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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백종원 업고도 고전? '국뽕'이 이제 안 먹히는 이유는

반복되는 포맷에 지루함은 시청자 몫

콘셉트·출연진에만 의지…준비 부족한 연출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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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서진이네'에서 외국인들은 K-푸드인 치즈 떡볶이의 떡을 가위로 잘라먹는 방법을 배우자 "이렇게 먹는 음식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한다. JTBC '한국인의 식판'에선 깻잎에 불고기와 쌈장을 싸서 먹는 K-쌈을 옥스퍼드 대학생들에게 소개한다. 영국엔 없는 특유의 향을 지닌 깻잎에 외국인들이 당황하다가도 이내 "믿기 어려운 맛"이라며 쌈을 싸 먹는다.


'K'(Korea)가 붙은 음식과 음악, 영상 등 콘텐츠를 즐기는 외국인의 리액션을 다루는 예능은 이른바 국뽕(국가와 필로폰의 합성어로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돼 있다는 의미)을 자극하는 예능으로 불린다. 국뽕은 K 콘텐츠를 즐기는 외국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국 시청자들의 정서를 겨냥하는 장치다. 외국에서도 우리 문화가 인정받는 것을 강조하며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핵심이다. 2017년부터 방영 중인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비롯해 tvN '윤식당'(2018년 방영), tvN '현지에서 먹힐까'(2019년) 등에서 '국뽕' 정서는 하나의 예능 성공 법칙처럼 여겨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젠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뽕에 치우친 예능이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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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기시감이 문제다. 이미 K-컬처를 즐기는 외국인의 리액션은 예능뿐 아니라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수없이 반복돼 온 포맷이다. '서진이네'는 지난 2월 첫 방송 후 평균 시청률 8%대(닐슨코리아)를 기록하고 있다. 나영석 PD의 전작 '윤식당2'(2018)의 평균 시청률 13%대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게다가 '자기복제가 아니냐'는 혹평도 피하지 못했다. '한국인의 식판'이나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경우에도 각각 급식과 장사라는 아이템을 추가했지만 K-푸드를 외국인에게 선보여 인정받는다는 콘셉트는 변화가 없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코로나19 이후 해외를 배경으로 한 프로그램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노동이나 장사 등 변주를 넣지만 기본 코드는 한국 음식의 '먹방'과 리액션 등에 머물러 지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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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뷔를 출연시킬 정도로 호화 출연진을 내세우지만, 출연진 이름과 국뽕 콘셉트에만 기대고 연출과 준비 과정에서 소홀한 디테일이 포착되는 경우도 많다. '장사천재 백사장'은 백종원의 노련함을 앞세워 외국에서 한식을 판매하는 포맷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방송 초반 모로코 편에서는 오해로 현지 아르바이트생이 출근하지 않자 현지인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해 출연진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 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언어는 물론 문화권도 생소한 국가인 만큼 최소한 출연진 중 누구라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세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에도 "기획 의도가 맨땅에 헤딩이어도 기본 조사는 했어야 했다"는 등 비판이 이어졌다. 김헌식 평론가는 "준비 없이 출연진 인지도에 의존하는 연출은 참사를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방송이 만든 프레임 속에서 일방향적으로 K-푸드를 외국인에게 선보이며 애써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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