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악재 속에 블랙록 등장의 의미
SUMMARY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신청하며 비트코인이 두 달 만에 3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그간 가상화폐 운용 서비스를 이용하던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금융과 달리 제대로 된 운용보고서조차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국내 1,2위 운용 업체들이 연이어 입출금을 중단시키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기도 했었죠. 그런 가운데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 신청은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환영을 끌어냈는데요.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왜 반기고 있을까요?
© istock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네 또 한 번 가상자산업계가 시끄럽다. 가상자산의 운용 및 예치 서비스를 내세운 하루인베스트(Haru Invest)가 돌연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했다. 하루인베스트에 이어 델리오(delio)까지 출금중단에 나서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델리오와 하루는 국내 가상자산 운용 및 예치서비스 1,2 등 업체로 평가받고 있는 기업이다. 양 사 모두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USDT) 등을 예치하면 10% 이상의 고이율의 이자를 제공하는 운용사다. 고이율을 내세워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다.
고이율의 이자 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운용 및 예치 서비스에 가상자산을 맡기면 업체들은 고객의 가상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해 수익을 내는 구조였다. 전통 금융권에서는 위와 같은 구조로 상품을 출시하면 운용보고서를 공시한다. 투자자들은 운용보고서를 보고 투자 상품을 선택할 수 있고, 운용보고서를 통해 고객의 돈이 어떻게 투자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을 이용한 운용 및 예치 서비스는 이런 운용보고서가 대부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한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런 가상자산의 운용 및 예치 서비스에 대해 러그풀(rug pull, 프로젝트 개발자가 프로젝트를 돌연 중단해 투자금을 가로채는 투자 회수 사기)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었고, 실제로 러그풀이 발생한 해외업체도 있었다.
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 역시 반갑지 않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증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는 FTX가 파산한 현시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거래소다. SEC는 등록되지 않은 기관이 가상자산에 대한 교환과 중개, 그리고 청산의 기능을 제공했다고 판단했고, 스테이킹(staking) 서비스가 미등록 증권을 판매한 혐의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바이낸스가 만든 바이낸스토큰(BNB)과 바이낸스의 스테이블코인 BUSD를 포함해 다수의 토큰들이 증권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SEC의 이런 결정에 대부분의 가상자산 가격은 급락했다.
한국과 미국 사례의 공통점 바로 규제가 없어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각국은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화와 규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잇따른 사고가 발생하면서 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그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가상자산 운용 및 예치 서비스들의 입출금 중단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금 당장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운용 서비스가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았고, 가상자산의 위탁 운용과 관련한 법령도 미비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향후 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 기밀이라며 공개되지 않던 운용보고서는 향후 반드시 공개를 해야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FTX의 파산으로 인해 미국 의회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번 SEC의 고소로 인해 이런 논의는 더욱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재의 하위테스트(Howey Test)를 기반으로 증권성을 판단할 경우 대부분의 토큰은 증권으로 분류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자산의 등장인 만큼 기존의 증권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최초로 꼽히는 가상자산 규제안인 유럽의 MiCA 법안도 가상자산을 발행할 경우 금융 당국에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기준을 마련했지만, NFT(대체불가토큰)와 탈중앙화금융 DeFi에 대해서는 아직 관계 법령이 제대로 마련되지는 못했다. 증권성 여부와 함께 가상자산을 규제화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규제가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못하게 하겠다는 규제가 아닌, 투자자 보호를 비롯해 건전한 생태계 내에서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마련되지 못했던 법령 및 규제가 정비돼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임 체인저의 등장일까 가끔 필자가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규제가 마련된다는 것은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서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요?”였다. 그럴 때마다 시장엔 게임의 룰(rule)이 생겨야 믿을 수 있는 사업자나 투자자 보호를 받는 투자자들이 함께 시장을 형성하고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이야기했었다. 가상자산 시장이 사라지거나 위축되는 것이 아닌 시장의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라고 생각했다.
국내외에서 여러 이슈들이 발생하면서 규제와 제도화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지금, 미국에서는 메가톤급 뉴스가 등장했다. 바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cak Rock)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 소식이다. 블랙록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위해 ‘iShares Bitcoin Trust’로 명명된 신청 서류를 SEC에 제출했다. 만약 점점 빨라지고 있는 규제 구축이 ‘시장 죽이기’였다면 나올 수 없는 소식이다.
그동안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했던 운용사는 몇군데 있었다. 반에크(VanEck), 위즈덤트리(Wisdom Tree)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SEC는 모두 상장을 거절했다. 대부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했었다. 하지만 점차 규제가 마련되고 있고, 코인베이스, 피델리티 등 자산을 안전하게 수탁할 수 있는 업체들이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사업을 영위하면서 점차 비트코인 ETF 상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블랙록은 그 동안 비트코인 ETF를 신청했던 여타 자산운용사와는 규모나 위상이 다르다. 블랙록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로 이미 10조달러 이상의 고객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ESG 열풍을 이끈 것에서 알 수 있듯 블랙록의 CEO 래리핑크(Larry Fink)는 미국의 정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즉, 그간 비트코인 ETF 상장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블랙록의 갑작스런 비트코인 ETF 상장 소식은 어느 정도 규제나 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사이클에서의 상승이 테슬라, 스퀘어 등 기업들의 비트코인 매수가 이끌었다면 다음 상승은 비트코인 ETF가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장 SEC가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 신청에 대해 승인을 해줄지 거절을 할지 예측할 수는 없고, 설령 이번에 SEC가 상장을 거절한다고 해도 게임의 룰이 마련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블랙록을 비롯한 각국의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미래 성장성이 높은 비트코인 ETF 상장을 계속해서 시도할 것이다. 단 투자자 보호를 비롯한 규제안이 마련됐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말이다.
INSIGHT 아이러니하게도 각국에서는 규제안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했다. ETF가 승인되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를 비롯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국내외에서 최근에 발생한 여러 이슈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동시에 이번 일을 교훈 삼아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나 제도화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런 건전한 토대 위에서 블랙록을 비롯한 비트코인, 그리고 향후 비트코인과 관련 기업들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가 출시되면서 가상자산과 전통금융이 만나는 꿈같은 상상을 해본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