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열차’ 하이퍼루프는 언제 탈 수 있을까
시속 1000km 진공튜브형 열차 ‘하이퍼루프’
“기술보다 경제성 문제…20년 더 기다려야”
버진하이퍼루프원이 개발중인 하이퍼루프 상상도. 버진하이퍼루프원 제공 |
미래 교통수단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진공튜브형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 `하이퍼루프'를 실제로 탈 수 있으려면 2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이퍼루프는 2013년 전기차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진공 상태에 가까운 터널 안에 자기부상형 객차를 투입해 운영하는 교통 시스템을 말한다.
자동차보다 안전하고, 기차보다 빠르고, 비행기보다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라는 점을 내세워 버진하이퍼루프원 등 몇몇 업체들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터널 안의 공기를 빼내 고도 60km의 성층권 대기의 공기밀도 수준으로 만든 뒤 전기 모터를 이용해 공기 저항을 거의 받지 않고 달리는 방식이다. 애초 제안서상의 목표 속도는 시속 750마일(약 1200km). 이 부문의 선두 개발업체 가운데 하나인 버진하이퍼루프원은 202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현재 시험트랙에서 시속 387km까지 달성했다. 이 업체의 목표 속도는 시속 670마일(1080km)이다.
버진하이퍼루프원의 테스트트랙. |
신기술 분석업체인 럭스리서치(Lux Research)는 그러나 최근 발표한 `하이퍼루프 실현을 위한 기술장벽 분석'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나온 특허 자료 등을 토대로 각 부문의 핵심 혁신 요소들을 확인한 결과, 하이퍼루프 상용화의 최대 장벽은 기술이 아니라 경제성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 업체의 수석애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로빈슨은 "탄소 배출이 없는 장거리 운송수단이라는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하이퍼루프 콘셉트는 충분히 입증된 상태는 아니다"라며 "(기술보다는) 경제성이 큰 의문부호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퍼루프의 기술 장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공기 누출 차단 기술이다. 진공 튜브 설계의 관건은 공기가 새지 않도록 외부와 내부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초고속을 실현할 저기압 환경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비용 절감 기술이다. 우선은 지하보다 땅 위에 건설하는 것이 좀 더 저렴하다. 문제는 육상에 설치할 경우 튜브형 터널을 떧받쳐줄 지지대를 얼마나 저렴하게 구축할 수 있느냐는 것. 물론 진공에 가까운 환경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운영상의 비용 절감 기술도 필요하다.
하이퍼루프의 진공튜브형 터널 상상도. |
보고서는 "하이퍼루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기초 기술이 아닌 공학 및 설계상의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아직 어떤 개발업체도 시속 750마일 이상을 구현할 수 있을 만큼 큰 테스트 트랙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여기에 드는 고비용 문제야 말로 하이퍼루프의 실패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정확한 비용을 추산할 수 없지만, 갈수록 거리당 평균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걸 보면 초기에 지나치게 낮게 비용을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지금의 고속철도보다는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분석을 종합해 볼 때 2040년 이전에 하이퍼루프를 이용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이퍼루프 실현을 위해선 상당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하이퍼루프의 진척 상황을 판단하려면 두 가지를 보라고 권했다. 하나는 대형 테스트 트랙이다.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충분한 크기의 시험 객차를 투입해 목표 속도까지 달려볼 수 있는 테스트 트랙을 구축했는지가 성패를 가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이는 재정 지원뿐 아니라 관련 규정의 개정도 포함한다. 보고서는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업의 탄소배출과 관련한 비용을 늘릴수록 하이퍼루프 개발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