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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도 여기서 몸 녹였을까…경복궁 향원정에서 온돌 찾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최근 발굴성과 공개

한겨레

19세기말 고종 황제와 명성왕후는 정말 여기서 몸을 녹였을까. 경복궁 후원 연못의 섬에 놓인 정자건물로, 고종 내외가 산책하며 거닐었던 명소로도 전해지는 향원정 아래 정자의 내부를 덥히는 온돌 시설이 설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궁중 정자의 온돌 시설은 전례가 거의 없는 희귀한 사례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지난 9월부터 향원정을 발굴조사한 결과 정자 아래서 내부 방의 가장자리만 덥히는 독특한 얼개의 온돌 시설을 발견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연구소는 또 향원정의 초석을 받쳐온 초반석에 금이 가 초석이 내려앉으면서 정자가 기울어지는 현상이 지속되어온 사실도 밝혀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가 공개한 조사 내용을 보면, 확인된 온돌 바닥은 콘크리트로 덮여 핵심시설인 구들장은 사라졌으나, 다른 시설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구들장 밑으로 불길과 연기가 나가는 통로인 고래둑과 온돌 윗목에 연기를 머무르게 하는 고랑인 개자리, 연기가 나가는 연도를 찾아냈다. 정자 안의 방은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만 온돌로 덥히는 특이한 얼개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위해 바닥면을 조성하는데 특이한 방법을 썼다. 건물 기단 안으로 깬 기와를 넓게 펴놓고, 그 위로 석회 섞인 진흙을 다지는 것을 되풀이하면서 기초를 조성해 그 바깥으로 방고래와 개자리를 두른 얼개였다. 연구소 쪽은 “방바닥 전체에 여러 줄의 고래를 놓아 방 전체를 데우는 일반적인 온돌 난방 방식과 비교하면 향원정 온돌 구조는 방 가장자리만 난방이 되는 매우 독특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연도는 향원정의 외부 기단 아래를 거쳐 연못 섬의 동북쪽 호안석축(護岸石築:강이나 바닥기슭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만든 돌로 만든 벽) 방향으로 길게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있는 양상으로 미뤄 아궁이에서 나온 연기는 별도의 굴뚝을 통과하지 않고 연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 쪽은 향원정의 6개 기둥 중 동남방향 초석(주춧돌)에 대한 조사도 벌여, 초석을 받치고 있던 초반석에 균열이 발생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초석의 침하현상이 건물이 기울어지는 주요 원인이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건축사학계에서 향원정의 온돌시설 유무는 풀어야할 수수께기 가운데 하나였다. 정자인데도, 아궁이가 설치된 독특한 모양새를 지녔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정자 내부 지하에 난방을 위한 온돌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해왔으나, 노출된 건축구조상으로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한 상태였는데, 이번 조사로 그 의문이 풀리게 됐다. 연구소 쪽은 “한중일을 통틀어 궁궐 안 정자시설에 온돌 등의 난방시설이 설치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발굴조사를 통해 미제로 남아있던 향원정의 독특한 온돌구조와 향원정의 안전을 위협했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한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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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원정은 경복궁 후원 영역에 네모난 연못을 파서 가운데 섬을 만들고 조성된 2층 정자 건물이다. 경복궁 중건시기인 고종 4년(1867)부터 고종 10년(1873)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2층의 익공식(翼工式) 육각형 정자로 일반 정자와는 다르게 아궁이가 설치된 얼개를 갖고 있다. 익공식이란 전통 목조건축에서 처마 끝의 하중을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 같은 곳에 짜맞추어 댄 나무 부재가 새날개처럼 뾰족하게 처리된 것을 말한다.


해방 이후 몇 차례 보수를 거쳤지만 계속해서 기울어짐과 뒤틀림 현상이 발생되어 해체보수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궁능유적본부는 지난 2017년 5월부터 해체보수 공사를 벌여왔고,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 함께 발굴조사도 진행해왔다. 향원정은 내년 7월 개방을 목표로 연말부터 보수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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