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비트코인에 중요한 이유
Summary
- 채권금리는 수명을 가늠할 수 있는 현대 통화자본주의의 텔로미어
- Boom & Bust Cycle이 반복되며 경기 부양책을 통해 금리 레벨 지속적 하락
- 비트코인 regime의 도래 시기를 예견하는데 금리는 매우 중요한 factor
- 최근의 금리상승이 단기적일지라도 당장의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할 필요
10년 넘게 (세상 답답한) 채권시장에 종사했던 내가 Crypto Enthusiast가 되었다 하면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최근 많은 채권 전문가들이 코인 업계로 진출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채권 금리를 보고 있으면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자본시스템의 수명을 재게 되기 때문이다.
1970년 대 금본위제 폐지와 석유파동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 의장으로 투입된 폴 볼커는 기준금리를 무려 20% 까지 인상한다. 결국 인플레이션은 잡았지만 당연히 경제도 잡아버렸다. ‘대 금리 인상의 시대’ 이후 채권 금리는 무려 40년에 달하는 세월동안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여기서 말하는 채권 금리는 미국채10년 수익률을 의미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긴 만기의 채권에 투자할 때는 단기 채권 투자 시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원하고 그렇기 때문 이자율 곡선은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연준의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2년 이하 만기의 금리와 달리 10년 금리는 보통 기대인플레이션과 잠재성장률의 함수라고 한다. 때문에 기준금리를 적정 수준 이상 올려 버리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는 이벤트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장기 금리 역시 단기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만기 2년 채권보다 10년 채권에 더 높은 금리를 바라는 것은 합리적인 바람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단기가 금리가 하락하면 10년 금리도 더 내려갈 수 있는 룸이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표심에 예민한 미국 정부와 독립기관이라지만 마냥 독립적일 수 없는 연준이 지속적으로 금리 레벨을 낮춰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는 곧 민심인데, 민심은 언제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선호할 수 밖에 없고, 꼭 필요한 긴축이라도 인내심은 쉽게 바닥나 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편안한 금리 레벨이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민심은 더 더 낮은 금리를 원하게 되어있다. 그렇게 약 10년 주기로 반복되어온 완화-긴축 cycle을 거치면서 20%대의 기준금리는 0%로 수렴했고, 제한된 성장률 아래 10년물 금리 역시 중력에 이끌리 듯 하락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의 충격 이후 연준이 경기부양에 대한 중요한 factor로 시장의 기대심리와 (아마도) 주식시장을 진지하게 반영하고, 스포일된 시장은 긴축에 대해 극심한 알러지 반응을 보이면서, 금리의 down spiral 현상은 가속화됐다. 금리를 돈의 가격이라고 본다면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돈의 가격(금리)를 낮출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찌 보면 초저금리는 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의 산물인 것이다.
오랜 시간 채권시장을 들여다보던 중 미국채10년 금리가 1% 를 하회하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금리라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텔로미어 같은 존재가 아닐까라는 것이다. 텔로미어는 DNA를 새로운 세포로 무수히 복제해냄으로써 젊음을 유지시켜주는데, 나이가 들수록 텔로미어의 길이는 짧아지고 결국 사람은 수명을 다하게 된다. 미 연준도 금리를 적극활용하여 경제활동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왔지만, 이 금리라는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져 버렸다. 소위 말하는 경기방어 수단이 더 이상 남지 않게 된 것이다.
연준은 국채 매입과 같은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무제한 시행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이후 순식간에 늘어나버린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이미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금리 설명이 길었는데, 그럼 어째서 금리가 비트코인에 중요한 것일까?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은 위에 서술한 정부조직과 결탁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 또는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금리는 미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단으로서 매우 신중하게 아껴써야하는 자원이다. 중앙은행이 시장 통제의 수단을 잃을 경우 극심한 혼란이 초래되는데, 제로 기준금리 이후 무제한 양적완화을 통해 억지로 경기부양을 하면서 탄생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금리의 소멸이 곧 비트코인 존재의 배경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금리가 비트코인에 중요한 것이다.
비트코인의 제네시스 블록에는 사토시 나카모토는 “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 라는 메세지를 남겼다.
사실 연준이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금리는 단기 금리에 불과하다. 대표적 장기금리인 10년 금리는 사실상 자연현상에 가깝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코인시장의 영향을 판단하는데 있어 단기 금리보다는 장기금리가 중요하다.
미국채 10년 금리와 비트코인의 가격을 그림으로 보면 그 관계는 더욱 선명하다. 비트코인이 ‘발생’하고 본격적 상승을 나타낸 2010년 대는 두드러진 않지만, 최근 모습에서 그 역의 상관관계는 비교적 뚜렷한게 나타난다. 비트코인이 달러와 대립한다는 구도에서 달러 인덱스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채권 금리가 가지는 market implication이 더욱 함축적이고 선행적인 면을 고려하면, 금리의 변동은 비트코인 가격을 예측하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최근 미국채 10년 금리가 무서운 승세를 보이고 있다. 텔로미어가 길어지고 현대 통화자본주의의 수명이 연장되고 있는 것일까. 예상했겠지만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장기금리는 상승 중이지만, 단기금리는 더욱 상승하여 일드커브가 플랫되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비정상적인 현상만 봐도 그렇다. 소위말하는 organic한 금리 상승이라 보기 어려운 것이다.
문제는 이 표면적으로 높은 금리가 단기적으로 비트코인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나스닥과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높은 금리(할인율)는 기술 기업의 미래가치를 깎아먹기 때문에 나스닥 지수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격 국면을 판단하는 데 있어 금리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다.
비트코인 vs 나스닥100 30-day의 높아진 상관관계
한편,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금리의 대세하락이 멈추고 반등하는 The Great Unwind가 시작된 것일까. 앞서 설명했지만, 10년 금리는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잠재성장률에도 영향을 받는다. 임금상승률을 뛰어넘는 작금의 인플레이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천연자원 supply chain은 단기간 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종류의 물가 상승은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잡히는 것도 아니다. 경제활동을 더 위축시킬 뿐이다. 따라서, 장기 금리의 상승추세도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연준도 인플레이션을 긴축으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언론플레이’를 통한 기대인플레이션 하락 유도 정도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경우 쓸 수있는 방법은 결국, 말은 세게 행동은 느리게이다. 결국 큰 그림에서 연준은 완화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금리와, 비트코인 엄청난(?!) 상승을 예상한다. 다만, 우리는 미래가 아닌 오늘을 살고 있고 일희일비하는 시장에서 투자를 해야한다. 연준의 스탠스 변화도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수없이 경험해온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조심해야 한다. 며칠 전부터 비트코인 가격은 이미 출렁이고 있다. 오히려 예상보다 좀 늦은 감이 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부진의 기저에 금리가 진짜 원인이라면 일시적인 조정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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