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산업, 다시 살아나다 #2
* 이 글은 ‘디스플레이 산업, 다시 살아나다 #1’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Summary
- OLED 시장마저 추격하는 중국을 따돌리려면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선점해야 함
- 루멘스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미니 LED 개발에 착수했으나 전망은 부정적
- 결국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한국이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낮은 원가 구조가 중요
-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디스플레이 업체에 원재료를 납품하는 매입처 등은 호황
© iStock
| 미니 LED 등 기술 초격차와 원가경쟁력
OLED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의 격차를 매년 유지해야 합니다. 중국은 LCD에 이어 OLED 역시 한국을 맹렬히 쫓아오고 있습니다. OLED는 자체 발광이 가능해 LCD와 달리 다양한 디스플레이 변형이 가능하고, 좀 더 선명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 한국개발특구진흥재단 2018.1 OLDE 시장 보고서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는 형광성 유기화합물에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전계발광현상을 이용한 자체발광형 유기물질로, 유기발광다이오드라고 합니다. 낮은 전압에서 구동이 가능하고, 명암비가 높아 어두운 배경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보일 수 있으며, 넓은 시야각과 빠른 응답속도를 가지고 있는 특징입니다. LCD에 사용되는 백라이트 및 필터링 시스템이 필요 없어 두께를 더욱 얇게 만들 수 있으며, 특수 유리나 플라스틱을 이용해 구부리거나 휠 수 있어 이후 롤링 TV와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용되었습니다.
그렇다면 OLED 다음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무엇일까요? 현재로서는 좀 더 발광 광원이 세고, OLED가 유기화합물이기 때문에 생기는 내구성의 저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미니 LED’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 OLED의 단점 : 명암비와 검정 수준, 감상 각도, 반응 시간에서 우세한 OLED 기술의 단점은 내구성. OLED의 ‘O’는 ‘Organic(유기)’의 첫 글자로, 사용하면서 마모되는 것이 유기 물질의 특성이며, OLED는 빛 자체에 노출되면 마모되는데, 특히 푸른빛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차세대 기술 선점에도 전망 부정적 ㈜루멘스는 1996년 6월에 설립되었으며, LED(발광다이오드), LED 조명 등의 제조 및 판매를 주요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루멘스는 LED 관련 전문 업체로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LED 제품을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LED 역시 중국과의 경쟁이 고질적인 어려움입니다. 루멘스의 LED 칩은 삼성전자, LG이노텍 등 주요 대기업 TV에 들어가는 백라이트유닛(BLU)에 적용됐습니다. 이 회사는 OLED가 아니라 차세대 ‘미니 LED’ 개발에 착수해 어느 정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 DART 2021년 루멘스 사업보고서
광원의 세기가 OLED 보다 높기 때문에 루멘스는 미니 LED를 통해서 자동차 헤드라이트 사업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미래 기술력을 선점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루멘스의 재무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FY2021 연결 기준 기준 8억 원의 영업흑자 전환을 기록했지만 이는 매출 축소와 외화환산 이익을 반영한 수치입니다. 직전 4년간의 영업적자가 총 -824억 원에 달합니다. 90~96%까지 오른 매출원가율은 대규모 영업적자를 지속하게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가격 경쟁력이 없는 제품을 주요 납품처에 손해 보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니 LED’ 시장이 도래하기를 기대하면서 버티는 중입니다. 그러나 2022년 전망은 ‘미니 및 마이크론 LED의 시장 본격화가 기대되나 가전산업의 수요 부진과 자동차 산업의 생산 차질 지속 등으로 외형 성장은 제한적일 듯’으로 부정적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격 경쟁력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미니 LED’를 초격차 기술로 밀기에는 아직 시기 상조로 보입니다. 우선 OLED 시장이 덜 개화되었고, 이후 미니 LED로 선회할지 불확실성이 높습니다. 2022년 1분기에서야 삼성디스플레이 QD-OLED 수율이 75%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이라고 합니다. 수율은 제품 라인에서 최종 통과되는 양품률로 불량률의 반대말입니다. 삼성 측은 2022년 내에 수율 90%를 목표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기술력에 있어서 ‘초격차’가 현재는 수율로 보입니다. 한 번 공장이 가동되면 불량률이 없는 제품을 많이 만들 수 있는 게 기술력이겠죠. 하지만 수율만으로는 불안합니다. 대량생산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밀어 붙이기식’이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아예 경쟁자의 추격을 어렵게 만드는 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낮은 원가 구조입니다. 중국이 저가 공세를 하기 전부터 말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현재 비용 구조를 뜯어봅니다.
2021년 LG디스플레이의 매출원가율 82.2%, 삼성디스플레이는 73.3%. 동일 업종이지만 각 회사마다 상황이 있으니 단순 비교는 힘듭니다. 2개 회사 모두 디스플레이 호황이었던 2017년의 원가율에 근접하기는 했습니다. 좀 구체적으로 상세 항목을 살펴보았습니다.
© 재무제표 읽는 남자
상기 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석 22번 <비용의 성격별 분류>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비용이 다 포함되어 있는 주석입니다. 2020년 전기와 2021년 당기의 증감률을 나타냈습니다. 매출액이 약 30조 원 → 약 31조 원으로 크게 증가하지 않았던 삼성디스플레이가 4.3조 원의 영업이익이 가능했던 이유는 원가 -4%의 절가 덕분입니다. 비용의 47%로 가장 비중이 많은 ‘원재료 상품 매입액’은 근소하게 줄었고, 급여 및 복리후생비는 증가했습니다. 유틸리티비, 감가상각비가 절감 효과를 이끌었다고 본다면 선 투자했던 설비가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나 추측해 봅니다.
LG디스플레이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점검해 보겠습니다.
© 재무제표 읽는 남자
LG디스플레이는 비용이 13% 증가했습니다. 매출액이 약 24조 원 → 약 30조 원으로 약 5.6조 원 23% 증가했던 게 영업이익이 난 원인입니다. 매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에 비해 비용이 덜 들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LG디스플레이 경우도 인건비가 증가한 부분과 55%로 비중이 높은 ‘원재료 및 상품매입액 등’을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사 모두 OLED를 제조하기 위해서 다양한 원재료가 수급이 되어야 합니다. BLU 부품의 주요 원재료인 EGI (Electrolytically Galvanized Iron, 전기아연도금강판), 철광석/석탄 등은 중국 쪽에서 공급받는 편인데 중국의 저탄소 정책과 철강 생산 감산으로 원자재 단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PMMA(polymethyl methacrylate, 폴리메틸 메타크릴레이트)은 국제유가 상승세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가격 상승세도 지속 전망입니다. 이 외에도 구리, 나프타 등 디스플레이 패널을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원재료 관련 이슈는 이익과 직결되는 요소입니다.
| 주목해 봐야 할 기업 Quick 리뷰
양사 주요 매입처는 어디? 원재료 구매액이 12~15조 원인 디스플레이 회사는 매입처 관리도 중요합니다. 대량 생산을 하는 입장에서는 매입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직접적인 지분 투자도 한 방편입니다.
© DART 삼성디스플레이 FY2021 연결감사보고서
㈜덕산네오룩스는 삼성디스플레이에 AMOLED 유기물 재료 및 반도체 공정용 화학제품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주요 제품으로 AMOLED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HTL(정공수송층), HIL(정공주입층), RED HOST 등이 있으며, 주요 매출처는 삼성디스플레이㈜입니다. 2019년 978억 원 → 2020년 1,441억 원 → 2021년 1,913억 원으로 매출액이 증가합니다. 이와 함께 207억 원, 401억 원, 509억 원 영업이익이 급증했습니다. 매출액의 76%가 삼성디스플레이로 갑니다. 2022년에도 OLED TV의 출하량 증가와 IT 기기의 OLED 채택, 신규 갤럭시Z 및 아이폰13의 스마트폰 출시 등에 따른 관련 소재의 수요 증가로 외형은 전년대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DART LG디스플레이 FY2021 사업보고서
LG디스플레이 역시 주요 매입처가 중요합니다. 원가 관리가 되기 위해서는 우호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상대가 좋습니다. 영풍전자, LG화학, 희성전자, 파주전기초자, LX세미콘 등 LG디스플레이에 원재료와 생산설비를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LX세미콘(LX Semicon)은 평판 디스플레이용 핵심 반도체 부품을 고객사에 판매합니다. 2014년 LG그룹에 인수되었으며, LX그룹으로 계열분리 후 사명이 ㈜LX세미콘으로 변경되었습니다.
© 딥서치 LX세미콘 재무정보
경쟁 상황 속 원재료 업계는 호황 LX세미콘의 2021년 매출액 1.9조 원, 영업이익 3,696억 원, 당기순이익 2,964억 원 등 2020년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또한 OLED TV의 출하량 증가와 함께 북미 고객사향 소형 DDI 공급 본격화, 파운드리 공급 부족에 따른 일부 DDI의 가격 상승 등으로 이뤄진 성과입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 2022.4.25 공시된 LX세미콘 잠정실적을 보면 2022년 LX세미콘의 매출액은 2021년 동기 대비 44.2%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1,279억 원으로 매우 좋은 편입니다. 원재료를 구입해 간 LG디스플레이 실적 역시 좋은지 확인해 봅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 경우도 실적 공시가 이뤄졌습니다.
© DART 2022.4.27 공시된 LG디스플레이 잠정실적
LG디스플레이 2022년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5.98% 하락, 특히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91.95% 하락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1분기 보고서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매출이 비슷하게 유지되더라도 원가 부분에 있어서 추가적인 절감 효과를 누리지 못한 게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디스플레이 패널 판매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원재료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공급량이 유지되었으니(시장이 열리고 있으니) 호황이며, 디스플레이 회사들은 경쟁상황이 조금씩 심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마무리
TV용 LCD 패널 가격의 하락에도 하이엔드 TV 시장의 성장에 따른 OLED 패널 수요 증가와 IT 및 모바일 부문의 출하량 증가로 디스플레이 산업은 2021년 호황을 누렸습니다. 특히 OLED 패널, IT 기기용 LCD 패널 등 고부가 제품의 비중 확대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호황기와 비슷한 수준의 흑자를 냈습니다.
2022년에도 프리미엄 TV의 수요 확대 등으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듯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것이 LCD 패널 시장의 중국 진출로 ‘폭망’했던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부활로 보기에는 아직 조심스럽습니다. OLED로 다시금 초격차를 확고하게 이루고 있는지, 중국의 재추격에 대응할 원가 경쟁력은 갖췄는지 2022년 상반기를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매출 증가 효과를 보았다면 이제는 매출증가율과 이익률 양쪽에서 성장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시 찾아온 디스플레이 산업의 호황을 편안하기 즐길 수 있으니까요. 흥미로운 사실은 단기간 디스플레이 제조사에게 원재료를 납품하는 회사들은 선제적으로 호황을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OLED 설비 제조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상기 내용은 FY21~16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참조해서 작성한 내용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검토한 내용이오니, 간혹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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