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 산업이 직면한 몇 가지 위기
Summary
- 여의도를 지탱해 온 부동산 금융, 그중에서도 심상치 않은 PF 상황
- 건설자재 가격 급등으로 시공사의 도급계약 체결 난이도 증가
- 부동산 개발 사업 투자자의 요구 수익률 급증
- 주요 도시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 등 분양 성과 불확실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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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여의도 금융가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매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했고, 돈 잔치라도 하듯 막대한 성과급을 받는 사람이 늘어났다. 최근 증권가의 가장 큰 먹거리는 단연 부동산금융이다. 그중에서도 프로젝트 파이낸싱(이하 ‘PF’)이 마치 무위험 채권이라도 되는 듯 마구 투자해왔다.
부동산금융은 이미 건물이 완성된 실물 단계에서의 투자와 건물이 지어졌을 때의 가치를 담보로 투자하는 개발 단계로 나눠진다. 개발 단계에서의 금융은 향후 사업 진행과 준공, Exit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서 선호하지 않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증권사 PF를 중심으로 실물 단계 투자 규모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급격히 성장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PF 불패가 한동안 지속될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PF로 넘어가기 전 브릿지 대출 단계에서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사례가 늘고, 불확실한 수익성 탓에 사업 진행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난다. 예전처럼 개발을 진행하기만 하면 성공하는 시기는 막을 내렸다. 이번 글을 통해 부동산 개발 시장이 직면한 몇 가지 위기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① 시공사 도급계약 체결 난이도 증가 국내 부동산금융에서 시공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물의 완성이라는 가장 큰 리스크를 Taking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의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 등을 보면, 책임준공 사업장에 대한 명세가 나와 있다. 시공사의 책임준공이란 천재지변, 전쟁, 내란을 제외하고 분양이 안 되거나, 시행사가 도산하는 등 사유에도 건물을 완성해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부동산은 일단 완성되고 나면 시장 상황과는 별개로 그만의 가치를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이 어려워지더라도 일단 부동산이 완성되면 투자자의 전액 손실 가능성은 현격히 줄어든다.
작년까지는 시공사 간 경쟁 심화로 낮은 공사 가격을 제시하는 시공사를 선정해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공사를 붙이지 못해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멘트 및 철근 가격 추이 © 대한경제 뉴스기사, 네이버 블로그 이격
이는 국제 정세와 맞물려 건설자재 가격이 폭등함에 따른 것으로, 기존 시공사의 저가 수주 사업장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은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관련링크) 또한, 원자재 가격이 오르다 보니 시공사가 제시하는 도급계약 금액 역시 급등했다. 막대한 비용 증가를 안은 시행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결국, 시공사가 유치되지 않을 경우 부동산 개발 단계에서 가장 큰 리스크를 Taking 하는 주체가 없어져 투자자 역시 참여가 어렵게 된다.
② 개발 투자자의 요구 수익률 급증 국내 대부분 금융기관이 PF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이름 한 번 들어보지 못한 금융기관도 몇천억 원의 PF 채권을 보유 중이다. PF는 현재 국내 금융기관 수요가 가장 많은 투자 상품이며, 각 회사의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지난해 채권시장 저금리 기조로 PF 투자의 요구 수익률 역시 5~8% 수준에 머물렀다. 개발 금융은 하이 리스크 투자 상품이지만,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양호했고 마땅히 투자할 만한 투자처가 없었다.
국내 금융기관은 자사 크레딧을 기반으로 낮은 금리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 조달 후, 수익률이 높은 PF에 투자한다. 그리고 여기서 생기는 마진을 수익으로 인식한다. 그러므로 금융회사의 조달금리가 낮으면 PF에서 발생하는 수익률이 높지 않아도 큰 부담이 없다.
회사채 AA- 금리 추이 © 한국은행
그러나 위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2021년 8월 연 1.7% 수준에 머물렀던 AA- 등급의 회사채가 2022년 4월 연 3.8% 수준까지 급등했다. 만약 연 1.7%의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했다면, 투자 간접비용 2%를 더한 연 3.7% 이상의 금융 상품에 투자해야 수익이 실현되는 상황이다.
또한, 8개월 전보다 연 2%가량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난 만큼 금융기관의 PF 요구 수익률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은 이미 PF에 투자하기 위해 조달한 채권의 만기가 도래해 대환 해야 하지만, 이미 낮은 수익률에 투자한 사업장이 많아 역마진을 걱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롭게 투자하는 PF는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시행사는 공사비에 금융비용까지 부담해야 해 사업성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③ 분양 성과 불확실성 확대 재작년까지 가장 인기가 많은 PF 투자처는 바로 대구 아파트였다. 서울은 공급이 제한됐고, 수도권 내 우수한 입지의 사업장은 PF 투자 수익률이 낮아 금융기관 참여가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픈했다 하면 당일에 판매 완료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의도 금융회사 중 대구 아파트 PF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기관은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대구 아파트 시장의 피크아웃 조짐이 보이더니, 올해 들어서는 수성구마저도 미분양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칸타빌 아파트 청약 경쟁률 © 청약홈
심지어 서울에서도 대규모 미분양 사업장이 나왔다. 강북구 수유동에 공급되는 아파트로, 216세대 중 198세대가 청약 당첨 후 계약을 취소하며 미분양 주택으로 재분양에 나왔다. 물론 고분양가 이슈가 있지만,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 정책에 따라 분양 시장 분위기도 예전만큼 우호적이지 못하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난 시행사는 사업이익을 남기기 위해 고분양가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것이고, 이는 최종 리스크를 Taking 하는 시공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부동산 시장 위기를 제대로 직면하라 지난 몇 년간 PF는 금융 투자자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정체된 회사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금융기관들은 아마 PF가 무위험 채권에 가까운 투자라는 인식이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몇 개월 만에 내·외부 환경은 바뀌었고 투자 난이도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분양성 유지를 위해 일정 수준의 분양가를 넘길 수 없는 시행사는 정작 관련 비용 급등으로 사업 수지가 악화해 사업 진행이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기도 한다. 물론 이중 어느 한쪽의 위기만 해결되어도 다른 문제도 안정세를 찾을 테지만, 부동산금융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현재 부동산 개발 시장이 처한 위기를 제대로 직면하고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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