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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토스트는 원래 독일 토스트였다? 미국의 '국민 음식' 프렌치 토스트의 이모저모

프렌치 토스트 /pixabay

여기, 음식 이름에 '프렌치'가 들어가지만 정작 프랑스에서 유래된 음식이 아닌 것이 있다. 프렌치 토스트의 기원은 사실 올라가자면 고대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요리책 『Apicius(아키피우스)』에서는 빵을 우유에 담그고 계란을 풀어 튀긴 후 꿀과 같이 먹는 조리법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지금의 프렌치 토스트와 거의 동일한 방식이다.


이와 유사한 음식들은 중세 시대에서 유럽까지 이어졌지만 프렌치 토스트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15세기 즈음이다. 영국에서는 프랑스어인 'pain perdu(팽 페르뒤)'로 불렀는데, 프랑스어로 '버려진 빵'이란 뜻이다. 말 그대로 오래 되어 딱딱하게 굳은 빵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한 요리로, 우유와 달걀이 없었다면 그대로 버려졌을 거란 의미로 쓰였다.

프렌치 토스트 /unsplash

옛날 로마인들은 우유와 달걀물을 섞은 혼합물에 빵을 담근 다음 기름이나 버터에 튀겼다. 중세 시대 사람들은 오래 된 빵을 다시 가열하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여기에 수분과 단백질을 추가하기 위해 달걀을 넣었다고 한다. 14세기 영국, 리처드 2세의 요리사가 쓴 요리책 『Forme of Cury』에서는 팽 페르뒤를 와인에 담그고 기름에 튀겨 건조한 과일, 향신료, 설탕을 곁들여 달게 만든 빵이라 묘사한다.


1615년 영국에서 출판된 요리책 『The English Huswife』에는 'panperdy'라는 이름의 요리가 등장한다. 얇게 썬 빵에 달걀과 여러 가지 향신료, 설탕과 소금을 곁들인 요리다. 1660년 발간된 요리책 『The Accomplisht Cook』에서는 달걀을 넣지 않은 빵을 와인, 설탕, 오렌지 주스에 담가 굽는 다른 버전의 프렌치 토스트도 있다.

팽 페르뒤 /flickr

프랑스의 팽 페르뒤는 매일 빵을 굽기도 어렵고 냉장 시설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딱딱하게 굳은 빵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요리로 추측한다. 옛 사람들에게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의미를 지닌 빵을 버린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 음식은 음식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흰 빵은 너무 빨리 상해 버렸기 때문에 상한 빵을 어떻게든 활용해야 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묵은 빵을 달걀과 우유를 섞은 혼합물에 담근 후 튀겼고, 이 빵은 부드러워져 다시 먹을 수 있게 됐다. 남은 빵을 재활용한 이 레시피는 중세 시대와 유럽에 걸쳐 보편적인 요리법으로 자리잡았다. 결국 이 레시피는 오래된 빵을 낭비하지 않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좋은 방법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프렌치 토스트가 일반적으로 아침에 먹는 요리라 한다면 프랑스인들은 팽 페르뒤를 아침 식사가 아닌 디저트로 생각한다고.

핀란드의 프렌치 토스트 /flickr

미국에서 이 요리를 프렌치 토스트라 부른다면 다른 나라들 또한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핀란드의 프렌치 토스트인 'Köyhät Ritarit(Poor Knights)'은 통밀빵 조각을 우유에 적신 후 튀겨 만든 디저트다. 우유와 달걀물을 섞을 수도 있고, 설탕과 밀가루를 추가로 넣을 수도 있다. 또한 인도식 프렌치 토스트는 풍미있는 향신료, 청양고추, 양파로 맛을 내며 케찹과 함께 제공된다고 한다.

스페인식 프렌치 토스트인 또리하 /flickr

스페인식 프렌치 토스트인 '또리하'는 디저트로 꽤 인기가 많다고 한다. 오래 된 빵에 우유나 와인, 꿀, 향신료를 곁들여 계란물에 적신 후 올리브 오일에 튀겨낸다. 이 조리 기술은 빵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페이스트리를 만든다. 또리하는 마지막으로 계피를 뿌려 요리를 완성한다.


홍콩에서는 여러 조각의 빵에 땅콩버터나 과일잼을 곁들인 프렌치 토스트를 제공한다. 버터와 시럽, 꿀을 얹어 먹으며 홍콩 스타일의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또 뉴질랜드에서는 빵에 베이컨, 바나나, 메이플 시럽, 계피를 얹어 제공한다고 한다.

프렌치 토스트 /pixabay

미국에서는 프렌치 토스트를 한때 '독일 토스트'로 부르기도 했는데, 1차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적이 된 독일의 토스트라는 이름을 쓸 수 없어 프렌치 토스트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는 재미있는 설도 있다. 지금의 '프렌치 토스트'라는 이름은 여관을 운영하고 있던 조셉 프렌치가 만들어 먹으면서 미국에서 소개되었다는 설이 많이 알려져 있다. 1724년 조셉 프렌치라는 이름의 이 셰프는 요리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 싶었으나, 영문법에 약해 ‘프렌치의 토스트(French’s toast)’라 해야 맞는 걸 ‘s’를 빼먹고 ‘프렌치 토스트(French toast)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설도 있지만 북미 지역으로 이민을 떠나 정착한 프랑스인들에 의해 전해진 요리라는 의미에서 프렌치 토스트라 불렸다고 보는 것도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이야기다. 또는 '프렌치'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요리가 더 고급스러워 보이기 때문에라는 설도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는 정교하면서도 미식가들의 취향인 프랑스 요리를 좋아해 왔기 때문에 프렌치 토스트라는 이름이 붙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적어도 '버려진 빵'이라는 이름보다는 좋게 생각될 것이고, 조리법도 간단해 이 이름이 널리 퍼졌다는 설도 있을 뿐이다.

프렌치 토스트 /unsplash

미국에서는 기차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수의 사람들은 매우 고급스러운 침실과 식당이 있는 기차 여행을 즐겼다. 기차에서는 프렌치 토스트 또한 음식으로 제공했고 이 요리는 식당칸의 아주 인기 많은 요리가 되었다. 왜 기차 여행에서 프렌치 토스트가 인기가 많은 아침 식사가 되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특별한 재료들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미리 만들어 둘 수도 있으며 쉽게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미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프렌치 토스트는 달걀물과 우유에 적신 빵을 굽고 버터와 시럽을 곁들여 먹는 요리로 아침 식사나 브런치로도 익숙한 음식이다. 많은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아침, 또는 나른한 일요일 아침 등 아주 조금 특별한 날에도 먹는다. 사람들은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빵을 사용하는데 미국 남서부에서는 많은 요리사가 샤워도우 빵을 선호한다고 한다. 뉴욕의 일부 유대인 공동체들은 안식일 저녁 식사하고 남은 할라 브레드를 일요일 아침 프렌치 토스트로 해 먹는다고.


1950년 발행된 요리책 『Betty Crocker's Picture Cook Book』에서는 프렌치 토스트에 대한 레시피가 기록되어 있는데, 아침이나 점심으로 인기가 많은 빵이라 소개하고 있다. 6조각의 오래된 빵을 두 개의 달걀과 소금, 우유를 섞은 혼합물에 담근다. 뜨거운 팬에 버터를 놓고 빵의 양면을 갈색이 되도록 굽는다. 이후 메이플 시럽, 꿀을 곁들이거나 설탕을 뿌려 따뜻하게 먹는 간단하면서도 보편적인 레시피다.

프렌치 토스트 /pixabay

프렌치 토스트에서 필수 재료라 한다면 역시 달걀, 우유, 빵일 것이다. 달걀물과 우유를 섞은 혼합물에 빵을 담그고, 팬에 올려 갈색이 될 때까지 굽는다. 빵이 계란물을 너무 많이 흡수해 눅눅해지는 게 싫은 사람들은 전날밤에 빵을 미리 잘라 놓고 하룻밤 동안 말려 두기도 한다고. 프렌치 토스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토핑은 딸기, 바나나, 치즈, 사과, 구운 견과류와 꿀 등이라고 한다.


'프렌치 토스트 데이'도 있다. 매년 11월 28일은 미국 전역의 사람들이 프렌치 토스트를 기념하는 날이다. 이 음식은 모든 레스토랑의 메뉴에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아침 식사나 브런치를 제공하는 카페와 음식점을 찾는다면 맛있는 프렌치 토스트를 즐길 수 있다. 집에서 차려먹기 귀찮을 때 하루 지난 빵을 달걀과 우유 혼합물에 적셔 팬에 구워 완성되는 프렌치 토스트는 꽤 맛있으면서도 간편해 오랫동안 사랑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춘 요리인 셈이다.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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