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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유튜버 활동 왜 안되나요” 겸업금지 조항에 부글부글

인기 유튜버, 퇴사 압박에 포기… 크리에이터 허용 범위 논란

“퇴근 후 유튜버 활동 왜 안되나요”

게티이미지뱅크

“당분간, 어쩌면 꽤 오래 영상을 올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직장과 관련된 문제가 생겨버렸어요.”


구독자 12만명을 보유한 ‘투자 콘텐츠’ 유튜버 A(32)씨는 지난달 돌연 채널 운영 중단을 선언했다. 직장인들을 위한 재테크 노하우를 조리 있게 설명한 영상으로 한창 누리꾼들의 입소문에 오르내릴 때였다. 첫 영상을 올린 지 1달 만에 유명세를 탔지만, 뿌듯함은 잠시였다. 회사에서 ‘겸업 금지 조항’을 내밀며 ‘퇴사’를 거론했다.


그가 만든 유튜브엔 회사와 관련된 그 어떤 이야기도 없었고, 회사 업무와 관련된 내용도 아니었다. 수익을 올리겠다던가 하는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업무 외적인, 개인적 관심사를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회사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이유를 내걸었다. 음악을 만들거나 책을 내는 건 괜찮은데 유튜브만 금지한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힘들었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우리 모두가 콘텐츠 창작자라는, ‘크리에이터’ 개념이 크게 유행했지만 허용 범위를 두고 논란이 진행 중이다.

“퇴근 후 유튜버 활동 왜 안되나요”

지난해 8월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1인 창작자 축제 '다이아페스티벌 2018 with 놀꽃'을 찾은 시민들이 크리에이터 무대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 있다. 유튜브와 함께 크리에이터 시대가 만개했다지만 곳곳이 걸림돌이다. 연합뉴스

유튜버를 꿈꾸는 직장인들은 겸업 금지 조항에 막혔다. 직장인들은 최근 유튜브가 마련한 ‘직장인 브이로그(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한 콘텐츠)’에 뛰어들고 있다. 젊은 직원들은 자기 표현 욕구가 강한 데다 유튜브의 경우 ‘구독자 1,000명 시청시간 4,000시간’을 달성하면 광고수익을 배분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근로계약 조건에 ‘겸직을 허용치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는 ‘퇴근 뒤 유튜버’가 겸업 금지에 해당하는가 두고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임대사업과 출판ㆍ작곡 등의 창작 활동을 겸업 금지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3년째 삼성전자에 다니고 있는 김모(29)씨는 “콘텐츠 사업이긴 매한가지인데 음악과 책은 되고 유튜브는 안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박모(28)씨도 “입사 동기의 절반 정도가 유튜브 채널에 관심이 있는데 겸업 금지 규정 때문에 못 하고 있다”며 “업무 내적 이야기들이 아니라면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회사의 품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활동한다면 모두 막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전면 허용’까지는 좀 그렇다”고 말했다.


대기업 모두가 금지 일변도인 것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 직원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권모(26)씨는 “오히려 경영진들이 어떻게 만들어야 반응이 좋으냐고 물어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LG전자도 비업무시간에 회사 업무와 관련 없는 겸직을 하는 것을 달리 규제하지 않고 있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부업의 자유’를 강조한다. 정명아 노무사는 “부업으로 본업을 소홀히 했을 경우에 경고할 수 있을 뿐”이라며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아닐 경우, 사측이 부업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근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퇴근 뒤 시간에까지 개입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실제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회사의 이익이나 명예를 침해하는 경우에만 겸업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했다.


앞서 자작 게임의 ‘유통 금지’도 큰 논란을 빚었다. 자작 게임은 게임 이용자들이 취미삼아 만들어 공유한 게임을 말한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자작 게임을 두고 ‘등급 심의를 받지 않은 불법 게임물’로 간주, 삭제 지침을 내렸다. 자작 게임이 오르내리던 이런저런 온라인 게시판들이 속속 폐쇄되면서, 전문 업체가 아닌 개인이 동호회 활동처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건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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