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 후 테마주 움직임 예측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각 유력 정치인과 연결된 테마주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11일 열린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 후 있을 정계 개편과 연결 지어 살펴보겠습니다.
SUMMARY
- 실제 연관성은 부족해도 정치인의 입지와 더불어 움직일 수도 있는 테마주
- 애초 민주당에 유리했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국민의힘은 선거 패배 치명상
- 친윤계 침체로 유승민·홍준표·오세훈의 시간 올 수도, 민주당은 단단해진 더 이재명과 멀어진 이낙연
지난달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로 새삼 주목받은 게 있습니다. 정치인 테마주인데, 이재명 테마주로 꼽히는 종목들은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이재명의 대안으로 볼 수 있는 이낙연, 김동연 등의 민주당 주자들이 대신 크게 올랐습니다. 내년도 총선 출마를 할 것으로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테마주도 적지 않게 올랐습니다. 한 장관은 차기 여권 주자 중 하나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반등을 보였습니다.
참고로 정치인 테마주는 정치인과 실제 연관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억지로 인연과 학연, 지연을 엮어 놓고 '이거는 000 정치인의 테마주입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 사외이사가 유력 정치인과 같은 고향 출신이거나 같은 대학일 때 테마주로 묶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실제 대통령이 되는 등의 호재에 훅 떨어지곤 합니다. 이벤트적으로 시장 투자자들이 엮었을 뿐 실제 수혜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혹은 작전주로서 효용이 다 된 이유도 클 것입니다. 작전주 등의 주식은 어디까지나 '미래에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먹고 자라기 때문입니다.
이번 편은 참고로만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향후 정치인의 정치적 입지와 관련해 움직이는 종목을 먼저 예상해보는 의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이 글에서 저는 각 정치인의 입지를 예측할 뿐 어떤 종목이 누구와 강력한 연관이 있는지 밝히지 않을 생각입니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왜 민주당에 유리했나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기록했습니다. 진교훈 민주당 후보가 56.52%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39.37%)보다 17% 더 많은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예상보다 큰 격차에 민주당은 환호했고 국민의힘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사실 이 결과는 어느 정도 예고됐습니다.
강서구청장 선거 판세는 결론부터 보자면 민주당에 절대 유세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서울 강서구가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국민의힘보다 높다는 데 있습니다. 보수 정당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된 적이 있지만 가장 최근이 지난 2022년 김태우 후보였습니다. 그전에는 민주당계 구청장이 12년을 재임했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태우 후보를 제외한다면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보수 정당 구청장이 당선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강서구에는 또 갑·을·병 3개 국회의원 지역구가 있습니다. 지난 2020년 4월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갑·을·병 지역구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 당선됐습니다. 강서구 갑은 '강선우', 을은 '진성준', 병은 '한정애' 3명입니다.
거의 모든 선거가 연관성이 있지만,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나 지자체장을 뽑는 지선은 해당 지역구에 국회의원이 어떤 정당 소속인지가 중요합니다. 국회의원이 있다는 얘기는 수년간 그 지역 기반을 닦아온 선거 조직이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강서구 내 갑·을·병 3개 지역구에 민주당 의원이 있다는 얘기는 강서구청장 선거에 있어서 이들 의원의 조직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조직 대 조직으로 맞붙는다면 국민의힘이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18대부터 20대까지 강서구 을에서 보수 정당 정치인 김성태 전 의원이 3선을 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지역민들에 호감을 산 것은 맞지만 선거 때마다 아슬아슬한 진땀승을 거뒀어야 했습니다. 그만큼 보수 정당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민주당의 주된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40~50대가 많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30대의 비중은 17.1%, 40대가 15.6%, 50대가 14.7%를 이루고 있습니다.
동네별로 상이하나 화곡동, 등촌동 등에는 청년 가구 혹은 젊은 부부들이 살고 있습니다. 빌라나 다세대주택이 많은 서민 동네라는 측면에서 보수적인 성향보다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들의 비중이 더 높습니다.
두 번째로는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의 약점에 있습니다. 김 후보 본인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공익제보자라고 자임하고 있지만 민주당에서는 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업무상 비밀을 누설했고 부정 청탁을 했다는 이유를 대고 있는 것이죠.
가장 큰 약점은 김 후보가 전임 구청장이었다가 대법원 유지 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했다는 점입니다. 강서구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귀책 사유가 본인에게 있다는 뜻입니다. 대법원판결과 구청장 자격 상실 후 3개월 뒤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사면·복권이 없었다면 재·보궐 선거에 나올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김 후보 자체가 강서구에 별다른 연고가 없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보다 연고성을 더 따지는 지자체장 선거에서 치명적입니다. 강서구 외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다는 것도 지역민들 입장에서 결점이 됩니다.
대통령실이 망친 김기현 대표의 계획 승리보다는 패배 가능성이 더 높고, 보궐선거 개최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생각에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깔끔하게 민주당에 강서구청장 자리를 내주면서 혹시 있을 '패배의 충격'을 받지 않으려고 했던 전략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강서구청장 선거가 전국 유일하게 열리는 재·보궐선거이다 보니 패배 시 충격이 크고, 내년 4월 열리는 총선 전초전이란 점에서도 관심이 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봐줬다' 정도로 해서 정신 승리를 거두려고 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전략은 대통령실의 '사실상’ 개입으로 무산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 특사로 김태우 전 구청장의 피선거권을 복권해 줬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윤심'에 따른 결정이라는 얘기입니다.
국민의힘은 공천을 미루고 미룹니다. 9월 초 일찌감치 진교훈 후보로 강서구청장 후보로 공천했던 민주당과 비교하면 열흘 가까이 늦은 9월 17일이 되어서야 공천을 결정했습니다. 경선 끝에 김태우 후보가 후보로 확정됐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 입장에서는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았던 싸움에 등 떠밀려 나가 피 터지게 싸우게 된 상황이 된 것이죠.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가 나서 유세를 다니고 나경원, 안철수 등 이른바 '네임드' 정치인들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강서구와 연고가 없는 다른 지역 의원들과 국민의힘 당원들도 강서구 유세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지역 민심이었습니다.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에 지지율 격차는 벌어지면서 패색이 짙어졌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10%대 차이로 패배하느냐 그 이하로 패배하느냐'가 관건으로 인식될 정도였습니다.
민주당도 승리가 가까워졌다는 분위기를 만끽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본투표 전 유세에 합류한 게 그 예입니다. 승리의 주역이 되고픈 이 대표가 빠질 수 없었던 것이죠.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 각 정치인의 입지,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로 민주당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2022년 대통령 선거 패배, 같은 해 처참하게 패했던 지방선거의 악몽을 잊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재명 대표와 내년 4월 총선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된 것이죠.
따라서 이재명 테마주로 묶이는 종목은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입지가 단단해지면서 차기 대선주자로서 지위를 굳힐 수 있게 된 것이죠.
반면 이재명의 대안으로 꼽히는 이낙연 테마주는 침체를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대안으로 꼽혔던 김부겸, 김두관 등도 부각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이 없는 민주당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볼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죠.
김동연 경기지사도 침체를 보이겠지만, 원내 다른 주자들과 비교하면 타격이 덜할 것으로 보입니다. 잠재 주자로서 언제든 대선판에 호출될 수 있다는 정도에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도지사는 서울시장과 함께 잠재 대선후보군으로 묶입니다.
이들 외에 잠재 주자로 묶을 수 있는 민주당 내 정치인으로 홍익표 현 민주당 원내대표,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이탄희 의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3선 의원으로 본인 스스로 민주당 험지인 '서초 을'을 자원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대선주자 못지않은 당내 입지를 다지게 됩니다.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리스크가 큰 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탄희 의원은 '한동훈 잡는 민주당 의원'으로 이름을 높였습니다. 아직은 소수 비율에 지나지 않지만, 이탄희 의원도 차기 대선주자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친윤계 침체의 시작 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비교해 분위기가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대권까지 넘봤던 김기현 대표는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에 대한 타격을 심대하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당내 대권주자였던 유승민, 안철수, 나경원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죠. 이들은 그나마 대선주자로서 명함을 내밀었고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김 대표는 이마저도 부족한 수준입니다.
강서구청장 재·보궐 패배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으로 해석된다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 관련 테마주도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한 장관에 대한 탄핵을 발의하고 통과시킨다면 더 하락할 수 있습니다.
친윤의 하락은 비윤 혹은 반윤, 또는 친 MB계의 반등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오 시장은 한동훈 시장과 반비례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한 장관의 하락세가 두드러질수록 오 시장의 상승세가 돋보이게 되는 것이죠.
나경원과 안철수는 어떻게 될까요? 둘 다 윤 대통령 측의 견제를 강하게 받았던 이들입니다. 나경원 전 의원은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가 당의 중책을 맡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야당을 이끌면서 보였던 그의 리더십을 기억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고 평범하게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0년 유력 대권주자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무기력한 존재감을 보입니다. 그 누구도 안철수를 주목하고 있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2022년 3월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가 그의 정치 인생에 있어 '악수(惡手)'였던 셈입니다.
4월 총선이라는 굵직한 이벤트가 남았지만,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 패배로 당내 윤 대통령에 대한 비토(Veto)론이 커질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친윤에 의존해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것이죠. 수도권 등 중도 확장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면 유승민과 홍준표의 시간이 올 수 있습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후보와 경쟁했던 이들은 중도 확장이라는 강점을 보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대권 주자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결과가 중요한 이유 강서구는 야당 성향이 강하다고 인식되나 매번 선거마다 달랐습니다. 진보 성향이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물과 정책, 정부 심판론에 따라 표심으로 갈렸다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닙니다. 또 전국적인 선거 결과와 일치하는 때가 많았습니다. 호남이나 영남 등 지역 표심에 따라 무작정 정해놓고 후보자를 뽑는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한 예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몰표를 줬지만, 2021년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오세훈 후보가 전체적으로 우위의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당시 보궐선거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깊은 관련이 있었죠. 대선과 지방선거 때는 또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더 우위였습니다. 전국적인 ‘민주당 심판론’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입니다.
따라서 강서구의 결과는 최근 전국적인 민심의 동향과 향후 총선의 판세가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강서구의 패배를 국민의힘은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합니다. 민심의 흐름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테마주에 투자하시려거든 이 부분도 잘 살펴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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