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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농구에 만화 찢고 나온 '빨강머리 강백호'가 떴다

건국대 최승빈, 강백호 싱크로율 100%

외모도, 플레이 스타일도 닮아

농구 시작 계기도 짝사랑한 친구 때문

한국일보

건국대 '강백호' 최승빈이 만화 영화 '슬램덩크'를 보고 반한 강백호의 빨강머리를 하고 코트를 누비고 있다. 최승빈은 강백호처럼 초등학교 때 짝사랑하던 친구가 농구를 하는 다른 친구를 좋아해 질투심에 농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농구연맹 제공

만화 영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현실판 강백호’가 대학농구에 등장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빨강머리를 하고 우당탕탕 코트를 달린다. 키는 191㎝로 골밑 자원치고 작지만 장신들 사이에서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몸을 던지는 허슬플레이도 즐긴다. 심지어 농구공을 처음 잡은 계기도 똑같다. 짝사랑하던 친구(채소연)가 농구하는 다른 친구(서태웅)를 좋아하는 걸 보고 질투심에 시작했다.


건국대 포워드 최승빈(22)은 최근 새빨간 머리로 화제다. 그의 짧은 경기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관심도 부쩍 커졌다. 20일 2023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대학농구 U-리그가 열리는 서울 중구 동국대체육관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최승빈은 “가만히 있다가 SNS 팔로어가 갑자기 늘었다”면서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염색 전 SNS 팔로어 수는 600명대에서 단숨에 2,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강백호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고 빨갛게 염색을 한 이유는 실제 만화 주인공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2001년생으로 1990년대 만화 슬램덩크에 친숙한 세대는 아니지만 지난 1월 영화로 재탄생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매력에 푹 빠졌다. 문혁주 건국대 코치는 “올해 제주도 동계훈련 때 선수들에게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영화를 보여줬더니 ‘강백호처럼 염색을 해도 되느냐’고 묻더라. 선수도 상품성이 있으면 좋으니까 말리진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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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동국대와 대학농구리그 경기 중 왼쪽 눈썹 부위가 찢어져 반창고 투혼을 발휘한 최승빈. 김지섭 기자

최승빈은 “슬램덩크 만화를 원래 알고는 있었지만 그간 마음에 확 와닿지는 않았다”면서 “이번 동계훈련 기간 영화를 보니까 강백호가 참 멋있더라. 투지와 넘치는 파이팅이 멋있었고, 약간 생각 없는 플레이를 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감이 좋았다”고 강백호에 푹 빠진 이유를 설명했다. 강백호 머리를 구현하는 데 든 비용은 5만 원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에 직접 염색과 탈색을 하기 때문에 1만5,000원에서 2만 원 정도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엔 염색약을 잘못 주문해 미용실 가서 5만 원에 했다”며 웃었다.


러시아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최승빈은 어린 시절 농구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수원 매산초등학교 3학년 때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 친구가 농구부로 전학 온 다른 친구를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농구공을 처음 잡게 됐다. 그는 “짝사랑하는 친구가 농구하던 친구의 이름에 ‘우윳빛깔’을 붙이면서 응원하더라. 질투가 나서 집으로 가 부모님에게 농구시켜달라고 졸랐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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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홍보물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연합뉴스

농구 성향도 강백호와 비슷하다. 작은 키로도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면서 골밑을 든든히 지키고,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팀 분위기를 살린다. 공교롭게도 20일 동국대전에서는 붕대 투혼을 발휘한 만화 속 강백호처럼 상대와 충돌로 눈썹이 찢어져 피가 나는데도 반창고를 붙이고 계속 뛰었다. 최승빈은 “슬라이딩을 하고, 공중에서 상대와 부딪치는 게 짜릿하고 재미있다”며 “코트 위 내 역할은 분위기 메이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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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빈이 15일 연세대전에서 중거리슛을 던지고 있다. 대학농구연맹 제공

2022시즌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센터 프레디와 골밑을 책임지면서 건국대의 대학농구리그 준우승을 이끌었던 최승빈은 올해 4학년이다. 프로 지명 전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당연히 최종 목표는 우승”이라면서도 “팀이 톱니바퀴처럼 하나가 돼 움직여 차츰차츰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다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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