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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어떻게 금리를 자극했나

Summary

- 40년래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시장 금리가 급속하게 상승

- 연방준비제도 등 각국 중앙은행은 뒤늦게 금리 올리며 대책 마련에 나서

- 급박한 금리 인상 배경은 시장-정책 금리 간 괴리가 크기 때문

- 사후 약방문으로 끝나는 당국의 대처,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 iStock

 

앞으로의 경제 추이를 예상하는 데 꼭 주목해야 할 변수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금리’를 꼽겠습니다. ‘돈이 돈을 낳는 비율’ 혹은 ‘돈의 값’이라고 할 수 있는 금리는 경제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다만 금리라는 용어는 세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 영등포구, 종로구, 강남구 등 행정구역이 있고 또 그 밑에 동(洞)이 있는 것처럼, 금리라는 테두리 안에 다양한 용어 규정이 있습니다.

금리는 상당히 많은 요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2022년 6월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는 ‘인플레이션’이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돈의 가치 하락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은 금리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을까요?

 

금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일반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먼저 맞닥뜨릴 수 있는 것이 바로 대출금리입니다. 쉽게 생각해 ‘대출을 받고 내야 하는 이자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간 기준 수익률로 따지면 연리(年利)가 됩니다.

대출과 비교되는 금융상품이 있습니다. 예금입니다. 금융소비자가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죠. 쉽게는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적립식 예금)으로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예금 금리는 ‘내가 받는 이자’를 뜻합니다. 예금 이자도 보통 연리로 따지곤 합니다.

금리가 적용되는 곳은 또 있습니다. 채권입니다. 경제뉴스에서 말하는 시장금리의 트렌드가 명확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채권이 사고 팔리는 시장입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시장금리가 결정되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은행 이자율도 이곳 영향을 받으니, 내 대출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채권을 설명할 때 ‘격식을 갖춘 고급화된 차용증’이라고 합니다. 정육점 사장 김 씨가 떡볶이집 사장 이 씨한테 돈을 빌리고 차용증을 써주는 것처럼 국가나 기업, 기관이 투자자에게 돈을 조달(차용)하고 발행하는 것이 채권입니다. 믿을 수 있는 대형 기관이 발행자다보니 시장에서 사고 팔리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회사채가 되겠고,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국채가 됩니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업이나 한국은행 같은 금융기관도 채권을 발행합니다. 이들 채권을 뭉뚱그려 ‘금융채’라고 합니다.

채권을 발행한 주체는 약속한 시간에 이자를 지급하고 원금을 상환하면 됩니다. 투자자들은 이것을 장기보유하거나 시장에 팝니다. 갖고 있으면 이자 수익을, 사고팔면 차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가격이 지표 역할을 하듯 채권 시장에도 기준이 되는 게 있습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발행하는 국채입니다. 국제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는 기준이 됩니다. 흔히 미 국채의 금리 추이를 보면서 “시장 금리가 오르는 추세에 있다” 혹은 “시장 금리가 떨어지는 추세에 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시장만 한정해 볼 때는 국채의 비중이 높습니다. 발행량, 신용도 면에서 크고 높기 때문이겠지요.

 

 

이 채권에 금리가 붙습니다. 채권에 표기된 약속된 이자를 뜻합니다.

정부가 3년 만기 1000억 원짜리 국채를 발행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연리 5%를 지급한다고 하면 매해 3년간 50억 원씩의 이자를 보장합니다. 국민연금이나 보험사처럼 원금을 잃지 않으면서 ‘또박또박’ 안정된 수익이 필요한 곳에서 이 1000억 원짜리 채권을 사고 3년간 50억 원씩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증권사나 기업 개인투자자도 살 수 있습니다. 채권은 웬만해서 원금을 잃지 않기에, 안정적인 투자처가 필요한 경제주체는 누구나 살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정부가 적당히 국채를 발행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기관 투자자들에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이 말을 들어 보신 적 있으시죠? 경제학에서 보는 ‘완전시장’과 같은 메커니즘은 아니지만, 실제로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곤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금리는 1차적으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채권의 수익률을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채권에 투자해서 얻게 되는 투자 수익과 관련 있는 것이죠.

 

© 팟캐김(김유성)

 

채권의 가격과 금리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여러 비유가 있습니다. 저는 ‘매력도’와 ‘이익’의 상관관계로 살펴보겠습니다.

매력도는 ‘갖고 싶다’라는 열망과 연결됩니다. 독일 브랜드 차량이나 샤넬 같은 명품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갖고 싶어 합니다. 설령 중고이고 수리비가 더 든다고 해도 사려고 합니다.

채권 시장에도 이것은 통합니다. 경제가 탄탄한 독일 국채는 이자를 적게 줘도 사려고 합니다. 때로는 손해를 봐 가면서도 사려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제3세계의 국가가 아무리 100%의 이자를 준다고 해도 사지 않으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부실 채권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채권 발행자의 신용도나 시장 금리 추이는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타이밍을 이용하면 차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죠.)

또 같은 독일 국채라면 이자를 더 많이 주는 국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이자를 적게 주는 2020년 발행된 국채’를 찾는 투자자가 적어지다 보니 이 채권에 대한 가격(시장 유통 가격)은 하락하고, ‘이자를 좀 더 주는 2022년 발행된 국채’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죠.

 

채권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이런 채권 가격은 시장 인플레이션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10년이나 15년 뒤에 원금을 지급하는 장기채의 경우 더더욱 그렇습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잡겠다”라고 나서는 것보다 선제적이면서 우선적으로 움직입니다.

무슨 말일까?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라는 말과 바꿔 쓸 수 있습니다. 100원에 사과 1개를 살 수 있었던 게 지금은 120원을 줘야 한다면, 돈의 가치는 (단순 계산으로) 20% 하락한 것입니다. 그만큼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줄어든 것이죠.

이것을 채권 투자자, 특히 (장기 보유하면서 이자를 받으려는) 장기채 투자자 입장에서 봅시다. 원금이 1000억 원인 10년 만기 채권이 있다고 칩시다. 매해 7%씩 물가가 오른다(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10년 뒤 원금의 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만약 내가 받는 이자율은 5% 정도인데 물가가 7%씩 오른다면, 나는 앉은 자리에서 매해 2%의 손실을 보는 셈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채권 장기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입니다. 앞으로 인플레이션 상황이 심상치 않다면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채권 투자자인 ‘나’는 정부나 기업, 금융기관 등 채권 발행기관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됩니다. 최소 7% 이상의 이자율을 선호할 것입니다. 그래야 손해를 보지 않고, 그 채권을 살 의향을 갖게 되죠. 이 부분을 채권 발행자들도 알기에 이자를 더 많이 줘야 합니다. 시장 금리가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메커니즘은 채권 유통 시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채권이 갖는 매력도의 변화로 가격이 움직이는 것이죠.

인플레이션 7% 상태에서 연이율 5% 채권을 갖고 있는 것은 손해입니다. 그냥 쥐고 있는 것보다 원금을 할인해 그 채권을 파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1000억 원짜리 채권을 700억 원에 파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 채권의 수익률은 7.14%(50억 / 700억 원)로 오르게 됩니다. 가격은 700억 원으로 떨어졌고요. 얼추 새롭게 발행되는 채권, 즉 시장금리와 맞닿게 됩니다. 이 채권을 사려는 수요자가 아마도 생길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하니 금리가 올라가는 한 예가 됐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든 사후 약방문… 최근 중앙은행들이 급박하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지난해 초부터 감지됐던 시장금리 상승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미 이때부터 통화량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장기채 금리는 상승하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는 40년래 최고 수준으로 큽니다. 시장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금리가 이미 오른 상황에서, 올해 또 오르고 있는데, 각국 중앙은행들은 0%대 금리를 1년 넘게 뭉개고 있었던 것이죠. 시장금리와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간 격차가 커지게 됐습니다.

 

미국 국채 10년 물 금리 추이. 2021년부터 초부터 줄곧 올랐고, 올해 초 급박하게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수준이 코로나19 위기 전인 2018~2019년 수준에 버금간다. 미국 연준의 기준 금리가 2019년 한때 2.5%까지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시장금리와 연준의 기준금리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6월 현재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는 0.75~1%다. 이는 연준의 대응이 늦었으며, 앞으로도 더 급박하게 올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급하게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습니다. 인플레이션 걱정도 크지만 시장 금리와의 간극을 더 이상 두고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일반 금융소비자들한테 영향이 큽니다. 대출을 안 받거나, 기존에 받았던 것을 상환하고, 예금 양을 늘리겠죠. 자연스럽게 시중 통화량이 줄어듭니다. 돈의 양이 줄어들다 보니, 돈의 가치 하락 속도가 늦어지게 되고, 이는 인플레이션의 완화로 이어집니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니 시장 금리 상승 속도도 떨어지게 됩니다. 중앙은행이 원했던 정책 효과입니다.

물론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단기채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장기채에는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장기채를 사려는 투자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라는 신호가 주어진다면, ‘이자율을 너무 높이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안도감을 줄 수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가 급박하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빅 스텝은 시장에 이런 신호를 주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또 다른 얘기로는 연준이 그동안 시장금리 상승을 방치하고 있다가 뒤늦게 나섰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빅 스텝이 경기 침체의 빌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1980년대 초나 2000년대 초중반에 눈물겹게 겪었으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것이죠.

지금 당장 알 수 없지만 과거 사례로 봤을 때,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상승은 자산 시장 붕괴와 급속한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2005~2007년 연준의 빅 스텝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뇌관이 된 것처럼 말이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민하게 반응하는 시장과 달리 우리 정책 당국의 결정은 늘 한 발 느릴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뭘 어떻게 하려고 해도 사후 약방문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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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