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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달고나 커피’ 젓지 말고 크림 넣으세요

이용재의 세심한 맛

한국일보

요즘 유행하는 ‘달고나 커피’를 만들 때 크림을 사용해 거품을 내면 훨씬 풍성해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엘보 그리즈(Elbow Grease)’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놋그릇 광내기처럼 힘과 공을 많이 들이는 노동을 의미한다. 요즘 유행하는 ‘달고나 커피’를 보니 엘보 그리즈가 떠올랐다. 인스턴트 커피와 설탕을 물과 1:1:1의 비율로 섞는다. 거품기로 색이 옅어지면서 걸쭉해질 때까지 휘저어 공기를 불어 넣는다. 적어도 400번, 더 나아가 천 단위로 휘저어야 걸쭉한 커피의 층을 이룬다고 한다. 팔, 특히 팔꿈치가 죽어라 일을 해야 되니 엘보 그리즈라는 표현이 더 이상 잘 맞아 떨어질 수가 없다.


400번이든 4,000번이든 휘젓고 또 휘젓는 은근과 끈기의 릴레이를 목도하며 생각했다. 크림을 쓰는 게 여러 모로 훨씬 낫지 않을까. 크림은 거품기로 휘저으면 일부 결합된 지방 분자의 구조가 견고해지며 공기를 안정적으로 품는다. ‘엘보 그리즈’를 아예 안 쓸 수 없지만 적어도 물과 가루 커피의 조합보다는 훨씬 쉽고도 풍성하게 부피를 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탕을 이뤄주는 우유보다 진하고 풍성하므로 달고나 커피가 한층 더 맛있어 질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우유는 아주 미세한 눈을 지닌 필터(모기장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에 쏘아 지방을 잘게 쪼개 균일하게 섞어주는 균질화를 거친다. 균질화 이전, 표면에 떠오른 지방의 켜를 한데 모은 게 크림이다. 지방 함유량을 기준으로 30~36%의 제품은 ‘휘핑 크림(whipping cream)’, 36~40%의 제품은 ‘헤비 크림(heavy cream)’이라 분류한다. 마트에서 일반 우유팩에 담아 팔리는 크림은 지방 함유량이 38%인 헤비 크림이고, 직사각형의 멸균 팩에 담긴 것은 휘핑 크림이다. 아무래도 지방 함유량이 높은 전자가 좀 더 매끄럽고 풍성하지만 양쪽 모두 휘저으면 풍성하게 올라온다.


달고나 커피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일반적인 올린 크림(whipped cream)의 레시피에 인스턴트 커피만 더해주면 된다. 차가운 크림 250㎖를 차가운 대접에 담고 인스턴트 커피와 설탕 2큰술을 더한다. 거품기로 부지런히 휘저어 올리며 ‘뿔’의 상태를 확인한다. 휘젓는 도중 거품기로 크림을 찍어 세워 들면 끝에 뾰족하게 묻어 나는데, 이를 뿔이라 부른다. 거품기를 세워 들었을 때 뿔의 끝이 살짝 굽는다면 크림이 적당히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니 우유에 올릴 수 있다. 굽은 뿔은 여유가 남았다는 방증이어서, 아예 단단해져 끝이 굽지 않을 때까지 크림을 좀 더 휘저을 수 있다. 이 지점까지 는 올린 크림의 풍성한 질감을 즐길 수 있고, 무리해서 더 저으면 푸석해져 버린다.


이왕 크림을 사왔으니 다른 음식의 가능성도 아울러 살펴보자.

즉석 크림 비스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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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을 구울 때 크림을 넣으면 훨씬 빠르고 쉽게 완성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남부의 전통 음식이자 붙박이 탄수화물인 비스킷은 원래 페이스트리와 같은 원리로 만든다. 차가운 버터를 밀가루에 비벼 넣은 뒤 크림에서 버터를 추출하고 남은 액체인 버터밀크를 부어 반죽을 뭉친다. 그리고 크루아상처럼 펴고 접기를 몇 차례 되풀이한 뒤 틀로 따내 굽는다. 제대로 구우려면 만만치 않지만 지름길도 있다. 30%의 노력으로 80%쯤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크림 비스킷이다. 일단 재료가 간단하며 버터를 비벼 넣는 과정이 완전히 생략되므로 만들기 쉽다. 또한 오븐을 예열하는 사이에 준비해 후딱 구워 따뜻한 걸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금방 준비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재료

중력분 250g(도마 두를 것 별도), 설탕 2작은술, 베이킹파우더 2작은술, 소금 ½작은술, 크림 300㎖


만드는 법

1. 오븐을 220℃로 예열하고 제과제빵팬에 유산지(종이 호일)를 깐다.

2. 넉넉한 크기의 대접에 밀가루, 설탕,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담아 거품기로 휘저어 잘 섞는다. 크림을 붓고 나무 주걱이나 스패출러 등으로 반죽이 뭉쳐지도록 30초 가량 섞는다 (너무 오래 휘저으면 글루텐이 발달해 비스킷이 딱딱해지니 주의한다). 도마에 밀가루를 두르고 반죽을 올려 손으로 둥글게 빚은 뒤 매끄러워질 때까지 30초 가량 더 굴린다.

3. 손바닥으로 매만지듯 살살 눌러 반죽을 2㎝의 원 혹은 사각형으로 편다. 식칼로 사각형 또는 쐐기 모양으로 일정하게 썬다. 잘리는 면이 눌리지 않고 깔끔해야 오븐에서 잘 부풀어 오른다. 칼날에 밀가루를 가볍게 두르고 위에서 찍어 누르듯 반죽을 썰면 잘린 면이 한결 깔끔해질 수 있다.

4. 준비해 둔 제과제빵팬에 드문드문, 간격을 여유 있게 잡아 올려 오븐에서 노릇해질 때까지 15분 가량 굽는다. 팬이 작다면 두 번에 나눠 굽는다.

5. 팬을 꺼내 비스킷을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때까지 잠시 식혔다가 버터나 잼 등을 발라 바로 먹는다.

감자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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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로 수프를 끓일 때 마무리에 크림을 더해주면 품격이 한층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강원도에서 직접 판매하는, 10㎏ 한 상자 5,000원짜리 감자의 열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대규모 서버로 이전했음에도 판매가 워낙 빨리 마감되어 ‘포켓팅(포테이토+티케팅)’이라는 별명마저 붙었다. 처분을 위해 공짜에 가깝게 가격을 매겼으니 열정적으로 구매에 임했지만 막상 손에 넣고 나면 막막해질 수 있다. 저장성이 나쁘지는 않지만 감자 10㎏이라면 많아도 한참 많은 양이다. 따라서 그저 삶거나 알고 있었던 반찬을 만들어 먹는 수준으로 대처한다면 감자는 물론 나의 안위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소모가 느릴 수 있다.


이럴 때에는 감자 수프를 끓이면 딱 좋다. 까다로운 구석도 없고 여느 반찬보다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두고 먹을 수 있으므로 쌓인 감자를 최대한 빨리 소모하기에 딱 좋다. 감자와 육수만 끓여도 맛이 없지는 않지만 마무리로 더해주는 크림이 수프의 품격을 한 차원 더 높여준다. 레시피의 비율만 맞춰주면 양을 얼마든지 늘려 끓일 수 있다. 완전히 식힌 뒤 한두 번 먹을 만큼만 밀폐봉투에 나눠 담고 납작하게 펴 냉동하면 두고 먹을 수 있다. 육수가 없다면 물을 써도 괜찮고, 끓인 수프는 다시 데우지 않고 차게 먹어도 맛있다.


재료

감자 700g(껍질 벗겨 굵게 썬다), 무염버터 1큰술, 닭육수 750㎖, 크림 125㎖, 마늘 3쪽(다진다), 파 1단(곱게 썬다), 소금과 후추


만드는 법

1. 냄비나 솥을 중불에 올리고 버터를 녹인다. 파와 마늘을 더해 투명해질 때까지 3분 가량 볶는다.

2. 육수와 감자를 넣고 끓어 오르면 냄비 뚜껑을 덮고 불을 낮춰 10~12분 가량 끓인다.

3. 감자가 포크로 찌르면 뭉개질 정도로 푹 익으면 크림을 더해 한소끔 끓인다. 그대로 혹은 각종 블렌더로 매끈하게 갈아 먹는다.

간단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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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을 잘 활용하면 집에서도 아이스크림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올린 크림은 많은 디저트의 바탕이다. 따라서 달고나 커피로 요령을 익혔다면 여러 갈래로 응용할 수 있는데, 심지어 아이스크림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제조기가 없이도 만들 수 있는 이 아이스크림의 핵심은 연유로 마트나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다. 인스턴트 커피와 크림이 기본 재료라 달고나 커피의 다음 단계라 여기고 넘어 가기에도 꽤 자연스럽다.


재료

인스턴트 커피 가루 1포, 뜨거운 물 1큰술, 다크 초콜릿 120g, 연유 125㎖, 바닐라 ½작은술, 소금 1자밤, 크림 300㎖


만드는 법

1. 크림을 올릴 대접을 냉장고에 넣어 차게 둔다.

2. 작은 공기에 뜨거운 물을 담고 인스턴트 커피를 더해 잘 녹인다.

3. 대접에 초콜릿과 연유, 녹인 커피를 담고 10초 돌린 뒤 섞어 주기를 여섯 번, 즉 1분 동안 되풀이한다. 초콜릿이 완전히 녹으면 바닐라와 소금을 더해 잘 섞은 뒤 둔다.

4. 대접에 크림을 담고 거품기로 휘젓는다. 거품기의 끝으로 찍어 세워 들었을 때 고개를 숙일 정도로 무른 뿔이 올라오면 약 ⅓을 3의 초콜릿에 더해 완전히 섞는다.

5. 나머지를 4에 더해 스패출러로 전체를 살포시 뒤집어 포갠다는 느낌으로 섞는다. 그대로 냉동고에 넣어 6시간 이상 얼린다.

다양한 크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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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처럼 크림도 발효를 시키거나 끓여 변신을 꾀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우유를 발효시키거나 끓여 요구르트나 치즈 등 다른 유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크림도 적절한 가공을 거쳐 변신할 수 있다. 일단 유제품의 세계에서 빠져서는 안될 발효를 거쳐 사워크림과 크림 프레슈를 만들 수 있다. 이 둘은 요구르트와 마찬가지로 젖산 발효를 거쳐 만든다. 우유나 크림에 박테리아를 더해 유당을 젖산으로 분해시키는 원리이다.


다만 각 제품을 발효시킬 때 쓰는 종균(starter culture)에 따라 결과물의 맛이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우유가 종균에 따라 다른 치즈가 되거나, 지역 혹은 동네마다 균이 조금씩 달라 자연 발효종을 썼을 때 빵맛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편 발효 기간이나 온도도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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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하면서도 신맛이 두드러지는 사워크림은 감자 요리에 한 숟가락 얹어 먹으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워크림은 크림 프레슈보다 높은 온도에서 짧게, 요구르트보다 낮은 온도에서 발효시켜 만든다. 사워크림과 크림 프레슈를 비교하면 둘 다 발효를 거친 신맛을 지닌 가운데 전자는 요구르트에 가깝도록 묽은 편이며, 후자는 버터와 흡사하게 매끄럽고 부드럽다. 둘 다 크림 위주로 만들어 풍성하면서도 두드러지는 신맛이 균형을 잡아줘, 맛과 질감을 동시에 불어 넣어주는 요소로서 음식의 마무리에 제 역량을 발휘한다. 짠맛 중심의 음식이라면 위에서 소개한 감자 수프에 한 숟가락 얹어 먹으면 좋고, 단맛 위주의 디저트라면 요즘 흔한 딸기에 아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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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르포네 치즈는 수분을 걷어내 고소하고 진한 맛이 강하다. 게티이미지뱅크

한편 발효까지 거치지 않고도 크림의 장점만을 뽑아낸 유가공품도 있다. 티라미수의 핵심 재료인 마스카르포네 치즈는 크림을 산으로 처리해 유청, 즉 수분을 걷어내 진하고 고소한 맛을 한층 더 강조해준다. 한편 스콘(위에서 소개한 비스킷과 호환 가능한)에 잼과 함께 발라 먹는 영국의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도 있다. 클로티드 크림은 우유를 찜기나 중탕으로 데운 뒤 넓은 팬에 부어 표면에 생기는 크림의 막을 걷어내 만드는데 크림 프레슈보다는 살짝 거칠면서 꾸덕한 질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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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덕한 질감의 클로티드 크림은 과일이나 스콘 등과 곁들여 먹기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잼은 차와 함께 잉글랜드 남서부의 데본과 콘월 지역의 ‘크림 티’ 문화를 이룬다. 사족을 하나 달자면 서로 이웃한 지역인 데본과 콘월은 스콘에 바르는 클로티드 크림과 잼의 순서를 놓고 영원히 결론 나지 않을 논쟁을 벌이고 있다. 데본에서는 스콘에 크림을 먼저, 잼을 그 위에 바르는 반면 콘월에서는 잼을 먼저, 크림을 그 위에 발라 먹는다. 먹을 때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지만 두 지방은 각자 자기네의 순서가 정석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용재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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