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의 가방을 탐험하다!
커버스토리 : 탐험
남영호 사막 탐험가의 가방 속 물건들
긴급구조 신호 보낼 수 있는 기기들
모래를 막는 특수 안경과 정수기까지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
탐험가는 무엇으로 탐험하는가. 극한의 환경을 견디고,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필수품이 궁금했다. 세계 10대 사막 무동력 탐사를 목표로 전진하고 있는 남영호 탐험가에게 가방 속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식량과 옷을 제외한 필수품은 의외로 간소하다. 그러나 그 중요성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남영호의 지속가능한 탐험을 돕는 가방 속 물건들을 탐험해 본다.
사하라 캡
목 뒤를 충분히 덮어 강한 자외선과 모래를 막아주는 모자. 사막의 대명사인 ‘사하라사막’의 이름을 땄다. 데저트 캡(사막 모자)이라고도 한다.
사막화
군화의 일종으로 개발된 신발이다. 사막 환경에 맞춰 뜨거운 모래 위나 암석 지대를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바닥이 두껍고, 발목을 충분히 감싸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모래가 안 들어오고, 통풍이 잘되는 게 최우선 조건이다.
시마그(shemagh)
중동 지역에서 탐험가들이 사용하는 스카프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얼굴을 감싸 쓰며, 강한 모래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고글
일반 선글라스는 얼굴과 안경 사이에 공간이 있지만, 사막 선글라스는 그 공간을 메워 주는 구조물이 하나 더 있다. 역시 모래를 막기 위한 장치다. 이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고글 렌즈의 빛 투과율이다. 빙하 지역과 마찬가지도 사막의 반사광은 강렬하다. 때문에 빛 투과율이 낮은 렌즈를 장착한 고글을 써야 한다.
쌍안경
남영호 탐험가는 탐험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KBS) 오만 편에도 출연했다. 아라비아 사막의 일부 구간을 출연자와 함께 탐험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한 장면 중 하나가 쌍안경으로 주변을 탐색하는 것이었다. 쉴 곳을 찾거나, 경로를 살피기 위한 필수품.
휴대용 정수기
사막에서 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남영호 탐험가는 “사막에서 물을 찾기 위해선 낙타를 쫓아다니면 된다”고 말한다.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더불어 지구과학이나 생물에 관심을 가지면 사막에서 물 찾기는 더욱 수월해진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나무가 어디 있는지를 살피고, 사막 속 마른 계곡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그 형태를 살펴보면 물을 찾을 수도 있다.” 물을 찾았다고 급하게 마시면 안 된다. 썩거나 해로운 요소가 있을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휴대용 정수기다.
위성전화기
사막과 같은 탐험지에서 휴대전화가 터질 리 없다. 외부와의 통신을 위해서는 위성 전화기를 써야 한다. 지구 대기권 내 위성을 통해 송수신한다. 남영호 탐험가는 “통화료가 비싼 편이라 가족들 목소리가 못 견디게 그리울 때 참다 참다 한 번씩 쓸 때가 있다”고 말한다.
개인용 탐색구조 단말기
피엘비(PLB·PERSONAL LOCATOR BEACONS)라고 한다. 구조 단말기를 이용하면 긴급 상황에 구조 신호를 송출할 수 있다. 남영호 탐험가는 “파타고니아 탐험 중 호수에서 돌풍과 파도를 만났을 때 피엘비가 있어 구조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위험에 처한 사람이 이 단말기로 구조요청 신호를 위성에 보내고, 위성은 구조 요청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구조조정본부에 그 사실을 알려 신속한 구조가 가능하도록 한다.
“동네 산도 탐험지가 될 수 있죠!”
러시아 캄차카 반도 남쪽 무드놉스키 화산(2322m). 사진 이정아 기자
탐험 이야기를 접하고 들뜬 마음. 그러나 막상 ‘탐험’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에 눌려, 발길을 떼기가 어렵다. 인생에 탐험을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하고 싶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체험 여행 플랫폼에서 ‘탐험’을 주제어로 검색해보면, 세계 여러 나라의 ‘탐험’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지하에 난 동굴을 탐험하는 식이다. 두 탐험가 남영호씨와 김영미씨에게도 탐험의 세계로 발을 들여 보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추천할 만한 탐험 대상지를 물었다.
“어떤 설명을 할 필요 없이 도착하는 순간 신비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곳이 있지요.” 남영호 탐험가는 완벽하게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탐험 대상지를 추천했다. 그곳은 바로 러시아 동쪽의 캄차카반도이다. 캄차카반도는 한국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하루면 한국에서 캄차카반도까지 갈 수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들어간다. 캄차카반도는 세계 최고의 종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는 원시림과 들끓는 화산지대, 높이 자란 나무 없이 이끼와 낮게 자란 풀들이 지배한 땅 툰드라 지대 등을 포함하고 있다. 남영호 탐험가는 “캄차카반도 깊숙이 들어가 간헐천이 솟는 지대에 당도하면 마치 지구의 태동기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가는 방법은 일단 일반 여행과 다를 바 없다. 단, 탐험이 목적이라면 위성전화기 등 준비물을 잘 챙겨 가는 게 좋다. 김영미 탐험가는 익숙한 지역으로 떠나는 탐험을 추천한다. “가까운 동네 산도 탐험지가 될 수 있다. 탐험은 어렵다고 여기지만, 그 역시 시작은 걷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려운 게 아니다. 바이칼 호수를 700㎞ 넘게 걸었지만, 거기서도 하는 행위는 비슷하다. 쭉 걷는 것이다.” 그는 탐험은 쉬지 않고, 한 걸음씩 걷는 데서 시작한다고 여긴다. 그는 평소에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집 근처에 있는 아차산을 찾는다. 훈련의 일환이기도 하다. 김영미 탐험가는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질 않길 바랐다. “산에 가면 계절이 바뀌는 것을 도심에서보다 훨씬 일찍, 다채롭게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 계절에 그런 변화들을 몸으로 느끼면서 시간을 보내봤으면 좋겠다.” 이정연 기자
탐험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곳에 가 살펴보고 조사하는 행위. 산악, 극지, 사막, 정글 등을 탐험하는 탐험가들은 스스로 ‘살아남은 사람’이라 일컫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지난 13일(현지시각) 김창호 대장을 비롯한 탐험대 5명이 히말라야 다울라기리산 구르자히말 원정 중 눈 폭풍에 목숨을 잃었다. 극한의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활동이지만, 최근에는 <정글의 법칙>, <거기가 어딘데?> 등의 예능을 통해 ‘탐험’과 일반인의 거리가 조금 가까워지고 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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