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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호흡에 숨어 있는 놀라운 건강 과학

코는 오염물질 차단, 체온·수분 조절

더운 지방 사는 사람이 콧구멍 더 넓어

면역작용·혈관확장 산화질소 퍼뜨리고

입 호흡보다 산소 흡입량 20% 더 많아


천천히 숨쉬면 혈관 넓어지고 심박수 줄고

허밍하면 산화질소량 최대 15배까지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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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코가 아닌 입으로 숨을 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픽사베이

숨을 쉬는 건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 활동이지만, 일상적으로 우리는 이를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우리 몸의 활동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호흡은 코를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종종 코가 아닌 입으로 호흡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어린이의 50%(브라질), 성인의 61%(미국)가 종종 입으로 숨을 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입으로 호흡하는 건 괜찮을까? 영국 대중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건강을 생각한다면 가능한 한 입이 아닌 코 호흡을 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코 호흡은 우선 외부의 공기가 코 안의 코털, 콧물 등을 거치도록 해 먼지를 비롯한 외부 오염 물질의 체내 유입을 막아준다. 코 안쪽의 비강에는 공기를 체온에 맞게 데우거나 식히고, 수분을 공급하거나 병원균을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 점막이 있다. 한 예로 열대지방 사람들은 콧구멍이 넓고 유럽인들은 콧구멍이 좁은 경향이 있다. 흡입된 공기는 더 안쪽의 구멍(부비강)을 지나면서 혈관 내벽에서 분비되는 산화질소를 만난다. 산화질소의 역할은 면역 작용과 혈관 확장이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죽이고, 호흡기의 혈관을 이완시켜 혈액에 더 많은 산소가 유입되게 해준다. 체내 산화질소를 발견한 과학자들은 그 공로로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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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호흡은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강화해 준다. 픽사베이

<뉴 사이언티스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코 호흡은 입 호흡보다 전체적으로 50% 더 많은 공기 저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는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강화해 준다. 폐의 공간을 넓혀주는 효과도 있다. 덕분에 코 호흡은 입 호흡보다 최대 20% 더 많은 산소를 흡입할 수 있다고 한다.


코 호흡은 뇌 기능도 향상시켜 준다. 예컨대 2019년 `구강과학저널'(Journal of Oral Science) 61호에 실린 한 연구에선, 어릴 때 입 호흡을 한 쥐는 코 호흡을 한 쥐보다 성인이 되었을 때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뇌의 해마에 뉴런 수가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8년 11월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엔 코 호흡을 할 때 기억력 테스트에서 더 좋은 점수가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메카니즘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비강은 감각 뉴런을 통해 뇌의 감정 및 기억 처리센터와 연결돼 있다. 이 뉴런은 후각 신호를 전달하는 것과 함께, 공기의 흐름을 감지해 뇌파를 이 리듬에 맞춰준다. 이렇게 동기화된 뇌파는 뇌의 후각 처리 영역을 넘어 기억, 감정 및 인식을 담당하는 영역에까지 뻗어나간다. <뉴 사이언티스트>는 그런데 많은 사람이 코 호흡의 이런 이점을 놓치고 입 호흡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입 호흡은 구취, 수면 부족, 학습 곤란, 충치 및 턱 기형의 위험을 높인다고 이 매체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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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호흡하면 혈관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픽사베이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입 호흡을 하는지 여부부터 확인해 봐야 한다. <뉴 사이언티스트>는 또 천천히 호흡하는 연습을 강조했다. 1분당 6번 정도로 천천히 호흡할 경우 혈관이 넓어지고 심박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천천히 길게 숨을 내쉬는 데 집중하면 휴식, 소화를 관장하는 미주신경도 자극된다. 1분에 세 번 정도로 호흡 속도를 더 늦추면 잠 잘 때처럼 세타 뇌파가 증가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허밍'(입을 다문 채 콧소리를 내는 것)의 효과도 소개했다. 작은 소리로 허밍을 하면 부비강에 공기 소용돌이가 형성돼 면역과 혈관확장 작용을 하는 산화질소량이 최대 15배 늘어난다는 것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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