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건설회사 연쇄 도산 사태, 2023년에는 재연되나?
SUMMARY
- 2008년 건설회사 연쇄 도산 사태와 비교해 보는 2023년 현 상황
-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회사들에게 부동산 시장 침체는 큰 리스크
-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융 위기는 2008년과 닮아 있음
- 다만, 2008년 대비 미분양 세대 수가 확연히 적은 점은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 istock
2023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기업의 신용 위험이 부각되면서 조달 시장이 얼어붙은 바 있다. 현재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차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2022년이 수요 둔화로 기업들의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불안감이 조성됐던 시기였다면, 올해는 작년에 우려했던 리스크가 얼마만큼 현실화될지 확인하는 시기가 될 것 같다.
특히 작년 금융 시장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건설회사의 신용 위험이었다. 레고랜드 사태를 시작으로 우량한 신용도를 가진 회사들조차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건설회사는 신용도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위협적인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본 글을 통해서 건설회사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신용 위험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건설회사의 높은 주택사업 매출 비중 국내 건설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건축 부문이다. 건축 부문은 공사 종류와 용도가 다양하게 나누어져 있지만, 최근 10년간 성장 동력으로는 주택 건설을 꼽을 수 있다. 아래의 표는 2022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최상위권 회사들의 공사 종류별 매출 비중을 나타낸다. 건설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물산은 제외했다.
시공순위 |
회사명 |
건축 사업 |
토목/인프라 |
플랜트/전력 |
기타 |
2 |
현대건설 |
56.8% |
12.0% |
25.0% |
6.2% |
3 |
디엘이앤씨 |
70.6% |
17.6% |
11.7% |
0.1% |
4 |
포스코건설 |
54.2% |
16.6% |
29.1% |
0.1% |
5 |
지에스건설 |
75.0% |
9.1% |
4.7% |
11.2% |
6 |
대우건설 |
64.5% |
18.8% |
13.6% |
3.1% |
평균 |
64.2% |
14.8% |
16.8% |
4.1% |
2022년 3분기 건설회사 공종별 매출 비중 © 사업보고서 및 신용평가 보고서
2022년 3분기 기준 시공능력 평가 순위 2~6위 회사들의 건축사업은 64.2%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부동산 호황기를 맞으며 건설회사들은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초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특히 최상위권 회사 중 디엘이앤씨(대림그룹)와 지에스건설(GS그룹)은 건축사업 비중이 70%를 초과할 정도로 주택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는 많은 부가 창출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할 때는 많은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비교적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닌 초대형 건설회사조차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견, 소형 건설사는 더 높을 것으로 예측한다.
건설회사가 연달아 도산했던 2008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처음 온 것은 아니다. 신도시 개발로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며 2010년 이후에도 여러 차례 부동산 가격은 눌려 있었다. 하지만 금번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과거와 다르다. 일시적인 과다 공급에 따른 수급 불균형 정도의 이슈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구분(단위:개) |
2007년 |
2008년 |
2009년 |
2010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부도 수 |
301 |
443 |
255 |
290 |
196 |
187 |
137 |
2014년 |
2015년 |
2016년 |
2017년 |
2018년 |
2019년 |
2020년 |
2021년 |
100 |
77 |
53 |
48 |
40 |
49 |
24 |
12 |
연도별 건설업체 부도 수 추이(단위: 개) © 통계청
위의 표는 연도별 건설업체 부도 수의 추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됐던 2008년, 부도회사는 443개로 정점을 찍은 후 완만한 속도로 안정세를 찾았다. 그리고 주택 시장 호황기와 함께 2021년에는 부도회사가 12개로 감소하며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08~2011년에는 시공능력평가 50위권에 있는 대부분의 회사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고, 많은 회사가 도산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시공사가 상환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의 위험은 시장 침체뿐만 아니라, 금융 위기를 동반하기 때문에 2008~2011년 건설회사의 연쇄 도산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미분양 세대 수가 적은 것은 청신호 건설회사는 주택사업에 착수할 때 공사비 전액을 조달하지 않는다. 초기에 필요한 공사비 일부를 시행사나 금융기관의 대출로 조달하고 대부분은 수분양자의 분양 대금으로 확보한다. 그래서 일정 수준의 분양이 진행되지 않으면 해당 사업장에서 적자가 발생하고, 건설회사는 이를 미수금으로 쌓아 놓는다. 주택 건설 사업은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까지 공사 규모가 크다. 때문에 공사비를 수령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몇 개만 생겨도 큰 재무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주택사업장의 대표 건설사가 대형 회사라고 하더라도 세부 공사는 또다시 중견, 중소 회사로 하도급으로 진행된다. 재무 부담이 여러 회사에 연쇄적으로 지워지는 셈이다. 그래서 미분양이 늘어나는 것은 건설회사 입장에서 가장 큰 위협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지역(단위: 세대) |
2007.12 |
2008.12 |
2009.12 |
2010.12 |
2011.12 |
전국 |
112,254 |
165,599 |
123,297 |
88,706 |
69,807 |
수도권 |
14,624 |
26,928 |
25,667 |
29,412 |
27,881 |
서울특별시 |
454 |
2,486 |
1,803 |
2,729 |
1,861 |
경기도 |
13,643 |
22,795 |
19,325 |
22,418 |
22,378 |
인천 |
527 |
1,647 |
4,539 |
4,265 |
3,642 |
2007년~2011년 미분양 세대 수 © 한국부동산원 통계시스템
한국부동산원에서 공개한 2007~2011년의 미분양 세대 수 추이를 살펴보자. 2007년 전국 미분양 세대 수는 11만 호를 시작으로, 2008년 17만 호를 기록해 최고치를 찍은 후 점차 감소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과 수요가 높은 수도권의 미분양 세대 수는 여전히 2.5만 호 이상이다. 이는 급격히 냉각된 부동산 시장 상황을 방증한다.
지역(단위: 세대) |
2018.12 |
2019.12 |
2020.12 |
2021.12 |
2022.09 |
전국 |
58,838 |
47,797 |
19,005 |
17,710 |
41,604 |
수도권 |
6,319 |
6,202 |
2,131 |
1,509 |
7,813 |
서울특별시 |
27 |
151 |
49 |
54 |
719 |
경기도 |
4,968 |
5,085 |
1,616 |
1,030 |
5,553 |
인천 |
1,324 |
966 |
466 |
425 |
1,541 |
2018년~2022년 3분기 미분양 세대 수 © 한국부동산원 통계시스템
다음으로 동 기관의 2018~2022년 3분기 말 기준 미분양 세대 수 추이를 뜯어봤다. 전국적으로 2018년부터 미분양 세대 수가 감소하며 2021년 1.8만 호에 그쳤으나 2022년 4.2만 호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2008년 미분양 세대 수가 많았던 시기와 비교했을 때, 미분양 물량 자체가 적고 수도권 물량도 1만 호 미만으로 과거 대비 안정적인 수준이다.
구분 |
지역 |
2008.12 |
2009.12 |
2010.12 |
2011.12 |
2012.12 |
신규 분양 물량 |
전국 |
105,050 |
113,445 |
62,345 |
126,006 |
119,947 |
수도권 |
57,621 |
94,664 |
44,325 |
56,837 |
50,031 |
|
서울특별시 |
23,198 |
21,722 |
11,383 |
21,006 |
18,066 |
|
경기도 |
29,532 |
51,344 |
25,589 |
32,266 |
24,926 |
|
인천 |
4,891 |
21,598 |
7,353 |
3,565 |
7,039 |
|
미분양 물량 / 분양 물량 |
전국 |
157.6% |
108.7% |
142.3% |
55.4% |
62.4% |
수도권 |
46.7% |
27.1% |
66.4% |
49.1% |
57.0% |
|
서울특별시 |
10.7% |
8.3% |
24.0% |
8.9% |
19.3% |
|
경기도 |
77.2% |
37.6% |
87.6% |
69.4% |
100.5% |
|
인천 |
33.7% |
21.0% |
58.0% |
102.2% |
0.0% |
2008년~2012년 분양 세대 수 © 한국주택협회
한국주택협회에서 발표한 연도별 주택 분양 물량 현황으로 연도별 미분양률을 산정해 봤다. 한국주택협회의 통계자료는 63개의 회원사를 대상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수치는 상이할 수 있다.
건설회사가 어려움을 겪었던 2008~2012년의 미분양률을 살펴보면, 준공 후 미분양 물건이 누적되며 100%를 초과하기도 했다. 물론 2011년부터 점차 안정세를 찾기 시작했지만, 50%를 상회하고 있어 공급 물량 대비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과다한 수준이다.
구분 |
지역 |
2018.12 |
2019.12 |
2020.12 |
2021.12 |
2022.09 |
신규 분양 물량 |
전국 |
158,601 |
199,566 |
196,239 |
200,993 |
116,725 |
수도권 |
99,044 |
103,370 |
106,842 |
91,453 |
43,628 |
|
서울특별시 |
20,384 |
23,989 |
24,562 |
5,937 |
3,529 |
|
경기도 |
66,620 |
55,725 |
58,654 |
64,295 |
31,022 |
|
인천 |
12,040 |
23,656 |
23,626 |
21,221 |
9,077 |
|
미분양 물량 / 분양 물량 |
전국 |
37.1% |
24.0% |
9.7% |
8.8% |
35.6% |
수도권 |
6.4% |
6.0% |
2.0% |
1.7% |
17.9% |
|
서울특별시 |
0.1% |
0.6% |
0.2% |
0.9% |
20.4% |
|
경기도 |
7.5% |
9.1% |
2.8% |
1.6% |
17.9% |
|
인천 |
11.0% |
4.1% |
2.0% |
2.0% |
17.0% |
2018년~2022년 3분기 분양 세대 수 © 한국주택협회
동 기관의 통계자료를 최근 5개년으로 기간을 설정하여 살펴봤다. 2018~2022년에는 연도별 12~20만 호가량 분양을 진행했으며, 이는 2008~2012년의 6~13만 호 대비 많은 물량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의 미분양률은 최대 37%로 2008년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21년을 기점으로 전국과 수도권의 미분양 세대 수가 증가하는 점은 좋지 않은 신호로 보이지만, 2008년 50위권 건설회사가 연쇄 도산하였던 시기와 비교하면 나은 여건으로 판단된다.
*연착륙
: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할 때처럼 급강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경기하강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뜻이다.
© 매일경제용어사전
2008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2022년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내 금융 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얼마 전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대형건설 회사인 롯데건설, 태영건설, 한신공영 등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건설회사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2008년 건설회사의 연쇄 부도 사태가 2023년에 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행인 것은 건설회사는 이미 오랜 시간 부를 축적하여 2008년 대비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고, 이미 한 번 연쇄 부도 사태를 겪어 봤다는 것이다.
시장 금리는 작년 말 대비 낮아지고 있고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는 올해 하반기에는 건설회사의 신용 위험도 점진적으로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도 2008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속도 조절을 통해 소나기를 피해 가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2023년의 부동산 시장은 금융 환경에 따라 회복 시점이 결정될 전망이다. 아직 기준 금리가 최고점에 도달하지 않았으므로 현시점 투자 환경은 우호적이지 못하나, 2023년 내 금리가 절정에 도달하는 시점을 전후로 저점 매수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투자자산의 가치가 30~40%는 낮아진 현시점에서 급격한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내년 하반기를 전후로 부동산 시장의 반등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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