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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 날씨?…여름 예보, 또 틀렸네

‘대체로 구름’이었는데 ‘호우특보’

중기예보 정확도 크게 떨어져…

기상청 프로그램 영국모델 활용

변화무쌍 여름 날씨는 더 못맞혀

시스템 개편·분석관 확대 필요성

헤럴드경제

31일 춘천지방검찰청 인근에서 우산을 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한 시민. 기상청의 예보는 공공기관을 비롯한 지자체 방재담당자, 취약계층관리 담당자 등에게 전달되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다(작은 이미지). [연합·기상청]

국내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갖고 있는 기상청이 올해도 어김없이 예보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10일간의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중기예보는 3일 동안의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단기예보보다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예보 시스템 개편과 함께 중기예보 전문분석관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국민들이 당장 일주일 뒤 강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기상청의 중기예보다. 최저기온이나 최고기온을 보고 얼마나 더울지, 강수량을 보고 얼마나 비가 올지 예상을 하게 된다.


문제는 여름철 중기예보의 정확도가 크게 낮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31일에 대한 예보다. 이날 오전 서울과 경기도에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호우특보까지 발효됐다. 안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날 오전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그러나 열흘 전인 지난달 7월 22일 기상청의 중기예보를 보면 기상청은 이날 대체로 흐릴 것으로 예상했다. 강수확률은 30%로 예상했지만, 이날 서울과 경기도에 시간당 30㎜ 내외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릴 것이라고도 파악하지 못했다. 기상청은 사흘 전인 28일에는 이날 구름이 많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새벽부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비를 예보한 것은 하루 전인 30일이다. 이후 서울과 경기 광명·시흥·부천·가평·구리·남양주에 호우주의보를 내린 것은 이날 오전 7시30분이었다. 기상청은 예보 기간이 사흘 이내로 들어오고 나서야 비로소 거센 빗줄기를 예상했다.


기상청은 지난 6월 29일에도 “남부지방에 최고 300㎜ 비가 온다”고 닷새 전에 예보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날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제주지역 골프장들이 기상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기상청의 여름철 강수 예보가 자주 틀리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여름철 강수 예보는 겨울철의 강수 예보보다 고려해야 할 자연 변수가 많다. 여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 오호츠크해 고기압, 티벳 고기압, 중국의 열적 고기압 등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큰 공기덩어리가 많아 그만큼 다양한 강수 시나리오가 발생한다.


또 지면가열로 인한 강한 복사열로 단기간 내에 좁은 지역에서 급격히 발달하는 비구름이 자주 나타난다. 기상현상의 지속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자연변수만 탓할 수 없다. 수치예보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오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기상예보의 정확도는 관측자료를 데이터로 슈퍼컴퓨터가 적분(積分)한 수치예보 프로그램 결과에 크게 의존한다. 지구를 17㎞ 단위의 격자점으로 나누고, 격자점에서 공기가 움직이는 것을 수학 방정식으로 풀어 미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상청이 사용하는 수치예보 프로그램이 영국의 지형과 기후에 맞춰진 영국모델일뿐더러, 격자점이 표현하는 범위보다 국지적인 기상 현상이 나타나면 날씨 예보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기상청이 내년 가동을 목표로 600억원짜리 5호기 차세대 슈퍼컴퓨터를 들여올 예정이지만, 이로 인한 비약적인 예보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와도 맞물려 있다.


기상청 관계자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소규모로 단기간에 발달한 대류성 기압은 수치예보 프로그램의 해상도 한계로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기상청은 올해 말을 목표로 한국형 모델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또 예보관의 전문성 한계도 문제로 거론된다.


예보관은 모든 관측 자료와 슈퍼컴퓨터가 제안한 기상 시나리오를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 매일 날씨를 예측한다. 그런데 기상청의 예보관들은 12시간 반복 교대근무와 잦은 순환보직 시스템 탓에 전문성을 갖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상청 전문예보관 육성을 해도 모자란 마당에 예보관실 평균 근무 경력은 6년에 불과하다.


기상학계에서는 예보 정확도를 1% 높이기 위해 10년이 걸린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감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상청의 강수 적중률이 46%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기상청의 기관 청렴도는 5년째 최하위권이다.


서울 소재 대학의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자연 현상을 완벽하게 예측하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예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의 지형과 기후에 특화된 수준급의 수치예보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와 동시에 예보관들의 연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 지원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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