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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크립토에 관심을 가지는 세가지 이유 (다음 불장은 중동에서?)

 

추운 크립토 윈터 기간에도 다음 크립토 bull-cycle을 이끌 촉매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은 핫하다. 비트코인 반감기, 연준의 pivot, 중앙은행 준비금 편입 등이 단골 메뉴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대체로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거나 전고점을 경신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그런데 중동의 오일머니는 어떨까? 지금까지 크립토 생태계의 혁신과 가격 hype의 뒤에는 항상 거대 자본력이 뒷받침 됐다. 2017년에는 중국, 2021년에는 미국이었다면 아직 손상되지 않았고 에너지로 큰 돈을 벌어드린 중동 머니가 다음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처음부터 이슬람 국가가 크립토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었다. 사우디의 중앙은행 SAMA는 2018년 크립토 투자 위험성을 경고하고 왕국 내 트레이딩을 금지했고 카타르를 비롯한 여러 국가가 동참했다. 최근에는 변화가 감지가 되고 있는데, 사우디는 모센 알자흐라니(Mohsen AlZahrani)를 암호화폐 및 가상 자산 책임자로 임명하고 카타르는 월드컵 공식 파트너로 크립토닷컴을 맞이했다. 크립토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두바이의 UAE는 말 할 것도 없다. 특히, 아부다비는 전향적인 규제 스탠스로 싱가폴을 대신하여 많은 크립토 기업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 사우디 중앙은행 암호화폐 책임자 임명

 

© Crypton.com, 카타르 월드컵 공식 스폰서 채택

 

|중동이 크립토에 관심을 가지는 세가지 이유

중동이 마냥 보수적일 것 같지만, 사실 크립토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몇 가지 동기부여가 있다.

첫 번째로, 일단 돈이 많다. 아마 다음 크립토 상승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일 텐데, 미국 셰일오일 산업 후퇴와 러시아 전쟁으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의 수혜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긴축 이후 대부분의 글로벌 투자자가 위축된 반면,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중동 국부펀드들은 공격적인 세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Web3를 잠재성을 간과하진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 페트로 달러에 대한 의존성 탈피다. 사우디를 필두로 여러 중동 국가가 미국과 지정학적인 대립관계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과의 종속관계를 상징하는 것이 페트로 달러(석유 결제 통화)라고 할 수 있다. 석유 대금 결제 통화로 달러 대신 비트코인 같은 중립자산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분위기는 위안화/디르함/루블 등 제3통화를 쓰는 방향이지만, 달러 독주체제에 균열이 생긴 것만으로도 많은 비트코이너들을 흥분시킬 만한 부분이다. 특히, 경쟁을 넘어 서로 적대적이기까지 한 중동의 정세를 고려했을 때 특정 국가 통화보다는 비트코인이 채택될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다.

 

 

마지막으로, 크립토는 기존 금융과 달리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부합할 여지가 있다. 자금 규모로 치자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동 국부펀드의 존재감은 막강하다. 다만, 가진 돈에 비해 그 영향력이 작고, 특히 국내 금융서비스가 발달하지 못한 것은 샤리아의 영향이 크다. 이슬람 율법에서는 금전 대여에 대한 이자 수취를 금지한다. 미국 연준에 모두가 주목하듯, 금리를 기반으로 구축된 현대 금융 시스템과 태생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고 당연히 기존 금융 산업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대를 주름 잡았던 ‘아리바이 상인’ 역사에서 보듯 중동은 결코 돈에 무관심한 민족이 아니다. 크립토의 정체가 파악되지 않았을 때는 보수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유틸리티 성격도 부여할 수 있는 높은 자유도를 고려할 때 크립토가 이들에게는 할랄(샤리아 부합)일 수 있는 것이다.​

 

 

|크립토는 할랄(Halal)인가 하람(Haram)인가?

이슬람에서 율법이 허락한다는 의미의 할랄과 반대로 하람은 금지를 뜻한다. 20세기 중반, 이슬람 학자들 사이에 서구의 금융 시스템이 샤리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의가 시작되었고. 특히, 샤리아에서는 대출에 대한 이자의 수취를 부당 이득으로 간주하고 있기에, 현대의 금융 시스템은 하람으로 규정됐다. 때문에, 이슬람 금융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금융업이 자리잡고 있다.

 

 

이슬람 금융은 다음과 같은 6대 원칙을 갖고 있다.

  1. 금전 수탁을 통한 이자 수취 금지 — 실물거래 없이 시간의 경과로 이자를 받는 것을 부당이득으로 간주
  2. 수익ㆍ손실에 대한 공동부담 — 원금상환, 사전 확정수익 보장이 금지
  3. 불확실성(Gharar) 금지 — 미래의 유무형 자산에 대한 거래 금지(파생상품, 우발채무 등)
  4. 도박적 요소가 포함된 거래의 금지 — 순수 투기목적의 거래 금지
  5. 도덕ㆍ사회적ㆍ종교적 금지행위(Haram)에 대한 불허
  6. 자금의 저장 금지

 

이슬람 금융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리바(Riba — 아랍어로 이자)”의 금지를 이해해야 한다. 더 분명하게는, 사업의 성패와 관계없이 받게 되는 “확정수익(prefixed return)”의 금지이다. 이에 따라 자본(Capital)에 대한 관점이 크게 달라지는데, 돈은 빌리는 대상이 될 수 없다. 한 번 투입되면, 완전히 생산과정이 끝나 결과물이 나와야 이익 또는 손해를 계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슬람 프레임워크에서 이익은 자본 투자에 대한 보상의 개념이 될 수 있으나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보상을 받을 수 없으며,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 투자한 사업이 손해를 봤다면, 투자자 역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크립토가 할랄인지 하람인지에 대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내재가치가 없거나 가격 변동성이 극심하다는 특징들은 크립토를 화폐보다는 투기자산으로 비춰질 개연성이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많은 이슬람 학자들이 크립토를 하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크립토가 할랄일 수 있다고 주장도 만만치 않다. 위에 열거한 이슬람 금융의 원칙은 돼지고기를 금지하듯 대상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쓰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Chainlink 또는 커머스 관련 코인과 같이 유틸리티 성격의 크립토의 경우 내재가치가 없다고 할 수 없다. (크립토의 ‘hodl’ 문화가 끝까지 간다는 샤리아 원칙과 동일하다는 주장도 있다;ㅎ)

 

© 대출과 디파이만 안하면 된다

 

게다가, 이슬람 금융 역시 변화에 적응한다. 전통적으로 투자와 통화는 금과 같은 물리적 자산으로 뒷받침되어야 했지만 미국 달러와 같은 명목 화폐가 20세기에 걸쳐 대중화되자 학자들은 이를 연구하여 결국 이슬람 금융에 통합한 역사가 있다. ​

결국 암호화폐의 샤리아 적격 여부에 대한 결론을 쉽게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이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이슬람의 중앙 조직도 없다. 이슬람 국가에는 샤리아 위원회가 있으며,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구속력은 없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 역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크립토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은 정부가 내리게 되어 있고, 최근 사우디를 비롯한 이슬람 정부들의 행보는 꽤 전향적이다.

사우디가 최근 스탠스의 변화를 보인 것은 거래금지에도 불구하고 크립토에 투자 및 보유 하는 시민들의 수가 급증한 영향도 있다. KuCoin의 서베이에 따르면 약 300만 명이 “현재 암호화폐를 소유하고 있다”했고 이는 이는 18세에서 60세 사이의 성인 인구의 14%를 차지한다. 결국 금지가 능사가 아니라는 규제 당국의 인식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또한 사우디의 공공 및 민간 기업 모두 블록체인의 잠재력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솔루션은 할랄 회사가 재료의 출처를 추적하고 관련 표준을 충족하도록 도왔고, 아람코 와 같은 주요 기업들도 투자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 허브로 부상한 UAE가 크립토 친화적 규제를 펼치는 것에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도 있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한 중동 국가가 다음 상승자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희망회로의 영역이긴 하다. 이 들이 그리는 미래에 우리가 원하는 크립토가 아닌 CBDC가 있을 수 도 있다. 그러나, 중동이 Web3의 번영을 이끌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 연준의 pivot말고도 중동의 움직임을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주요 중동 국가 크립토 현황

UAE

중동 지역의 크립토 선두주자이며, 두바이는 공공 서비스의 1/3이 블록체인에서 실행되고 있음. 또한 암호화 토큰에 대한 규정을 발표하고 Web3 불법 행위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메타버스 경찰을 만드는 것과 같은 정책 혁신을 지원. UAE 중앙은행은 홍콩통화청, 태국 은행, 중국인민은행 디지털통화연구소와 함께, 국경 간 다중 통화 결제 를 위한 CBDC 파일럿을 완료.​

 

사우디 아라비아

사우디는 다양한 형태로 Web3를 채택, 처음으로 메타버스에서 국경일을 축하하기도 함. SAMA는 2022년 9월에 SAMA는 가상 자산 및 CBDC 프로그램을 이끌 새로운 암호화 책임자를 고용. 또한 부동산을 토큰화하고 의료 부문과 공급망에서 블록체인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 가장 최근에 Saudi British Bank(SABB)는 신용장에 블록체인을 활용.

 

바레인

바레인 중앙은행(CBB)은 지난 2월 크립토 규정을 발표. 사용자가 암호화폐를 구매, 판매 및 저장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거래소 Rain의 라이선스를 부여. Binance도 암호화 자산 서비스 공급자 라이선스도 받음.

 

오만

오만은 중동 블록체인 리더 중 하나로, 정부는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과정과 세미나 일정을 잡아 대규모 기술 향상 프로젝트에 참여. 중앙은행은 암호화폐 전문가를 고용. 가장 최근에는 유명 에너지 회사인 Al Shawamikh Oil Services가 Frontech와 협력하여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관리 서비스 개발.

 

카타르

수년 동안 카타르 중앙 은행(QBC)은 비트코인 ​​및 기타 암호화폐의 채굴 및 투자를 금지했으나, 최근 국내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기류 변화중. 디지털 자산 및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고민 중이며 부동산을 위한 토큰화된 솔루션을 모색. 월드컵에서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친환경 자격으로 Algorand, 사용하기 쉬운 시스템으로 Crypto.com)을 스폰서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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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소개글
現) 비스타랩스 이사 前)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前) 한화자산운용 Credit Strategiest 前) 두나무투자일임 Early-stage의 암호자산에 투자하는 Crypto VC 매니저입니다. 대표적 전통자산 채권을 바라보던 시각으로, 눈앞에 다가온 블록체인 혁명을 이야기합니다. (https://t.me/vistala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