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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속 설탕 한 스푼 판별하는 개, 바이러스도 잡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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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영국 정부, 코로나19 탐지견 연구 지원


냄새로 바이러스 찾는 의료탐지견…“6~8주 안에 결과 나오길 기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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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 설탕 한 스푼을 넣는다. 개는 설탕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개가 후각으로 탐지하도록 하는 시범 연구 사업에 영국 정부가 50만파운드(약 7억5천만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7일 보도했다. 수영장에 떨어뜨린 설탕 한 숟갈을 구분할 정도로 개의 뛰어난 후각 능력을 코로나19 방역에 적용하려는 시도다.


개의 후각 능력을 이용해 질환을 밝혀내는 개를 ‘의료탐지견'이라고 부른다. 이미 당뇨병과 일부 암 질환, 말라리아, 파킨슨병에서 실용화 가능성이 연구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래브라도와 코커스패니얼 종 등 여섯 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찾아내는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런던보건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과 더램대 연구진, 비영리단체 ‘의료탐지견’(MDD)과 함께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런던 거주 환자들에서 샘플을 채취해 개한테 노출한다. ‘슈퍼 식스’라고 불리는 여섯 마리의 의료탐지견이 이 샘플에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탐지하는 훈련을 받을 예정이다.


이번 연구를 이끄는 제임스 로건 런던보건대학원 교수는 “선행 연구를 통해 말라리아가 특정 냄새를 갖고 있고, 훈련된 의료탐지견이 이를 가려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호흡기질환 또한 우리 몸의 냄새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의료탐지견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탐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의료탐지견을 이용한 방법이 성공하면, 훨씬 많은 수의 환자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가 의료탐지견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으로선 상상할 수 없이 월등한 후각 능력 때문이다. 비영리단체 의료탐지견에 따르면,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두 곳에 채워진 물에 설탕 한 스푼을 넣었을 때, 훈련받은 개는 설탕 냄새를 탐지할 수 있다. 시간당 250명의 환자를 구별할 수 있는 빠른 속도도 의료탐지견의 장점이다.


의료탐지견은 단체 홈페이지에 “정부 지원을 받았다는 것은 이제 바이러스 샘플을 수집해 개에게 훈련시킬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미 여러 마리의 훈련된 개가 있다. 샘플이 도착한 후, 빠르면 6~8주 안에 결과를 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008년 설립된 이 단체는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의료탐지견을 양성, 보호하며 관련 연구를 지원한다.


의료탐지견은 질환을 추정하는 감시견과 환자와 함께하며 문제를 경고하는 경고견으로 나뉜다. 이를테면, 당뇨병 환자는 개와 함께 살며 혈당치를 거칠게나마 판별할 수 있다. 당뇨 질환자의 땀이나 호흡을 통해 개는 ‘당 냄새'를 판별하며, 혈당치가 지나치게 높으면 환자에게 ‘경고’할 수 있다. 2015년 이탈리아 연구진은 독일셰퍼드를 이용해 전립선암을 판별했고, 90%의 성공률을 보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2018년에는 환자의 양말 냄새를 통해 말라리아 여부를 가려내는 실험이 성공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세계 여러 나라의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의료탐지견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프랑스 코르테대 그리고 이란에서는 군이 나서고 있다. 소변이나 타액 혹은 관련 물질이 묻은 물체를 개에게 노출해 이를 식별하게 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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