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건넌 장수말벌, 미국·캐나다 당국 경보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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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사람 피해 비상…“동아시아서 선박 화물 통해 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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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세계 최대 말벌인 장수말벌이 북아메리카 서부해안에 침투해 당국이 경보를 발령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미국 워싱턴주는 19일 “캐나다 국경 지역에서 주민이 신고한 대형 말벌이 침입종인 장수말벌로 밝혀졌다”며 “위협받거나 땅속 둥지를 건드리면 끔찍한 침에 쏘일 수 있으니 잡으려들지 말고 신고해 달라”는 내용의 경보를 발령했다.
캐나다 뱅쿠버에서 약 50㎞ 떨어진 블레인의 한 주민은 8일 “평소에 못보던 엄청나게 큰 말벌이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당국에 신고했다. 이 주민은 벌새에게 꿀을 제공하는 급이대에서도 이 벌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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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도 9월 “장수말벌 3마리를 밴쿠버 섬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며 경보를 발령했다.
동아시아 원산의 말벌이 태평양 건너 북미 서해안에 퍼지게 된 것은 두 지역을 잇는 활발한 무역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메이 베렌바움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곤충학)는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북미의 장수말벌은 태평양을 건너는 선박을 타고 ‘밀항’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들은 발효 중인 당분 화물에 이끌렸거나,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싣는 발라스트 물질로 쓰인 흙속에 둥지를 틀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생태계위해종인 북미산 붉은불개미가 화물 선박을 통해 들어와 큰 문제를 일으킨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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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말벌은 몸길이만 3∼4㎝이고 날개까지 치면 4∼7㎝에 이르며, 커다란 침을 지니고 있다. 이런 크기는 자생지에서 부르는 이름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장수말벌을 중국에선 ‘야크 킬러 말벌’로, 대만에선 ‘호랑이 머리 벌’로, 일본에선 ‘큰 참새 벌’로 부른다.
장수말벌은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사람이나 큰 동물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먹이인 꿀벌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꿀벌의 침은 장수말벌의 두꺼운 키틴질 껍질을 뚫지 못해, 벌통에 침입한 장수말벌은 한 번에 벌통의 30%에 해당하는 수백마리의 꿀벌을 죽이기도 한다. 장수말벌은 꿀벌의 살점이나 애벌레를 먹이로 삼는다.
그러나 장수말벌의 자생지인 동아시아의 토종꿀벌은 장수말벌을 공처럼 감싼 뒤 진동으로 체온을 올려 장수말벌을 죽이는 전략을 진화과정에서 획득했다. 또 최근에는 토종꿀벌이 장수말벌의 공격에 정교한 경계경보로 대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관련 기사: 말벌 만난 토종꿀벌, ‘열폭탄’ 앞서 경계경보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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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캐나다 농업당국도 이런 대항능력이 없는 서양 꿀벌과 사람이 입을 피해가 장수말벌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내년 여름 이후 본격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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