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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동물은 누구?

초고위험군에 속한 18종 영장류 확인

인간 수용체 단백질 아미노산과 일치

바이러스 돌기단백질과 결합력 높아

한겨레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수용체 단백질 구조를 갖고 있는 서부로랜드고릴라. 캘리포니아대데이비스

많은 감염병들이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전염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인수공통 감염병 가운데 하나다. 현재까지 약 250종의 인수공통감염병이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이후 발생한 전염병의 65%가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올해 들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는 박쥐에서 유래해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옮겨온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오는 경로는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 ACE2(안지오텐신 전환 효소2)를 통해서다. 바이러스 외피에 솟아 있는 돌기 모양의 단백질이 이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ACE2는 혈압 조절에 관여하는 효소 단백질로 코와 입, 폐 등 호흡기관의 상피세포에 주로 분포돼 있다. 인간의 경우 이 수용체 단백질에 있는 25개 아미노산이 바이러스 결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수용체 단백질은 사람 세포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동물들의 수용체 단백질도 사람처럼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을까?


인간과 각 동물의 수용체 단백질 구조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알면 동물들의 코로나19 감염 위험 정도를 추정해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이 인간 세포 수용체와 포유류 252종을 포함한 새, 물고기, 양서류 등 410종의 척추동물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 구조를 비교 분석했다. 게놈 분석을 통한 단백질 구조 예측을 이용해 아미노산 중 몇개가 인간과 일치하는지를 파악했다. 연구진은 그런 다음 인간과 동물 수용체 단백질의 아미노산 일치 정도에 따라 각 동물의 코로나19 감염 위험 정도를 5가지 단계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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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보노보, 침팬지 등 영장류 동물 18종이 ACE2를 통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부로랜드고릴라, 수마트라오랑우탄, 북부흰뺨긴팔원숭이 등 `멸종 위급'(critically endangered)종으로 분류된 동물도 이 초고위험군에 속했다. 이들 동물의 ACE2 수용체에 있는 25개 아미노산은 모두 인간과 일치했다. 이는 이 부류의 동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사람 전염의 중간숙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뜻한다. 물론 역으로 이들 동물이 사람으로부터 전염될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18종의 동물은 모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코가 길고 콧구멍이 아래쪽으로 난 협비류 영장동물에 속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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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발족제비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초저위험군에 속한다.

쇠고래, 큰돌고래를 포함한 고래 12종과 중국 햄스터 등 28종의 동물도 고위험군에 속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에 취약한 동물 종의 40%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협그룹에 해당했다고 밝혔다.


고양이와 소, 양을 비롯한 57종은 감염 위험도가 중간 정도로 나타났다. 개와 말, 돼지는 ACE2 결합 위험이 가장 낮은 그룹에 속했다. 한때 중간 숙주로 주목받았던 천산갑도 이 그룹의 일원이다.


눈길을 끄는 건 코로나19의 숙주로 추정되는 박쥐의 분석 결과다. 박쥐 역시 ACE2 수용체를 통한 감염 위험이 매우 낮은 그룹으로 분류됐다. 이는 박쥐에 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직접 인간에게 전파된 것이 아니라,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중간숙주를 거쳐 전파됐을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중간 숙주 종 식별과 동물 실험 모델 선택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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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용체 단백질 `ACE2'의 구조. 위키미디어코먼스

물론 ACE2의 아미노산 서열이 일치한다고 해서 실제 감염 위험이 높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에 따르면 밍크, 고양이, 개, 햄스터, 사자, 호랑이의 사례를 보면 이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침투에 ACE2 수용체를 사용할 수도, 다른 수용체를 사용할 수도 있다. 아미노산 구조의 일치 정도가 실제 감염 위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는 향후 연구 과제다. 다만 연구진은 기존 감염 데이터가 있는 동물들의 경우,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예측된 동물들의 감염 위험 정도를 과대 해석해선 안되며 실제 위험은 추가 실험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해리스 르윈 교수(진화생태학)는 "이번에 확인한 데이터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동물군을 가려내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데 의미를 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잠재적인 중간 숙주 종을 식별해 미래의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계획을 세우고,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실험을 위한 동물 모델 선택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8월21일치에 실렸다.

인간 세포 수용체 단백질 ACE2와 아미노산이 모두 일치하는 동물


두크마른원숭이, 코주부원숭이, 파타스원숭이(붉은상모원숭이), 수마트라오랑우탄, 붉은털원숭이(히말라야원숭이), 북부흰뺨긴팔원숭이, 필리핀원숭이,녹색원숭이, 보노보, 금빛원숭이, 남부돼지꼬리원숭이, 드릴개코원숭이, 검댕맹거베이원숭이, 침팬지, 서부로랜드고릴라, 올리브개코원숭이, 우간다붉은콜로부스원숭이, 겔라다개코원숭이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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