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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가 본 ‘사이코지만 괜찮아’, 아픈 형제를 둔 아이를 대하는 방법

김수현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배우들의 연기력 이외에도 성희롱 발언, 알몸 노출 등으로 매회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마치 고문영(서예지 분)의 동화처럼 잔혹하고 어둡지만, 상처를 입은 캐릭터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치유되어간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성격 장애, 정신과 병동, 조울증 등 다양한 정신과적 소재가 등장하지만, 정신과 의사로서 필자의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자폐증인 형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돌보는 강태(김수현 분)의 어린 시절이었다.

드라마로 본 아픈 형제(장애인)를 둔 자녀의 모습

하이닥

△ 사진 =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공식 홈페이지

비가 내릴 때면 어머니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에게만 우산을 씌웠다. 강태가 비에 젖는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 제삿날 자는 상태를 깨워서 “너는 형을 지켜주고 챙겨주라고 그러라고 엄마가 낳았어”라는 말을 한다. 태권도장을 다니는 상태가 빨간 띠로 승급해서 어머니에게 칭찬받고자 집으로 뛰어오는 날에도, 어머니는 칭찬은커녕 “형 지켜주라고 비싼 도장 보냈더니 형을 맞게 둬?”라며 매질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성장한 강태는 형 앞에서는 다정한 미소와 함께 “형이 내 인생의 전부야”라고 말하지만, 이 이면에는 깊은 우울함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아픈 형제(장애인)를 둔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만약 어린 시절 어머니가 강태를 조금 더 품어주고 인정했더라면, 어른이 된 지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성장하게 되었을까? 매년 도망치듯 떠돌아다니는 생활은 하지 않아도 되었을까?

아픈 형제(장애인)를 둔 아이를 대하는 법

하이닥

△ 사진 =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공식 홈페이지

첫째, 비장애인 형제자매들의 감정에 귀 기울이자


아이들이라고 감정이 없지 않다. 표현을 잘 못 할 뿐이지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속상하고 화나고 분노하고 우울하고 기쁜 감정들이 무지갯빛처럼 다채롭게 떠오른다. 아픈 자녀를 돌보느라 놓칠 수 있는 건강한 자녀들의 감정을 살피고 물어보자. 부정적인 감정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형이 힘드니까 동생이 당연히 양보하고 참아야지’와 같은 말을 자주 한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닫을 것이다. 화가 나고 힘든 감정도 인정하고 그러한 감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어야 한다.


둘째, 비장애인 형제자매들의 성취와 기념일 등을 잊지 말자


아픈 자녀들에 신경 쓰느라 중·고등학교 졸업식에 부모가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비장애인 자녀들은 기념일 등에 오지 못한 부모를 이해할 만큼 삶을 보는 관점이 넓지 않다. 아픈 자녀들에 비해서 건강한 것일 뿐이지 상처받고 소외당하는 감정을 모르는 게 아니다. 아픈 자녀가 사소한 변화를 보일 때에는 웃고 손뼉 치면서 건강한 자녀가 성적이 오르거나 상을 받는 등의 일을 할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있다. 적절한 칭찬과 반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공허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셋째, 비장애인 형제자매들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다른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 주자


아직 우리 사회는 가족 중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터놓고 밝힐만한 인식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자신과 유사한 가족은 없어 보이고 의논을 할 곳도 정보도 찾을 수 없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한 모임, 정보들은 비교적 접하기 쉽지만, 비장애인 자녀들을 위한 채널은 찾기 힘들다. 부모들은 적극적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모임 등을 찾아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공감받고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비단 우리 집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자녀들은 세상에 대한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성별 역할 분담을 공평하게 하자


종종 비장애인 형제자매 중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돌봄을 전가하고 책임지게 하는 경우가 있다. 책임감은 가능한 한 함께 나눠야 하는 것이며 단순히 성별만으로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은 또 다른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


자녀가 한 명이든 열 명이든 각자는 존중받아야 마땅할 작은 우주라고 생각한다. 그 모양도 크기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가 아프다고 해서 나머지의 우주가 전적으로 희생하고 무시당해도 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빛날 수 있으려면 각자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 주고 아껴줘야 한다. 하루하루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도 자주 물음표를 붙여보자. ‘지금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일까?’.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으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김윤석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전문가 대표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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