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남’ 최문순의 반값 특판, 시장교란일까요 지탱일까요
‘포켓팅’ ‘아스파라거스 고시’ 유행어 낳으며 완판 행진
“다른 지역 농가에 피해 줘” 비판에 최 지사 “과잉 물량 팔아서 가격 조정”
최문순 강원지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농가의 농산물 특별 판매에 나섰다. 최 지사 SNS 캡처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농가도 애써 기른 농산물들을 판매할 길을 잃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중 단연 국민들의 관심을 받은 것은 ‘문순C’ 최문순 강원지사의 반값 직거래 판매일 겁니다. 팔지 못해 버려질 농산물을 도에서 택배운송비와 포장비를 지원,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대금은 온전히 농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입니다.
감자 5부제, 아스파라거스 고시? 왜 이렇게 ‘핫’한 거야
최문순 강원지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농가의 감자 특별 판매에 나섰다. 최 지사 SNS 캡처 |
최문순 강원지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농가의 아스파라거스 특별 판매에 나섰다. 최 지사 SNS 캡처 |
3월 11일 저장감자 10㎏ 한 상자를 택배비 포함 5,000원에 판매한다고 최 지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한 것이 ‘포켓팅(Potato+Ticketing) 대란’의 시작이었는데요. 최 지사는 SNS 계정 이름도 ‘감자 파는 도지사’로 바꾸고 직접 글과 사진을 게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눈길을 끌었죠.
인기가 너무 많아 판매할 때 마다 조기품절 되는가 하면 접속자 수가 폭주해 강원진품센터 서버가 마비되는 등 반응이 폭발적이었는데요. 소비자들은 ‘마스크 5부제’를 패러디 해 “감자 5부제를 시행해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강원 PTS(강원도 PoTatoS의 약자)’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죠. 결국 14차례 진행된 온라인 판매에서 평균 1분40초만에 매회 완판, 총 20만6,000상자 2,060톤을 소진할 수 있었습니다.
‘아스파라거스 고시’라 불렸던 아스파라거스 특판도 초대박 흥행이었습니다. 1㎏에 7,000원이었는데요. 5월 20일 첫 판매에서 47초 만에 매진을 기록했고요. 열 한 차례 판매에서 총 20톤을 완판 했어요.
다음 타자는 찰 토마토였습니다. 4㎏ 한 상자가 7,000원의 가격에 나왔는데요. 8일부터 시작된 판매는 지금까지 두 차례 모두 완판됐어요. 첫날은 아스파라거스보다도 빠른 41초만에 매진됐어요. 남은 여섯 차례 특판도 소비자들은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
강원도 감자 특판을 비판하는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글. 이 전 장관 SNS 캡처 |
강원도 아스파라거스 특판을 비판하는 신명식 농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장의 글. 신 원장 SNS 캡처 |
인기 비결요? 힘든 농가를 돕는다는 좋은 취지와 ‘문순C’를 내세운 기발한 마케팅의 합작품이긴 할 겁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비결은 가격일 텐데요. 기존 도ㆍ소매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가격에 소비자들이 몰려든 겁니다.
누이(생산자) 좋고 매부(소비자) 좋은 일일까요? 그런데 고운 시선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장에 개입해 농산물을 반값에 판매하면서 해당 품목 가격에 영향을 줘 시장을 교란한다는 건데요. 도에서 택배 운송비와 포장비를 제공, 직거래 형태로 유통 과정을 건너 뛰면서 큰 폭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었죠. 결국 소비자 ‘정가’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쳐, 다른 지역에서 같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도 비판한다고?
서울 한 대형마트 식료품 부스에서 시민들이 식자재를 고르고 있다. 뉴스1 |
네. 전문가들도 SNS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해왔는데요.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감자에 대한 강원도의 보조는 다른 지역 감자 농가를 더 어렵게 하고, 내년에는 더 큰 수급 불안을 초래해 감자 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데 수급 실태와 원인을 파악하고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글을 올렸고요. 신명식 농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장 역시 “아스파라거스는 1㎏ 1만5,000원이 합당한 시장 가격이다”라며 “애써 만들어놓은 직거래망이 위협받는 다른 농민들은, 정상적인 가격으로 구입하던 소비자는 어쩌라는 말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래서 국내 1세대 상품기획전문가인 최낙삼 좋은상품연구소장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직접 물어봤는데요. 최 소장은 “가격이 한번 흔들리면 소비자들은 ‘나는 비싸게 주고 사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소비를 망설이게 될 것”이라며 “생산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려는 노력보다도 가격인하, 조기출하 등의 방향으로 경쟁을 하게 되고 결국 농산품 품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기존 유통체계 안에서 판로를 연결해주거나 학교 등에 배정된 급식 예산 등을 바우처 형태로 시민들에게 지급하는 방안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게 최 소장의 제안입니다.
‘문순C’는 뭐라고 하는데?
강원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찰토마토 특판을 홍보하고 있다. 강원도 SNS 캡처 |
최 지사는 이런 비판들에 적극 반박하고 있어요. 그는 11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시장 교란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전문가들과 논의해 품목 별 생산량에 따라 공급량을 적절히 조정하면서 정교하게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감자의 경우 원래 유통망으로 팔 수 없는 비품이었고, 아스파라거스는 수출이 막힌 상황에 내수 시장에 물량을 풀어버리면 과잉 공급으로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건데요. 토마토는 올 초 냉해로 피해를 입었다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 쑥 자라버리면서 엄청난 물량이 나왔고 만약 시장에 풀리면 이 또한 공급 과잉이 되기 때문에 조정을 해준 거라는 설명입니다.
지자체가 개입해 농산물을 싼 가격에 팔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적극 반박했는데요. 최 지사는 “이론적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실제로는 정반대”라며 “아스파라거스 특판이 시작된 후 도매시장 경매가가 올라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추가 소비로 이어진 거라는 얘깁니다.
과연 ‘문순C’의 반값 특판, 시장교란일까요 시장지탱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