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의 세심한 맛] 부엌의 팔방미인 ‘베이킹소다’ 2% 부족한 맛까지 살렸네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마트 세제 코너에 가지런히 늘어선 베이킹소다를 볼 때마다 놀라곤 한다. 나에게 베이킹소다란 제과제빵의 팽창제이기 때문이다. 소량, 즉 1큰술가량만 있어도 4~8인이 먹을 수 있는 밀가루를 충분히 부풀릴 수 있는 양이다. 그런데 베이킹소다가 세정제로 인기를 누리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이제 ㎏ 단위로 덩치를 불려 비닐 포장에 담겨 팔리고, 가격도 부담 없으니 모두가 베이킹소다에는 큰손이 됐다. 식초와 손을 잡으면 베이킹소다가 무공해 세정제로 변신해 맹활약한다. 부엌은 기본이고 화장실까지 더러움이 깨끗함만큼 상존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출동할 수 있다.
본래 제과제빵의 필수품이었던 베이킹소다는 탁월한 세정효과를 내는 친환경 세제로도 널리 쓰인다. 게티이미지뱅크 |
어디 그뿐인가? 소포장이더라도 종이 상자에 넉넉히 담겨 냉장고의 탈취제로도 꾸준히 쓰인다. 상자의 내부에 얇은 섬유의 막을 한 켜 더 입고 있으니 종이 겉면만 뜯으면 그대로 실전 투입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베이킹소다는 냉장고 한 구석에서 소리소문 없이 온갖 악취를 빨아들인다. 본연의 역할인 팽창제부터 세제와 탈취제까지, 어찌하여 베이킹소다는 부엌에서 이처럼 팔방미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걸까? 핵심 원리는 화학의 기초라 여겨도 전혀 무리가 없는 산과 염기의 반응이다. 베이킹소다(탄산수소나트륨)는 약알칼리성이니 산성인 구연산이나 아세트산(식초)과 반응해 소듐시트레이트나 소듐아세테이트, 그리고 이산화탄소와 물을 만들어 낸다.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가 빠르게 끓어 오르는 거품으로 세정효과를 일으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산화탄소의 거품은 빠르게 끓어오르는 만큼이나 지속력도 매우 짧다. 게다가 알칼리와 산은 접촉과 동시에 반응하므로 쓸 때까지는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혹은 아세트산의 분리된 상태로 보관하지만 둘의 만남이 엄청난 세정력을 일궈내지도 않는다. 이산화탄소는 부엌이나 욕실의 물때 같은 종류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주방에 상존하는 기름때에는 맥을 못 춘다. 계면활성제가 필요한데 사실 그 계면활성제를 향한 두려움이 '무공해' 세정제인 베이킹소다와 산의 조합을 띄웠다. 나름의 장점이 없지는 않지만 베이킹소다와 산의 조합은 우수한 세정제는 아니다.
제과제빵의 필수 ‘베이킹소다’
이제 닦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먹는 것을 살펴보자. 앞에서 베이킹소다를 형이라 일컬었다. 묵은 유행어를 시덥잖게 한 줄 슬쩍 끼워 넣었다 여길 수 있지만, 베이킹소다의 연륜이 그 정도는 된다. 우리의 주식인 쌀과 더불어 인류의 양대 탄수화물인 밀은 반죽을 만들어야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반죽이야 사실 간단해서 물과 밀가루만 섞으면 만들 수 있는데, 구워봐야 딱딱하고 질기고 넙적한 빵이 될 뿐이다. 그래서 밀가루 반죽에는 ‘플러스 알파’의 손길이 필요한데, 이 지위를 오랫동안 효모가 독차지해 왔다. 익은 과일의 자연발효종에서 출발해, 요즘은 공장에서 가공해 효율을 높인 활성 효모가 대세이다.
베이킹소다는 밀가루 반죽의 성긴 글루텐 조직을 천막의 폴대처럼 부풀어 올린다. 게티이미지뱅크 |
한편 베이킹소다는 1791년 프랑스의 화학자 니콜라 르블랑에 의해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1846년에는 미국의 제빵사인 존 드와이트와 오스틴 처치가 탄산나트륨과 이산화탄소로 탄산수소나트륨을 만들어 제과제빵에 최초로 쓰기 시작했다. 원리는 무공해 세제와 같아서, 알칼리와 산의 반응으로 일어나는 이산화탄소가 밀가루 반죽의 성긴 글루텐 조직을 천막의 폴대처럼 부풀어 올린다.
물론 이게 베이킹소다가 발휘하는 팽창력의 전부는 아니다. ‘달고나’를 기억하는가? 방과후 초등학교 정문 앞에 아이들이 잔뜩 모여 있다. 어른이 2구(두 장이 수직으로 겹쳐 있다)짜리 연탄 아궁이를 놓고 판을 벌인다. 주문을 받으면 설탕 한 숟가락을 국자에 얹어 막대기로 빙글빙글 휘저으며 녹인다. 설탕이 완전히 녹아 진한 갈색의 걸쭉한 액체가 되면 막대기 끝으로 흰 가루를 콕 찍어 더한다. 곧 녹은 설탕이 거품을 일으키며 부풀어 오르고 색깔도 연한 갈색이 된다.
어린이들의 간식 '달고나'에도 베이킹소다를 넣어 거품을 냈다. 게티이미지뱅크 |
거품이 적당히 끓어 올라온 시점에서 국자를 연탄 아궁이 앞의 판대기에 탁, 털면 액체에서 반죽으로 변한 설탕이 쑥 빠져 나온다. 쇠막대기를 구부려 만든, 열쇠 같은 모양의 틀을 반죽에 대고 누르개로 꾹 누르면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사탕과자가 된다. 굳으면 바삭하다 못해 파삭해지는 과자를 그저 먹기만 할지, 아니면 틀의 모양을 따내 상품을 얻을지는 각자가 고민 끝에 내려야 할 걱정이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사실 아이들이 백전백패할 내기이다. 굳은 과자는 너무 얇고도 파삭한데 잡힌 모양은 원과 삼각형이 만나는 등, 굉장히 취약한 지점이 꼭 포함되어 있다. 아무래도 어른의 꾀이니 어린이들이 당해내기가 쉽지 않다. 이름표의 옷핀으로 살금살금 뚫어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왔지만, 나는 맛을 즐기기 위해 아예 처음부터 ‘만두’를 선택했다. 반죽을 얇아지도록 누르지 않은 채로, 가운데에 설탕을 살짝 뿌려 반으로 접어 만든다.
베이킹파우더를 넣은 반죽으로 팬케이크를 만들면 굽기도 전에 걸쭉해지는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게티이미지뱅크 |
머핀이나 비스킷, 팬케이크 등 즉석빵이나 쿠키를 만들 때 베이킹파우더를 넣으면 더 빠르고 많이 팽창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소다 맛 보완하는 파우더
이렇게 베이킹소다는 열과 산에 각각 한 번씩 반응해 반죽을 부풀릴 수 있다. 제과제빵의 맥락에서 살펴보자면 일단 반죽을 섞는 과정에서 우유, 버터밀크, 요구르트, 초콜릿, 꿀 등 산성식재료와 한 번, 오븐에 반죽을 넣었을 때 뜨거운 열과 한 번 반응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쭉 살펴보면 효과가 약하지만 세정에, 조리에 베이킹소다는 정말 만능인 것 같다. 하지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 공교롭게도 맛이다. 어린 시절의 달고나로 잠깐 다시 되돌아가보자.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달고나의 쓴맛은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두드러졌다. 아무래도 설탕이 열과 반응해 캐러멜화 반응을 일으키니 그렇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전부가 아닌 것 같은 금속성의 쓴맛도 분명히 끝에 남았다. 그게 바로 베이킹소다 탓이다. 반죽을 시원시원하게 잘 부풀리기는 하지만 욕심을 부려 많이 쓰면 적게 쓰니만 못한 결과를 낳는다. 베이킹소다도 염기이므로 비누(혹시라도 맛을 본 적이 있다면)가 떠오르는 시고 쓴맛이 남는다. 물론 반죽이 부푸는 정도가 베이킹소다에 정비례하지도 않아, 일정량 이후는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자 베이킹파우더가 나왔다. ‘소다’와 달리 화학식이 떠오르지 않는 이름인 ‘파우더’라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베이킹파우더는 일종의 업그레이드된 제과제빵 첨가물이다. 소량의 베이킹소다에 인산이수소칼륨이나 주석영 등의 산, 그리고 부피를 일정 수준 확보하기 위한 옥수수 전분을 더하면 베이킹파우더가 된다. 알칼리와 반응할 산이 첨가되어 있으므로 액체를 더해 반죽을 만들기 시작하면 바로 팽창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믹스로 팬케이크를 구워 만들면 팬에 올리기도 전에 반죽이 걸쭉해지는 걸 느낄 수 있는데, 바로 화학반응 덕분이다.
이 반죽을 팬에 굽기 시작하면 주로 수직 방향으로 부풀어 오르고, 내부에 기포와 함께 폭신함을 남긴다. 이처럼 산과 열에 한 번씩, 총 두 번 반응하는 제품을 ‘더블 액팅(Double Acting)’ 베이킹파우더라 일컫는다. 두 번째 팽창은 일종의 보험 역할이니 아무래도 더블 액팅 제품이 싱글 액팅보다 효율이 좋다. 물론 업계의 주류도 더블 액팅 베이킹파우더로, 살펴본 팬케이크를 비롯해 머핀이나 비스킷 등의 즉석빵, 즉 ‘퀵브레드(quick pead)’와 쿠키류에 쓰인다. 모든 제과제빵 레시피가 베이킹소다와 파우더의 양을 명시하는 가운데, 확실하지 않을 경우 밀가루 120g에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의 비율로 배합한다.
베이킹파우더의 대표적인 제과제빵 레시피는 비스킷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비스킷
베이킹파우더와 소다의 대표적인 제과제빵 레시피인 비스킷을 소개한다. 미국 남부의 전통 식사빵인 비스킷의 레시피도 많이 발전해, 요즘은 크루아상 같은 페이스트리처럼 밀어 접고 겹치는 과정을 몇 차례 되풀이해 풍성한 켜를 이끌어낸다. 버터밀크는 가루 제품을 아이허브 같은 직구 사이트에서 살 수 있고, 없다면 우유에 레몬즙이나 식초를 약간 더해 대체한다.
- 중력분 435g
- 설탕 2큰술
- 베이킹파우더 4작은술
- 베이킹소다 ½작은술
- 소금 1½ 작은술
- 무염버터 230g, 냉동실에 30분 둔다
- 차가운 버터밀크 300mL
1. 오븐용 제과제빵팬에 유산지를 둘러 대기시킨다. 큰 볼에 밀가루, 설탕, 베이킹파우더, 베이킹소다, 소금을 담아 잘 섞는다. 굵은 눈의 치즈 강판을 밀가루 위에 올리고 냉동실에 두어 딱딱해진 버터를 갈아 바로 더한다. 포크로 가볍게 섞어 준다.
2. 1의 버터 섞은 밀가루에 버터밀크를 붓고 스패출러로 가볍게 섞어준다. 반죽이 얼추 뭉쳐지면 밀가루를 넉넉히 뿌린 작업대에 올려 한 변이 18㎝ 안팎인 사각형으로 펴 모양을 잡아준다.
3. 밀대로 반죽을 가로 24㎝, 세로 36㎝의 직사각형으로 민 뒤, 세로 방향으로 편지지처럼 세 번 접어 겹친다. 반죽을 90도 돌려 밀대로 민 뒤 다시 접어 겹친다. 같은 과정을 세 번 되풀이한 뒤 반죽을 접시나 쟁반에 담아 냉동실에 30분 둔다. 오븐을 205℃로 예열한다.
4. 반죽을 꺼내 식칼로 가장자리를 가지런히 잘라낸 뒤 9등분한다. 1의 제과제빵팬에 올려 22~25분 굽는다. 오븐에서 꺼내 식힘망에 15분 두었다가 따뜻할 때 먹는다.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