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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만개 성곽길, 취향저격 행리단길, 여기가 청춘낙원

꽃이 피는 곳엔 연인이 있다. 여긴 거기에 ‘힙한 감성’까지 더해졌다. 수원 화성과 행리단길, 봄날 청춘이 머무는 이유.

수원 행궁동·매향동 ‘가성비’ 여행 


힙한 여행지로 뜬 수원 화성 

방화수류정 개나리 앞에서 찰칵 

용연 호숫가에 돗자리 깔고 소풍


2030 ‘최애 놀이터’ 행리단길 

미니어처·이색소품 가게부터 

젊고 재밌는 맛집까지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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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의 일부인 방화수류정과 화홍문의 밖 풍경. 만개한 개나리가 봄 여행 온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박미향 기자

꽃이 피는 곳엔 연인이 있다. 적어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과 매향동 일대에선 딱 맞아떨어지는 명제다. 수원시 중앙에 자리한 행궁동과 매향동에는 ‘수원 화성행궁’과 ‘수원 화성’ 등 문화유적지가 있다. 


전자는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가 잠든 현륭원을 참배할 때마다 묵은 임시 거처다. 국내 행궁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후자는 돌을 쌓아 만든, 5.52㎞ 길이의 성곽이다. 걷기 길이 조성돼 있다. 장안문, 팔달문, 화서문, 화홍문, 남수문 등으로 이어진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역사 흔적이 가득해 그저 고리타분한 여행지인가 싶은 이곳이 요즘 전국에서 가장 ‘힙한’ 여행지로 등극했다. 이유는 거리가 2030세대로 가득 메워지기 때문. 화서문에서 화홍문까지 이어지는 612m 거리인 ‘행리단길’(서울 경리단길에 빗대어 붙인 이름)은 주말이면 2030세대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연인들로 거리는 활기가 넘친다. 이들은 방화수류정 주변에 핀 화려한 개나리 앞에서, 성곽길을 오르는 능선에 핀 벚꽃 옆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봄을 만끽한다. 그야말로 청춘들의 ‘최애’ 놀이터다. 지난 4일 이곳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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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아래 연인들의 천국

“성곽이 웅장하고 아름다워요.”(이준희·25) “꽃도 아름답게 펴서 계속 사진 찍게 해요.”(이진하·26) 지난 4일 방화수류정 앞 작은 호수 용연에서 만난 이 커플은 여행 마니아다. 거주지는 대구. 그동안 경주, 포항, 부산 등지를 여행했다. “경주와는 또 다른 매력이 넘치는데다가 아기자기하고, 도심과 잘 어우러지면서 걸어 다니기 좋아서 마음에 듭니다.” 이곳 칭찬이 이어졌다.


화홍문(북수문) 동쪽 언덕에 있는 방화수류정은 ‘수원 화성’의 동북각루다. 각루는 성벽 위 모서리에 지은 누각을 말한다. 화홍문, 용연, 방화수류정은 한집처럼 붙어 있다. 이 일대는 네 구간으로 나눠 축조한 ‘수원 화성’ 중에 평지에 세운 성곽이다. 


침입을 방어해야 하는 성곽 특성상 다른 데보다 높게 지었다. 조선시대 정취와 화려한 꽃, 설레게 하는 봄바람 등이 오롯이 이곳을 찾는 이들 마음에 새겨진다. 한번에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가성비 여행지’를 찾아내는 데 2030세대만큼 탁월한 실력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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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홍문 누각에 들어서자 신발 벗고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커플이 많았다. 문을 지나 바로 앞에 있는 용연으로 가자, 색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용연 주변에 돗자리를 깔고 소풍 나온 젊은이들이 가득했다. 용연은 용의 머리를 닮은 용두바위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방화수류정이 있는 데가 용두 바위다. 방화수류정의 다른 이름이 ‘용두각’인 이유다.


‘화성성역의궤’(‘수원 화성’ 축조 과정을 상세히 적은 책. 순조 때 발간)엔 용연이 반달처럼 생겼다고 기록돼 있다. 날 좋은 밤엔 반달 모양 호수에 반달이 뜬다. ‘사조영웅전’ ‘의천도룡기’ 등 숱한 무협소설로 명성을 얻은 홍콩 문학가 김용(1924~2018)이 이곳을 알았다면 근사한 애정 신 하나쯤은 탄생하고 남았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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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호수인 용연과 잔디, 그 뒤에 펼쳐지는 ‘수원 행궁’ 모습. 과거와 현재가 한데 어우러져 미래를 꿈꾸게 하는 풍경이다. 박미향 기자

성곽을 배경으로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는 최은교(28)씨를 만났다. “옛 벽, 자연 등이 함께 있어 (촬영하면) 색감이 좋아요.” 그와 조정민(25)씨와 손석대(30)씨는 엠비시(MBC)아카데미컴퓨터학원 수원점에서 영상 제작을 공부하는 청년들이다. 과제 때문에 이곳을 찾았다. 


난데없이 큰 소리가 들렸다. 명징하고 상쾌하고 유쾌한 웃음소리도 뒤따랐다. 돗자리를 깔고 게임을 하는 소풍 나온 이들이었다. “피크닉 하기에 여기만큼 좋은 데가 없어요.” 23살 이아무개씨와 친구들이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애정을 과시하는 커플도 만났다. 지난날 ‘좋았던 한때’가 불현듯 떠오른다. 그야말로 ‘싱그러운 천국’이다. 이곳 변화의 출발점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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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홍문을 지나 용연으로 향하면 싱그러운 봄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젊은이가 많다. 이날 영상 제작에 나선 최은교씨와 친구.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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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에 문 연 ‘케이(K)3마트 김씨3대’의 주인 김경남(65)씨가 생생한 증언을 했다. 마트를 연 이는 작고한 그의 부친 김진원씨. 1990년부터 경남씨가 운영한다. 그의 아들도 이을 예정이다. “여긴 한국전쟁 때 내려온 피난민이 살았지. 부모님 고향도 이북이야. 미군부대에서 구한 판자로 (피난민들이) 하꼬방(판잣집) 짓고 다닥다닥 붙어 살았어. 70년대 하꼬방은 없어졌지. 성곽 보존 얘기가 나오면서 시가 정비 공사를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어.”


한여름에도 더위를 잊게 할 정도로 수양버들 등 나무가 울창했던 곳이었다. 차단재 역할을 했던 나무들이었다. “도로가 없었고, 나무에 가려 이런 데가 있는지 수원 사람들도 몰랐지. 외진 곳이었어.” 수원시는 2006년부터 5년간 ‘수원 화성 용연 주변 정비 공사’를 했다. 나무는 공사로 뽑히고, 폭설과 장마에 유실됐다. 조명 등이 설치되면서 다른 얼굴로 변해갔다. “밤에 근사해졌지. 오사카성 같다고 하는 이도 있었어.”


찾는 이가 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인기가 생긴 데는 에스엔에스 역할이 컸다. 에스엔에스에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때는 코로나가 터진 2020년부터다. 야외라서 “놀기” 좋았던 이곳에서 젊은층은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고 맘껏 대화하며 즐겼다. 청춘을 만끽했다. 차비, 간단한 식사 비용만 드는 가성비 좋은 여행지가 된 것이다. 


5년 전 문 연 ‘안녕, 피크닉 숲’도 2030세대에 요긴한 가게가 됐다. 식탁, 스피커, 형광 장식물 등 다채로운 소풍용품을 빌려준다. 소풍 세트 가격은 1만~2만5천원. 예약만 하면 밤 10시 이후 무제한 대여가 가능하다. 이후 주변에 카페 등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춘 ‘타츠미 스시’도 생겼다. 김경남씨는 “4월부터 6월, 가을철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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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피크닉 숲’에서 대여한 소풍 세트를 용연 앞 잔디에 펼쳐 놓고 망중한을 즐기는 젊은이들. 박미향 기자

화홍문에서 팔달문 방향 성곽을 오르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 군락지를 만난다. 꽃나무 아래 연인들은 포옹하며 서로를 아껴준다. 벚꽃은 그저 이들 사랑을 키워주는 감초다. 성곽길 따라 한바퀴 걷는 2시간도 근사하다. 색다른 풍경을 벗 삼아 여행하기 좋은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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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홍문에서 창룡문 방향 성곽에 오르면 활짝 핀 꽃을 만난다. 사진 찍는 커플들 모습에서 싱그러운 봄을 확인한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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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홍문에서 창룡문 방향 성곽에 오르면 활짝 핀 벚꽃을 만난다. 사진 찍는 커플들 모습에서 싱그러운 봄을 확인한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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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홍문에서 창룡문 방향 성곽에 오르면 활짝 핀 꽃을 만난다. 사진 찍는 커플들 모습에서 싱그러운 봄을 확인한다. 박미향 기자

구석구석 재미난 가게들의 천국

“냉장고에 붙일 자석을 고르기 위해 왔어요.” 행리단길 뒷골목에 있는 가게 ‘미니로’에서 만난 조아무개(25)씨는 손톱만한 크기의 동물 모양 인형 4개를 장상원 ‘미니로’ 이사에게 내밀었다. 장 이사가 그 인형에 자석을 붙여 조씨에게 건넸다. 조씨는 “내 취향대로 조합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는 이곳을 여자친구와 한달에 최소 두세차례 찾는다고도 했다. 


이곳은 수원에 본사를 둔 ‘미니로’ 직영 매장이다. 업력이 25년 된 미니어처 전문 판매업체다. 취미용 미니어처도 팔지만 주력 용품은 추모공원 안 유골 안치 공간에 넣는 밥상 모양 등의 추모용품이다. 장 이사는 “추모용 미니어처는 10년 전 저희가 처음 개발했는데, 본사로 구입 문의가 하도 많이 와 지난해 매장을 열었다”고 했다. 


이곳에서 파는 미니어처는 5만원대 고가도 있지만 대부분 1천~3천원대다. 2030세대가 행리단길에서도 이 집을 빼놓지 않고 찾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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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걷기 코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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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걷기 코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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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걷기 코스. 박미향 기자

행리단길에는 ‘미니로’ 같은 데뿐만 아니라 젊은층의 기호를 저격하는 가게가 많다. 한옥 레스토랑을 비롯해 특이한 식당들, 별난 인형뽑기 가게들, 사진관 등이 뒷길까지 즐비하다. 모자나 양말 가게부터 키링과 이색 소품을 파는 숍까지 포진해 있다. 요즘 2030세대에 인기인 캐리커처 그려주는 집도 두곳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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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 전문 판매 업체 ‘미니로’의 행리단길 직영 매장에서 파는 미니어처 추모용품.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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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 전문 판매 업체 ‘미니로’의 행리단길 직영 매장에서 파는 미니어처 추모용품.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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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 전문 판매 업체 ‘미니로’의 행리단길 직영 매장에서 파는 미니어처 추모용품.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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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30세대에 인기인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집은 늦은 밤까지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박미향 기자

2013년 행궁동 일대에서 진행된 ‘생태교통수원 2013’이 지금 행리단길 형성의 출발점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자동차 없이 한달간 주민들이 무동력 교통수단으로만 생활하는 프로젝트였다. 옛길이 정비되고 간판이 달라졌다. 흉물스러운 전선도 땅속에 묻혔다. 


이 기간에 각종 축제가 연이었다. 점집만 난립하며 낙후됐던 행궁동 일대가 새 얼굴을 하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여기에 ‘그해 우리는’(SBS, 2021~2022), ‘선재 업고 튀어’(tvN, 2024) 등 젊은층에 회자된 드라마가 행궁동 일대에서 촬영됐다. 최근 규제 구간이 완화됐지만 문화재 보존 지역이라 높은 건물을 마구잡이로 지을 수 없다. 


이곳 매력 중 하나인 옛 정취가 살아남은 이유다. 장상원 이사는 “볼거리, 먹을거리가 넘치는데다가 무엇보다 가게 주인 대부분이 젊다”는 점을 인기 이유로 꼽았다. 젊은 여행객들의 코드를 잘 맞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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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가게와 독특한 식당이 많은 행리단길. 그중에서 ‘개울’은 루프톱 카페이자 ‘수원청개구리’를 새긴 쿠키 등을 파는 가게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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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가게와 독특한 식당이 많은 행리단길. 그중에서 ‘개울’은 루프톱 카페이자 ‘수원청개구리’를 새긴 쿠키 등을 파는 가게다. 박미향 기자

캐릭터숍 겸 카페 ‘개울’ 주인 김한상씨도 33살이다. 건축·설계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취업 준비하다가 아예 창업으로 돌아섰다. 2023년 6월께 문 연 ‘개울’에선 ‘수원청개구리’를 형성화한 수원의 캐릭터 ‘수원이’를 새긴 쿠키 ‘수원이샌드’를 판다. 쿠키 안엔 코코넛과 초콜릿 크림이 들어 있다. 


‘수원이샌드’ 1개가 함께 나오는 ‘개울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이 인기다. 김씨는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을 음식에 담았다”고 했다. 이날 여기로 데이트 나온 이재원(28)·김나영(25) 커플은 “불편해서 극장은 잘 안 가고 맛집이나 루프톱 카페를 찾아다닌다”며 “데이트 장소로 이 동네를 자주 오는데, 야간엔 성곽에 조명을 켜줘 예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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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가게와 독특한 식당이 많은 행리단길.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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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가게와 독특한 식당이 많은 행리단길.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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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가게와 독특한 식당이 많은 행리단길. 그중에서 피자집 ‘두도우’(Do Dough)는 프로야구 구단 유니폼을 착용하고 오면 10% 할인해준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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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가게와 독특한 식당이 많은 행리단길. 박미향 기자

식당마다 ‘웨이팅’ 시간이 길다. 행리단길 식당들엔 공통점이 있다. ‘맛’이 절대 기준이 아니다. 맛을 능가하는 재미 포인트가 있다. 인테리어나 차림표, 이름, 식사법 등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2030세대가 ‘콜’ 외칠 만한 ‘재미’를 장착했다. 


오믈렛 식당 ‘에그궁’은 이름에 미소가 지어진다. 바게트 빵 위에 올라간 달갈 요리의 흰자는 마치 성곽 같다. 한옥에서 먹는 서양식이다. 농촌 가옥 같은 삼겹살집 ‘빨간지붕’, 가게 벽에 로마시대를 연상하게 하는 장식을 단 ‘몽상가옥’, 메뉴가 ‘알앤디(RND) 떡볶이’인 즉석떡볶이집 등도 있다. 


오사카 뒷골목 식당 같은 집들, 이탈리아에 온 듯한 피자집 ‘로우파이브’, 회전초밥집처럼 샤부샤부 재료를 회전판에 돌리는 식당, 쌍화차를 파는 집, 닭 껍질 피로 만든 만두와 닭의 무릎 연골, 목살, 껍질 등 일곱가지를 올린 덮밥 등을 파는 ‘배키욘방’, 프로야구 구단 유니폼을 착용하고 오면 10% 할인해주는 피자집 ‘두도우’(Do Dough) 등 셀 수 없이 많은 가게들이 저마다의 매력으로 무장했다.


심지어 탕후루를 파는 집도 특이하다. ‘씨앤씨’에선 ‘실타래탕후루’를 판다. 시럽 입힌 과일 위로 실보다 더 얇은 달곰한 살이 감싸고 있다. 가게마다 장착한 색다른 취향이 2030세대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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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가게와 독특한 식당이 많은 행리단길.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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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믈렛 식당 ‘에그궁’의 음식. 한옥 레스토랑이다. 박미향 기자

수원/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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