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젓가락 쏙쏙 꽂으니 그릇이 차곡차곡
스타 정리 도사가 된 조윤경
베스트셀러만 2권, 교과서에 실리기도
그가 알려주는 진짜 부엌 수납 기술
그릇과 접시들은 종류별로, 크기별로 분류해 수납하는 게 기본이다. 사진 조윤경 제공 |
저자 조윤경씨. |
전업주부 조윤경(43)씨는 원래 정리나 살림에 영 소질이 없었다. 각종 조리도구와 식기, 식재료가 뒤섞여 난장판이 되어버리기 일쑤인 주방은 특히 구제불능에 가까웠다. 신혼 초, 양가의 어머님들은 그런 조씨에게 ‘털팽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털팽이는 “성질이 침착하지 못하고 덤벙거리는 사람”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다른 말로는 덜렁이라고도 한다. 조씨는 오기가 생겼다. ‘정리와 수납’에 대한 특별한 참고자료도 별로 없던 때였다. 그는 가재도구를 꺼냈다가 다시 정리하는 일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들을 쌓아 올리며 나름대로 규칙과 단계도 만들어 봤다. 그렇게 스스로 깨우친 정리법을 하나둘씩 모아 2008년부터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구독자 5만명에 이르는 네이버 블로그 ‘털팽이의 정리법’(blog.naver.com/white7722)은 그렇게 시작됐다. “주위에서 하도 정리를 못 한다고 하니까 잘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던 걸까요? 하하하!” 조씨는 15일 ESC와의 통화에서 “정리라는 게 하나의 기술이어서, 그 방법만 알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며 말했다. 블로그에 올린 ‘꿀팁’들이 입소문이 나면서, 그는 정리정돈과 수납, 각종 살림법 등을 담은 실용서 <똑똑한 수납>(2011)과 <3배속 살림법>(2013) 등의 베스트셀러를 포함해 책을 6권이나 출간했다. 그야말로 수납의 달인으로 등극한 것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털팽이TV)도 개설했다. 조씨의 책과 정리법은 현재 초등학교 5학년 실과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명성을 얻고 있다. 조씨가 제안하는 6가지 주방 수납 비법은 다음과 같다.
무작정 넣지 마세요…한눈에 보이는 그릇 정리 노하우
접시꽂이나 수납장 내부에 넣어 칸을 구성할 수 있는 선반, 바구니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큰 접시는 수납장 뒤쪽으로, 작은 접시는 앞쪽으로 보내는 등 크기 별로 배치해야 한눈에 보여 찾기 쉽다. 그릇류도 마찬가지. 큰 그릇은 안쪽에 쌓아두고, 밥공기나 소스 그릇처럼 작은 용기는 앞쪽에 배열한다. 국그릇이나 밥그릇은 바구니를 안에 넣어 수납하면 효과적이나. 바구니 크기가 맞지 않는다면 잘라서 조정하면 된다. 플라스틱 바구니는 쉽게 구할 수 있는 화훼 가위로 잘 잘린다.
개수대 하부장을 공간 구분하면 많은 살림살이를 수납할 수 있다. 사진 조윤경 제공 |
개수대 하단을 활용하자
배선이나 하수구 등이 얽혀있는 개수대 하단 공간은 잘만 구성하면 많은 물건을 효과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수납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보통 위·아래 공간이 불필요하게 높으므로 다이소 등에서 파는 다목적 선반이나 파일박스 등을 활용해 공간을 구분해 주면 수납에 용이하다. 파일박스는 케이블 타이를 이용해 여러 개 연결해 사용해도 좋다. 프라이팬 보관에도 파일박스를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바구니 구멍에 젓가락을 꽂아 쓰면 수납이 쉬워진다. 사진 조윤경 제공 |
바구니 구멍에 젓가락을 꽂으면 기적이 벌어진다.
구멍이 뚫려있는 바구니 내부에 나무젓가락을 꽂아 간격을 만들고 작은 접시를 수납한다. 접시 스탠드가 없어도 많은 접시를 넘어지지 않게 수납할 수 있다. 바구니 밖으로 튀어나온 젓가락 부분을 고무줄로 고정하면 움직이지 않아 편리하다. 특히 통조림 등의 물건을 넣은 채로 바구니 위쪽 구멍에 젓가락을 꽂으면 바구니를 겹쳐 쌓을 수도 있다.
네트망과 수건걸이를 활용하면 도마와 조리 도구를 함께 걸어둘 수 있어 편리하다. 사진 조윤경 제공 |
수건걸이와 네트망을 이용한 똑똑한 벽면 활용
네트망을 활용한 벽면 수납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여기에 수건걸이를 응용하면 활용도가 더 높아진다. 압축식, 혹은 접착식 수건걸이 두개 사이를 금속제 네트망으로 연결한다. 케이블 타이를 사용하면 된다. 이를 세로 방향으로 벽에 부착하면 네트망은 기존의 네트처럼 소품을 걸어두는 게 쓸 수 있고, 네트와 벽 사이의 공간에는 도마 등을 넣어둘 수 있다. 통기성이 좋아 습기에 노출되는 일이 많은 도마를 위생적으로 말릴 수 있다. 수건걸이 두개를 세로로 수납장 안쪽에 부착하고 행주를 돌돌 말아 차곡차곡 보관할 수도 있다.
바구니와 옷걸이로 만드는 냄비 뚜껑 정리대. 사진 웅진리빙하우스 제공 |
바구니와 옷걸이로 만드는 냄비 뚜껑 정리대
집에 넘쳐나는 금속제 옷걸이와 바구니만 있으면 좁은 공간에 여러 개의 냄비 뚜껑을 한꺼번에 보관할 수 있는 정리대를 만들 수 있다. 구멍이 뚫려있는 메시 바구니와 옷걸이를 준비하고, 펜치 등 간단한 도구만 있으면 된다. 옷걸이를 구부려 냄비 뚜껑에 맞춰 둥글게 모양을 잡고, 양쪽 끝을 메시 바구니의 바깥쪽에 끼워 고정하면 끝이다. 뚜껑 손잡이 부분이 고정돼 흔들리지도 않고, 습기나 수분은 아래로 빠지는 형태의 냄비뚜껑 정리대는 언제나 효과 만점이다. 뚜껑을 한군데 모아 보관하게 되므로, 남은 냄비들을 겹쳐놓으면 공간이 확 넓어진다.
잡곡 등 곡물류는 페트병에 정리하면 좋다. 사진 조윤경 제공 |
쌀은 이불 압축팩에 보관하자
잡곡은 사각형 페트병에 넣은 후 접이식 선반에 차곡차곡 수납하면 좋다. 쌀은 이불용 지퍼백을 이용하면 대량으로 깨끗하게 보관할 수 있다. 공기를 빼고 진공 보관할 수 있어 이미 생긴 쌀벌레도 죽는다.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