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버터, 드레싱, 패티로 즐기는 캐슈너트…식탁의 감초가 따로 없네

이용재의 세심한 맛

한국일보

뒤집힌 심장이라는 뜻을 가진 캐슈 열매인 캐슈너트는 생으로 먹거나, 구워서 먹거나, 버터나 드레싱, 버거 패티로도 즐길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몸에 좋은 간식 가운데 하나로 견과류를 꼽는다. 그만큼 먹기도 쉬워졌다. 마트에서는 금방 구운 것을 팔고,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아무 편의점만 들어가도 편하게 여러 가지 견과류를 맛볼 수 있는 ‘믹스넛’을 살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주자인 아몬드나 요즘 뜨는 브라질넛 등에 밀려 주목을 덜 받는 견과류가 있으니 바로 꼬부라진 캐슈너트다.


캐슈너트는 옻나무과의 열매로 브라질 북부가 고향이지만 요즘은 베트남, 나이지리아, 인도 등에서 많이 나온다. 학명(Anacardium occidentale)에서 아나카르디움은 ‘뒤집힌(ana) 심장(cardium)’이라는 뜻으로 캐슈 열매의 모양을 묘사한다. 짠맛과 단맛 음식 모두에 어울리는 가운데 섬세한 고소함과 풍성하고 매끈한 질감 덕분에 지속 가능한 채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니, 몇 가지 활용법 및 요령을 살펴보자.

한국일보

캐슈너트를 구울 때는 향이 솔솔 피어 오를 때 오븐에서 꺼내야 고소하고 부드럽다. 게티이미지뱅크

캐슈너트 활용의 첫 단계는 굽기이다. 모든 견과류의 팔자는 항상 두 갈래 길이다. 생으로 혹은 구워(흔히 우리가 커피콩 등을 ‘볶는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구움) 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볶으면 향화합물이 눈을 뜨고 견과류 맛의 바탕인 지방을 익혀줘 맛과 향이 그야말로 확 피어나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수분이 빠지면서 날것일 때 무른 견과류가 바삭 또는 아삭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생견과류가 맛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열을 쓰는 조리는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므로, 견디지 못하는 향화합물은 날아가 버리고 강한 것들만 살아 남고 또 증폭되어 맛의 주도권을 잡는다. 굽지 않은 견과류의 경우 풀 냄새 비슷한 향과 표정이 훨씬 섬세한 단맛을 지녀 구운 것과는 별개의 영역을 확실히 차지하고 있다.

한국일보

옻나무과인 캐슈 나무에 열린 열매는 붉은 부분이 아니라 초록색 부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따라서 캐슈너트를 굽거나 구운 것을 사는 게 언제나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맛을 들여보자. 캐슈너트를 먹을 만큼 제과제빵 팬에 담고 겹치는 게 없도록 켜로 잘 펼친다. 190℃(대류 오븐은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색이 살짝 짙어지고 고소한 향이 피어 오르기 시작할 때까지,10~12분 굽는다.


무엇보다 향이 익은 정도를 알려주는 척도라는데 유의한다. ‘음, 향이 너무 좋군’이라는 반응이 자동으로 나올 정도로 견과류가 짙은 향을 풍기기 시작했다면 안타깝게도 정수는 이미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과조리 되었으므로 견과류 자체는 맛이 밍밍하거나 그저 불에 익은 맛(더 나아가 탄 맛)만 날 수 있다. 게다가 남은 열로 좀 더 익힐 수 있으니 조금 덜 익었다 싶으면서도 향이 솔솔 피어 오르기 시작할 때 꺼내는 게 바람직하다. 오븐이 없다면 기름을 짜는 참깨처럼 마른 프라이팬에 올려 가끔 뒤적이며 10분 가량 볶을 수도 있다. 구울 때와 마찬가지로 팬에 캐슈너트를 너무 빽빽하게 담지 않는다.

캐슈너트버터

한국일보

캐슈너트를 갈아 꿀과 소금을 넣으면 빵에 발라 먹을 수 있는 캐슈너트버터가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구워 맛의 눈을 뜬 캐슈너트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한두 단계 더 나아갈 잠재력을 갖췄다. 일단 견과류라면 갈아서 먹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땅콩을 갈면 땅콩버터가 되듯 캐슈너트도 갈면 캐슈너트버터가 된다. 일단 다음의 재료를 준비한다.


  1. 캐슈너트 650g, 꿀 1작은술, 소금 약간

이미 구운 캐슈너트가 있다면 그대로 쓰면 되고, 마트 등에서 구워 파는 캐슈너트를 쓴다면 팬이나 오븐에 온기가 돌 때까지만 살짝 데운다. 이미 구워 맛은 살아났지만 말랑말랑해져 분해가 좀 더 쉽도록 밟는 단계로, 캐슈너트를 접시나 쟁반에 담아 10분 가량 식힌다. 캐슈너트가 적당히 식으면 푸드프로세서에 담아 굵게 간 뒤 소금과 꿀을 더해 10~12분 더 간다. 3, 4분마다 멈추고 입자와 농도를 살핀다. 취향에 따라 ‘크런치’ 땅콩버터처럼 캐슈너트 알갱이가 씹히도록, 또는 ‘크리미’ 땅콩버터처럼 아주 매끈하게 만들 수 있다. 맛을 보고 소금과 꿀을 더하면 완성되는데 너무 되다 싶으면 식용유를 1큰술씩, 묽다 싶으면 물을 역시 1큰술씩 더해 좀 더 갈아준다. 묽으면 물을 더하라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캐슈너트가 흡수해 불어서 밀도가 높아지는 원리이다. 밀폐 용기나 단지에 담으면 냉장고에 두 달 두고 먹을 수 있다. 계피, 생강, 너트메그 등의 향신료를 더해 맛을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한편 이 모든 게 번거롭다면 훌륭한 기성품도 많으니 사먹을 수도 있다. 다만 땅콩 등 기타 견과류 버터와 마찬가지로 최소한 소금간이라도 된 것을 골라야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캐슈너트드레싱

한국일보

캐슈너트를 물에 불려 갈아 입맛에 맞게 식초, 소금, 된장, 생강 등을 넣으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채식 드레싱이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캐슈너트를 갈아 먹는데 익숙해졌다면 매끄러움과 부드러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 동물성 재료를 일절 쓰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채식 드레싱이다. 생캐슈너트로 만들 수 있어 어찌 보면 캐슈너트버터보다 더 간단한데, 콩국물을 내거나 밥에 두기 위해 콩을 불리듯 살짝 불려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게 핵심이다. 일단 재료는 다음과 같다.


  1. 생 캐슈너트, 물, 식초, 소금, 설탕, 양파가루, 마늘가루, 쪽파, 생파슬리, 후추

캐슈너트를 블렌더에 담아 저속에서 거친 자갈 같은 입자가 될 때까지 10~15초 간다. 물, 식초, 소금, 양파가루, 마늘가루, 설탕을 더해 역시 저속에서 5초 더 갈아준다. 그대로 15분 놓아 두었다가 다시 저속에서 1분 더 갈아 모든 재료를 고루 섞어 준다. 스패출러로 블렌더 카라페 벽면의 드레싱을 긁어 내려 준 다음 크림처럼 매끈해질 때까지, 고속으로 3~4분 간다. 모든 재료가 한데 어우러진 드레싱을 대접이나 카라페, 단지 등에 옮겨 담아 랩을 씌운 뒤 차가워질 때까지 냉장고에 45분 둔다. 먹기 전에 쪽파, 파슬리, 후추를 더해 섞는다. 너무 되다 싶으면 물을 1큰술씩 더해 농도를 조정한다. 냉장고에 일주일 정도 두고 먹을 수 있다. 캐슈너트 바탕의 채식 드레싱은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다른 맛을 더해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일단 여름이니 간 생강 두 큰 술로 시원함과 알싸함을 더하면 굽거나 튀긴 가지와 아주 잘 어울린다. 한편 된장이나 미소를 더하면 감칠맛 넘쳐나는 한국 혹은 동양식 드레싱으로 변신한다. 이 경우 소금보다 간장 위주로 간을 맞추고 현미식초 등으로 신맛을 더해 전체의 분위기를 일관적으로 맞춰준다. 드레싱으로, 즉 재료에 더해 버무려 먹기 위해 만들었지만 채소나 칩 같은 과자류를 등을 찍어 먹는 ‘딥(dip)’으로도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캐슈너트 패티

한국일보

채식 버거 패티에 주로 사용되는 콩고기처럼 콩과 캐슈너트를 활용해 패티를 만들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캐슈너트의 도전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드레싱, 즉 양념 또는 바탕을 만들었다면 그 맛의 손길을 입힐 수 있는 주재료에도 도전할 수 있다. 콩고기가 이미 오래 전에 상용화 되었듯 콩류는 맛과 질감뿐만 아니라 단백질로 일정 수준의 ‘덩어리’를 만드는 데도 유용한 식재료다. 갈아 놓으면 씹는 만족감을 주는 질감이 될 뿐만 아니라 단백질도 비교적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은콩, 렌틸콩 등이 채식 버거 패티의 주재료로 많이 쓰이는데, 여기에 캐슈너트가 일종의 비밀 재료로서 앞에서 살펴본 버터나 드레싱과 마찬가지로 부드러움과 풍성함을 불어 넣는다.


재료를 살펴보기 전에 미리 귀띔하자면, 이 채식 버거 패티 레시피는 손쉽지는 않다. 조리 자체의 난이도는 그다지 높지 않으나 손이 많이 가는 편이고, 재료도 여러 종류 쓰인다. 따라서 한 번 만들려면 큰 마음까지는 아니지만 중간 마음 정도는 먹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한번쯤 도전해 볼만하다. 무엇보다 앞에서 살짝 살펴본, 채식의 맛내기 원리를 고스란히 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 번에 많이 만들어 냉동 보관해 먹을 수 있으니 중간 마음이나마 부담스러울 정도로 자주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1. 검정콩 혹은 렌틸콩, 425g짜리 통조림 1개, 조 3/4컵(전날 밤에 물에 불려 두거나 소금간 한 끓는 물에 10분 삶는다. 현미밥으로 대체 가능), 생 캐슈너트 150g, 소금 1½작은술, 후추 적당량, 식용유, 양파 중간 크기 2개(곱게 썬다), 셀러리 줄기 1대(곱게 다진다), 쪽파 혹은 대파(흰 부분만 곱게 다져 1/2컵 안팎), 마늘 2쪽(곱게 다진다), 양송이 450g(0.25㎝ 두께로 썬다), 케첩, 바비큐 소스, 채식 마요네즈 등 점성과 감칠맛을 함께 지닌 조미료 50g, 빵가루 100g

 

먼저 패티의 ‘몸통’을 이루는 콩과 견과류를 준비한다. 통조림을 뜯어 체에 받쳐 국물을 흘려 버리고 흐르는 수돗물로 남아 있는 전분을 말끔히 헹궈낸다. 넉넉한 크기의 쟁반 위에 종이 행주를 한 켜 깔고 렌틸콩을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올린다. 콩 위를 역시 한 켜의 종이 행주로 덮은 뒤 손바닥으로 가볍게 눌러 물기를 최대한 뺀다. 다음으로 감칠맛을 불어 넣어줄 채소류를 준비한다. 지름 30㎝ 안팎의 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중불에 올려 기름이 반짝거릴 때까지 달군다. 양파, 셀러리, 대파, 마늘을 더해 종종 뒤적이며 노릇해질 때까지 볶아 쟁반이나 그릇에 옮겨 식힌다. 팬에 다시 식용유를 두르고 버섯을 더해 역시 종종 뒤적이며 검정색에 가까운 갈색이 되도록 10~12분 가량 볶는다. 미리 볶아둔 채소에 더해 펼쳐 20분 안팎으로 식힌다.

한국일보

캐슈너트를 넣은 버거 패티는 손이 많이 가지만 패티를 부드럽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게티이미지뱅크

푸드프로세서에 캐슈너트를 더해 굵게 간 뒤 콩과 조(혹은 현미밥), 볶은 버섯과 채소, 점성을 지닌 조미료를 더하고, 콩 알갱이가 약간 남아 있도록 간다. 양이 많다면 두 번으로 나눈다. 넉넉한 크기의 대접에 담고 빵가루와 소금을 더해 끈기가 적당히 생길 때까지 잘 섞는다. 반죽을 약 ½컵 분량으로 12등분해 지름 10㎝, 두께 1.5㎝ 안팎으로 둥글넓적하게 빚는다. 불필요한 물기를 빨아들일 수 있도록 제과제빵 팬이나 쟁반에 종이 행주를 깔고 올린다. 랩으로 한 쪽씩 싸서 냉장고에서 사흘쯤 두고 먹을 수 있다. 먹을 때에는 기름을 넉넉히 둘러 중불에 달군 팬에 각 면을 4분씩 굽는다. 이때 팬의 크기에 맞춰 패티가 서로 닿지 않도록 간격을 충분히 준다. 잠시 식혔다가 빵에 얹고 각종 채소를 더한 뒤 캐슈너트 드레싱을 입맛대로 끼얹어 먹는다. 장기 보관할 패티를 만든다면 냉동 및 해동과정에서 생기는 물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패티 한 쪽당 빵가루 1작은술씩을 더해 만든다. 한 쪽씩 랩으로 싸서 얼려 보관하고, 해동 후에는 종이 행주로 살짝 눌러 물기를 걷어내고 손으로 모양과 조직을 한 번 다듬어 준 뒤 굽는다.


음식평론가

오늘의 실시간
BEST
hankookilbo
채널명
한국일보
소개글
60년 전통의 종합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