파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EMS업체들은 중국 봉쇄에 대한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매출액 YoY로는 작년 대비 상황이 양호해 보이지만 창고에 가득 쌓여 있는 재고와 저조한 공장 가동률을 놓고 보면 마이너스 성장과 다를 바 없다. 일부에서는 중국 봉쇄가 풀리면 침체된 중국 경제가 단시간에 살아나고 이로 인해 국내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상하이 봉쇄가 풀리면서 2달 넘게 갇혀 있던 인력들이 줄지어 상하이를 떠나고 있기 때문에 공장 가동을 위한 인력 확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에서는 주요 업체들의 가동률이 봉쇄 이전으로 회복되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현지의 실상을 아는 사람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공장 가동 관련해 중국 고객사들에 문의해 봐도 문제없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고량에 큰 변화가 없고 단기간 내 신규 발주 계획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공장 가동률이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EMS뿐만 아니라 상하이 인근에 생산공장을 둔 모든 업체들이 유사한 상황이다. 지난주 상하이의 코로나 위험도가 증가하면서 상하이는 재봉쇄 기로에 서있다. 현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아무리 공적 자금을 뿌려 경제를 띄운다 해도 과연 약발이 먹힐지 의문이다. 전자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EMS 업계이며 이들은 OSAT의 고객사다. Fabless에서 EMS까지 전후방으로 연결되어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현 구조에서 일부 업체들이 받는 타격은 필연적으로 공급망내 다른 산업으로 전이된다.
이제 EMS 업계는 애플의 아이폰 14 조립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다른 이벤트가 없다. 애플에서 아이폰 14 생산 수량을 줄인다는 뉴스가 파다하다. 하지만 EMS업체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 업체들은 아이폰 14를 통해 현재의 침체 분위기가 반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몇몇 업체에서 반도체 다운 사이클에 대한 움직임이 있어 해당 업체의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대만의 대표적인 DDI(Display Driver IC) 칩 설계 업체인 Novatek의 매출액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Novatek은 Mediatek에 이은 대만 2위 Fabless 업체로서 2021년 매출액 5.56조 원으로 글로벌 Top Tier Fabless업체 중 하나이다. Novatek는 스마트 폰, 태블릿, TV용 패널에 사용되는 DDI 칩을 대만, 중국 패널 메이커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팬더믹 이후, 비대면 경제 성장으로 인해 전자 기기 수요량 급증에 따라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해 왔다.
2021년 급격하게 늘었던 Novatek의 매출액은 2022년 5월 들어 갑자기 급감했다. 특히 지난달까지만 해도 3,482억 원에 달하던 DDI 칩 매출액은 5월 들어 3,113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를 통해 스마프 폰과 태블릿, TV용 패널의 출하량이 줄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Novatek은 삼성전자와 함께 DDI 칩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업체이다. Novatek의 매출액 감소는 단지 Novatek만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전자, LX Semicon, Himax 등 대부분의 DDI 칩 생산업체들이 공동으로 직면한 문제이다. 이와 연계하여 DDI 칩 패키징을 담당하는 대만의 OSAT업체인 Chipbond와 Chipmos의 매출액이 6월부터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사화되었던 DDI 칩 부족이 과연 사실일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DDI 칩 M/S, Supply Chain
Nanya Technology는 한때 삼성전자와 SK hynix를 위협했던 메모리 반도체(DRAM) 생산업체이다. Nanya에서 생산된 Wafer는 Nanya의 모그룹 Formosa에 속한 FATC에서 패키징 된다. 올해 FATC의 매출액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Nanya에서 생산하는 Wafer의 수량에는 변동이 없으나 DRAM의 가격 하락이 Nanya의 매출액 하락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17~2018년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가 끝날 무렵 Nanya의 매출액 하락은 삼성전자, SK hynix 매출액 변화보다 1분기 먼저 시작됐다(2018년 4Q).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2019년 1분기부터 매출액이 꺾이기 시작했다. Nanya의 6월 YoY 매출액 변화가 음의 방향으로 더 크게 움직일 경우, 긴장감을 가져야 할 듯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반도체 경기를 가늠하는 척도인 GREATEK의 매출액이 2019년 8월 이후 처음으로 YoY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Lead Frame Base의 저가 반도체를 대량 생산하는 GREATEK의 특성상, EMS업체들의 재고 조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저가 반도체의 경우, 납기가 빠르고 EMS가 보유한 재고량이 많기 때문에 반도체 다운사이클의 초입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폭의 방향 전환이지만 GREATEK의 5월 매출액 YoY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5월 대만 반도체 산업 실적을 정리해 보면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EMS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후방 산업(Foundry & OSAT)은 아직 건재한 모습이다. Foundry 업체들의 성장세가 지속되며 OSAT업계의 매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후방 산업 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는 과도하게 생산된 반도체가 현재의 공급망에 속한 업체들을 강하게 압박할 시기가 올 수밖에 없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재고 자산에 대해 본격적인 재고 조정이 들어가는 그때가 바로 반도체 산업 혹한기의 시작이다. 다만 현재 시장 참여자들은 그 시기를 두려워하되 앞당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초여름의 무더운 날씨와 다르게 반도체 산업의 향후 시황은 서늘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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