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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비상사태’…위험하고 긴급하다

우리에게는 이미 기후위기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조천호의 파란하늘]


기후위기 증가가 자연재난 관리 압도


코로나19처럼 시행착오로 배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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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0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날 수 있는, 또는 특정한 연도에 발생할 확률이 1퍼센트인 극단적인 날씨 빈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구는 인간이 가하는 온실가스라는 충격을 받아 오늘날 인간에게 기후위기로 되돌려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과학은 열역학과 복사전달 법칙 같은 기본적인 과학 원리에 기초하고 있지만, 기후위기는 발생 가능성(확률)으로 드러난다. 현실 세계에서 절대적 확실성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산을 가지고 나가야 할지와 혼잡한 도로를 언제 건너야 할지 등 다양한 위험을 고민하며 살아간다. 비가 올 가능성이 10퍼센트라면 굳이 우산을 가지고 나가지 않아도 무방할 것이다. 설사 비가 오더라도 약간 젖는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로를 건널 때 사고 날 가능성이 1퍼센트라고 해도 그 위험은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고가 났을 때 그 피해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험을 고려한 예상 결과에 맞춰 행동을 조절한다. 예컨대 길을 건너기 전에 좌우를 살핀다. 그런 행동에 드는 비용이 자동차에 치이는 손해에 비하여 낮기 때문이다. 위험을 피하는 비용과 위험으로 인한 손해를 따져 허용 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정해야 한다.


합리적인 사회라 해도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위험을 우연에 맡기지 않으려면 ‘예측하기 힘든 위험’을 ‘계산할 수 있는 위험’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사건 발생 가능성(likelihood, 확률)과 사고시 발생하는 영향(damage impact, 비용)의 곱으로 위험(Risk)은 표현된다.


위험 = 발생 가능성 ×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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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현상의 발생 빈도는 평균값을 중심으로 종 모양의 정규분포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평균에서 멀어지는 꼬리 쪽으로 갈수록 그 발생 빈도가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정규분포에서 좌우 양극단 사건은 워낙 적게 발생해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후위기 측면에서 꼬리에서 일어나는 어떤 특정 사건은 발생 가능성이 작지만 일단 발생하면 그 피해가 매우 크므로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100년 만의 홍수가 10년 만의 홍수보다 피해가 더 심각한 것처럼 발생 빈도가 낮은 사건일수록 그 영향력은 오히려 더 커지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라는 외부 충격에 기후계는 자기 증폭적인 되먹임으로 극단적인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정규분포의 양 끝 부분이 예상하지 못하게 두꺼워지는 ‘살찐-꼬리 위험’(fat-tail risk)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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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분포의 꼬리가 얇아야 평균에서 발생 빈도가 뚜렷해지고 예측 범위가 좁아져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반면 꼬리가 두꺼워지면 평균에서 발생 빈도가 모호해져 예측 능력이 낮아진다. 우리는 예상하기 어렵고 과거에는 일어날 법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는 불가능하지는 않은 위험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어날 법하지 않은’과 ‘불가능’ 사이의 작은 차이로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 기후위기에서는 꼬리가 점점 더 두꺼워지므로 과거 관측에 기반한 발생 확률(probabilities)보다 경험한 바 없는 위험의 미래 가능성(possibilities)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계산할 수 있는 위험이라면 이를 줄이기 위한 통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긴급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넘게 되어 통제 불능 상황에 빠지는 비상사태(Emergency)가 된다. 비상사태는 위험과 긴급도(Urgency)의 곱으로 정해진다.


비상사태 = 위험 × 긴급도


긴급도 = 위험에 대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 ÷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시간


기후위기 비상사태는 자연 재난을 관리하는 능력이 기후위기 증가에 압도당하는 상황이다. 식량 부족, 물 부족, 생물 다양성 파괴와 해수면 상승 등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2018년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IPCC)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1~2도 상승할 경우 그 위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재난 대응체계를 초과하는 비상사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속하면 2040년께 1.5도를 넘고 2060년께 2도를 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각각 20년과 40년 동안의 위험을 피할 시간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에서는 원인과 결과 사이에 지연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온실가스가 흡수한 열 대부분이 해양에 흡수되므로 바로 기후위기가 드러나지 않는다. 온실가스 배출 후 기후위기는 수십년 지연돼 나타난다. 우리는 이미 1.5도를 넘을 수 있는 온실가스를 거의 다 배출했다. 우리에게는 이미 기후위기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코로나19(COVID-19)와 같은 감염병 위기는 간헐적으로 일어나며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위험이다. 사람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새롭고, 불확실하고, 통제할 수 없는 위험에 즉각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경험으로 다음 번 또다른 감염병에 더 잘 대응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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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기후위기는 점진적이고, 누적되며, 불확실성을 포함한 위험이다. 기후위기는 천천히 드러나겠지만 임계 수준을 넘게 되면 그 재난 결과는 파멸적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한다는 건 단순히 더워서 살기 힘들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지구 조절 시스템이 붕괴하는 위기다. 가뭄으로 식량과 물이 부족해지고, 해수면 상승으로 거주지가 물에 잠기면서 우리 생존 근거가 무너진다. 미세먼지, 금융위기, 코로나19에서도 먹고 살 수 있고 재난을 막는 여러 조치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후위기는 마트에 갔더니 먹을 게 없고 이 상황이 더 심각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일단 우리 눈앞에 드러나면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다. 지구는 인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기후위기를 증폭시키는 되먹임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계산이 불가능한 대응할 수 없는 위험이다. 미세먼지, 금융위기, 코로나19처럼 이 또한 지나가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기후위기에서는 인류에게 두 번째 기회는 없다. 지금까지 인류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환경에 적응해 왔지만, 기후위기가 일어나면 시행착오로부터 배울 수 없다.


우리는 코로나19가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30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기후위기에서는 우리가 저지른 행동의 결과가 너무 늦게 확인된다. 확실함은 위기가 드러난 다음에야 알 수 있다. 마침내 기후위기가 닥쳐와 우리가 그 재앙을 피할 방법을 알고 싶어졌을 때, 그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 그 답은 기후위기 비상사태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참고문헌]


David Spratt, Ian Dunlop, Existential climate-related security risk: A scenario approach, Break Through (2019).


Lenton, T. M. et al. Climate tipping points — too risky to bet against, Nature ISSN 1476-4687(online) (2019). Dunlop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cch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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