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도 찾았던 해미읍성…순교자들에 묵념
프란치스코 교황이 찾았던 순교 성지 해미읍성과 간월암, 수덕사, 예당호 출렁다리까지… 충남 서산·예산 당일치기 여행지 추천.
충남 서산·예산 여행
천주교 신자 1천명 순교한 곳
150년 전 피바람 냄새 나는 듯
이응노 작품 전시된 불교미술관
국내 최장급 예당호 출렁다리도
![]() 서산 해미읍성 동헌 출입문. 세월의 흔적이 아름답게 새겨진 문이 여행객을 맞는다. 충남문화관광재단 제공 |
지난달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방문했던 한국 순교 성지 중 하나가 충남 서산 해미읍성이다. 조선 말기 충청 지역 천주교 신자 1천여명이 이곳에서 순교했다. 모진 고문에 이용됐던 회화나무가 지금도 그날의 참혹한 현장을 증언하고 있다. 충남 예산에도 곱씹을 역사 여행지가 많다. 지난달 17일 서산과 예산 여행에 나섰다. 당일치기 여행에 맞춤한 곳이다.
![]() 해미읍성 성벽은 현대 건축가들도 감탄할 구조다. 박미향 기자 |
![]() 충남 서산·예산 여행 지도. 성기령 기자 |
서산 해미읍성 안 ‘호야나무’
햇살 가득한 해미읍성에 도착하자 잘 다듬어진 돌로 쌓은 성벽이 반겼다. 현대 건축가들도 감탄할 만한 구조다. 태종 17년 축성을 시작해 성종 22년 완공한 해미읍성. 읍성은 관과 민가가 있는 읍을 둘러쌓는 성을 말한다.
고려 말까지 주로 흙을 이용해 쌓았지만, 조선시대부터 석축을 애용했다. 고을마다 있던 읍성은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철거됐다. 현재 남은 대표적인 읍성으로 해미읍성, 낙안읍성, 고창읍성 등이 있다.
230여년간 충청도 일대 국방을 책임졌던 요새 해미읍성. 성곽 둘레 1800m, 높이 5m, 면적 19만6381㎡ 규모다. 바람에 펄럭이는 병영 깃발이 과거의 위용을 자랑했다.
진남문을 지나자 잔디가 깔린 너른 마당이 나타났다. 다양한 나무들이 영주인 양 한자리 차지하고 쭉쭉 뻗어 있었다. 봄 전령사 벚꽃이 마지막 숨을 내뱉는 이곳에선 잠시 조선시대 아낙이 돼버린다.
![]() 150여년 전 천주교 신자들이 당한 박해 흔적이 남아 있는 회화나무. 박미향 기자 |
![]() 해미읍성 회화나무 앞에 세워진 천주교 신자 박해 역사를 알리는 비석. 박미향 기자 |
마당 한쪽에 자리한 회화나무. 수령 300년 넘은 이 고목을 충청도 사람들은 ‘호야나무’라 불렀다. 처연해 보였다. 여행객들도 잠시 수다를 멈췄다. 150여년 전 호야나무에서 분 피바람 냄새가 나는 듯해서였다.
당시 박해받은 천주교 신자들은 이 나뭇가지에 걸린 철삿줄에 매달려 고문당했다. 신념을 버리라고 강요당했다. ‘생각’이 없어지면 ‘사람’일 수 없다. 죽음 앞에서 ‘사람’의 길을 지켜낸 이들의 목소리가 나무에 새겨졌다. 세찬 바람이 불 때면 삐꺽삐꺽 나무는 운다. 해미읍성 인근 해미순교성지는 무명 순교자들이 묻힌 곳이다.
조성된 실내외 성당과 박물관 등은 신자가 아니더라도 둘러볼 만큼 근사하다. 교황청은 2020년 국제성지로 지정했다.
해미읍성에는 복원된 조선시대 옥사, 서리와 상인 가옥과 동헌(관리들의 집무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 ‘내아’(관리와 가족들 거주 건물), 투석기 등 각종 무기들을 둘러볼 수 있다. 마당에 잘 차려진 나무와 옛 건물에만 빠졌다간 자칫 놓치기 일쑤인 데가 있다. 회화나무 뒤쪽에 있는 계단이다. 108개다. 숨이 차더라도 오르면 ‘청화정’을 만난다. 조선시대 관리 조숙기(1434~1509)가 ‘맑고 빈 마음으로 다스리라’는 뜻을 담아 세운 정자다. 아담한 청화정에 앉아 숨을 고르면 어디선가 사각사각 소리가 들린다. 대나무숲이다. 대나무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은 걷기 맞춤한 산책로다. 195m 거리다.
![]() 해미읍성에는 복원된 옛 가옥 모습을 볼 수 있다. 재현한 화장실. 박미향 기자 |
![]() 해미읍성 청화정 오르는 길. 충남문화관광재단 제공 |
![]() 청화정 인근에 있는 대나무숲 산책로. 박미향 기자 |
해미읍성을 빠져나오면 ‘레트로 감성’ 여행지가 기다린다. 방송을 타 유명해진 ‘해미호떡’, ‘해미우시장’, ‘얄개분식’ 등과 ‘읍성분식’을 포함한 소담한 밥집들도 옛 감성 폭발하는 가게들이지만, 2023년 8월10일 문 연 카페 ‘카페바뇨’엔 대적하기 어렵다.
‘사회를 위한 디자인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이 카페는 20여년간 방치됐던 동네 목욕탕을 개조해 만들었다. ‘바뇨’는 스페인어로 ‘목욕탕’이란 뜻이다. ‘여탕’ ‘남탕’ 문짝을 비롯해 탕 시설 대부분을 살린 이 카페에선 시간을 잊는다.
2030세대에겐 그저 신기한 촬영 장소다. 벽에 걸린 옛 풍경 흔적에 실소가 난다. ‘반신욕의 방법과 효능’이 적힌 안내판이나 요금표 등은 근대 유산이다.
![]() 목욕탕 개조한 ‘카페바뇨’ 실내. 박미향 기자 |
![]() 목욕탕을 개조한 ‘카페바뇨’ 실내. 박미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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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엔 신비한 암자도 있다. 서산 부석면 간월도리에 있는 간월암은 만조 때면 섬이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연화대라고도 불리는데, 만조 때 모습이 물에 핀 꽃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여행사진가들은 주로 낙조 때 이곳을 찾는다. 사라져가는 해의 붉은 여운과 물에 뜬 암자의 풍경은 화려한 미사여구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장관이다.
![]() 만조 때 섬이 되는 간월암. 충남문화관광재단 제공 |
![]() 물이 빠진 뒤 간월암 풍경. 충남문화관광재단 제공 |
예산 수덕사 안 ‘선미술관’
한국에서 무수한 ‘최초’를 이름 앞에 단 여성 나혜석(1896~1948)이 말년에 5년간 머문 수덕사가 예산에 있다. 해발 495m 높이 덕숭산 자락에 있는 수덕사는 백제 위덕왕(554~597) 때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기록은 없다. 천년고찰은 그 자체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지만 2010년 개관한 ‘선미술관’이 명성을 보탠다. 현대미술 거장 고암 이응노(1904~1989)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국내 최초 불교 전문 미술관이기도 하다.
건립엔 사연이 있다. 이응노는 1944년 수덕사 옆에 있는 수덕여관을 사들여 작품 활동에 몰두했다. 이후 수덕여관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그의 습작품이 발견됐고, 마침 불교 전문 미술관 건립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종단은 이 화백의 미술세계를 접목한 미술관을 열기로 한 것이다.
![]() 예산 수덕사 풍경. 충남문화관광재단 제공 |
지난달 17일 오후 찾은 수덕사는 ‘부처님 오신 날’ 준비로 온통 울긋불긋했다. 알록달록한 연등이 하늘을 가렸다. 형형색색 그림자가 땅바닥에 드리워졌다. 선미술관 앞에 있는 불상과 사찰 곳곳에 세워진 특이한 조형물들, 시냇물 양옆에 핀 개나리 등이 환영 인사를 했다.
옛 그림자 가득한 절 탱화를 한참 보다 이 화백의 현대풍 붓질을 관람하는 맛은 참으로 색다르다. 여기에 수덕여관을 보태면 수덕사 예술 여행이 완성된다. 나혜석도 머문 수덕여관이다. 당대 관습과 편견, 타인에 대한 폭력적인 관심을 이겨내지 못했던 나혜석의 삶이 살에 까칠하게 닿는 듯했다. 사회가 정한 궤도를 이탈한 여성에겐 가혹했던 시절이었다.
예산 명물로 ‘예당호 출렁다리’가 있다. 2019년 4월6일 개통한 이 다리는 둘레 40㎞, 너비 2㎞인 예당호를 관통하는 국내 최장급 출렁다리다. 성인 3천명이 동시에 걸어도 문제없을 정도로 내진 설계가 잘된 다리라고 한다. 출렁다리 가운데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광이 근사하다.
예당호 출렁다리, 조각공원 등을 도는 ‘예당호 모노레일’도 인기다. 승차 정원은 24명. 예당호 주변 1320m 거리를 약 22분간 운행하는 관광열차인 셈이다.
![]() 국내 최장급 출렁다리인 예산의 명물 ‘예당호 출렁다리’. 다리 가운데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 박미향 기자 |
![]() ‘예당호 출렁다리’ 풍경. 충남문화관광재단 제공 |
![]() ‘예당호 출렁다리’ 풍경. 충남문화관광재단 제공 |
![]() ‘예당호 출렁다리’ 풍경. 충남문화관광재단 제공 |
![]() 충남 일대 당일치기 여행 상품인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를 이용하면 다채로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충남문화관광재단 제공 |
충남 일대를 열차로 당일치기 여행하는 방법이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코레일, 아산·예산·홍성·보령·서천·서산·태안 등 충남 7개 시군이 공동으로 여행 상품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를 출시했다. 장항선을 타고 충남 일대를 여행하는 상품이다. 열차를 이용하면 통기타와 아코디언 공연, 흑백 교복 사진 찍기, 딱지치기 등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오는 17일과 30일, 6월14일 운행한다. 참가 신청은 코레일관광개발 누리집 등에서 하면 된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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