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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를 즐긴다구요? 투자하는 겁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3개월. 직장인들의 취미 찾기 바람이 한창이다. 2030 세대에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퇴근 후 시간도 가치 있게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남들과 다른,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색 취미 갖기를 선호하지만, 요즘 ‘뜨는’ 취미 활동을 하는 덴 비용이 만만찮다. 한편에선 근로시간 단축으로 월 소득이 줄어 취미생활을 즐길 여유가 없다는 직장인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다시 취미 찾기 열풍이 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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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클럽’ 정기모임 모습.

독서모임에 20만원…지식도 인맥도 쌓는다

자고로 ‘취미=독서’가 보편적인 시대였다. 하지만 최근 2~3년새 2030에겐 “독서모임이 취미”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는 공식적으로 월 1회, 4개월간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데 평균 24만원의 비용이 든다. 회원들이 자유롭게 운영하는 일반 모임은 19만원, 사회 명사가 이끄는 모임은 29만원을 내야 한다. 2015년 4개 모임, 회원 80명으로 시작한 트레바리는 9월 현재 3600여명의 회원들이 200개의 북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클럽’은 나 혹은 세상의 이슈에 대해 글을 쓰거나 일ㆍ사랑ㆍ관계 등 삶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소셜 모임이다. 2주에 한 번 만나 3개월 한 시즌을 보내는 데 22만5000원의 비용이 든다. 고전을 읽고 ‘나’와 ‘삶’을 이야기하는 ‘넛지살롱’도 두 달 동안 6~8회 모임에 2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두 모임 모두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며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꽤 큰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모임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3년째 트레바리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다는 직장인 이용택(32) 씨는 “관심있던 작가나 교수가 주도하는 모임에선 그들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직장 생활에서 채울 수 없는 지적 욕구가 충족된다”며 “다양한 업계의 사람들로부터 서로 다른 생각을 듣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인맥도 쌓여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든다”고 말했다.


공식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뿐이지만, 친교를 위한 비공식적인 번개 모임과 메신저를 통한 활발한 대화와 토론이 이 씨에겐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이 씨는 “적지 않은 돈을 내면서까지 독서모임을 한다는 것이 어쩌면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마음이 들어 더 쉽게 친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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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립’ 도예 공방 원데이 클래스 모습.

이색 체험도 취미로…남과 다른 나를 만든다

독서, 운동, 영화관람, 게임 등 특별할 것 없는 취미를 갖고 있던 일부 젊은 층에선 여가 플랫폼 서비스의 발달에 힘입어 좀처럼 경험할 수 없었던 여러 이색 활동을 취미로 삼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가 액티비티 중개 플랫폼 ‘프립’에서는 카약, 서핑 등 아웃도어에서부터 도예, 필카사진 촬영, 수제맥주 제조, 사주팔자 공부 등 요리ㆍ문화ㆍ예술 분야까지 9월 현재 1000여 개의 원데이 클래스가 진행 중이다. 하루 단 몇 시간이지만 최소 1만원에서부터 스위스 인터라켄에서의 스카이다이빙처럼 최대 46만원의 비용이 드는 액티비티도 있다. 최근 인기 취미로 떠오른 클라이밍은 한 번 체험에 평균 3만원, 수제맥주 만들기는 5만원, 가죽공예는 4만원에서 10만원대에 이르는 비용이 들지만 “재미삼아 왔다가 제대로 배우고 싶어졌다”는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아름 프립 매니저는 “원데이 클래스는 쉽게 즐기고 도전해볼 수 있어 여가 생활에 대한 부담을 낮춘다”며 “한번에 장기권을 끊어야 하는 학원이나 피트니스 센터 등에 비해 1회씩 체험할 수 있어 남다른 취미를 찾고 즐기는 데 편리하다는 피드백이 많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7월부터 9월 현재까지 프립 이용자 수는 2분기 대비 89%나 늘었다.


직장인들의 취미 공유 플랫폼인 ‘2교시’에서는 전시회 관람, 디제잉 배우기, 부동산 재테크 등 60여개의 다양한 모임이 3개월단위로 운영된다. 3~10회 모임에 최소 4만원에서 최대 30만원 대의 비용이 드는데, 단발성이 아닌 학기제 모임을 통해 좀 더 전문적인 취미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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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태도 관련 인식 그래프

취미를 즐긴다 → 취미에 투자한다

이렇듯 젊은 세대가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서까지 취미 활동에 적극적인 것에 대해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주 52시간제 이후 자기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아실현의 욕구가 커진 듯하다”며 “다만 경제적인 여유가 부족함에도 취미활동을 찾아나가는 것은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나’를 곧추세워 행복해지려 하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과 구별되는, 새로운 경험 그 자체로 즐거움을 얻기도 하지만, 극심한 경쟁과 불안한 미래로 스트레스를 받는 2030 세대가 자신에게 집중하며 이득이 되는 것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내면의 행복과 번아웃(극도의 피로로 인한 무력감)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됨에 따라 취미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지고, 취미를 찾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이 교수는 “‘남들도 하는데 나만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보다는 자아실현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헤럴드경제 TAPAS=나은정 기자]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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